[한밭춘추] 고개 돌려 보는 일

2026. 4. 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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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입도 눈도 동그래진다.

밥을 먹다 말고 일제히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본다.

고개 돌려 본다는 건 또 무엇일까.

옆도 한번, 아래도 한번 고개 돌려 들여다보고 헤아려 주는 일, 그게 살리는 일이 되지 않겠나, 되뇌며 교실로 발길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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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미 시인

나도 모르게 입도 눈도 동그래진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 일 없었건만, 하룻밤 사이 큰일이 나고 말았다. 울타리가 맞붙어 있는 옆 학교 운동장 가장자리에 듬성듬성 나무들이 서 있다. 우리 학교 3층 식당에서 고개만 돌리면 운동장과 나무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맘때가 되면 어떤 풍경 하나가 눈과 맘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밥을 먹다 말고 일제히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본다. 누군가 저것 좀 보라며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봄이란 봄은 다 저기로 몰려간 느낌이랄까. 거뭇거뭇 생기 없어 보이기만 하던 나무가 화사해서 뜨려던 숟가락을 멈칫한다. 밤사이 꽃을 피우다니. 벙글벙글 벚꽃이 피었다. 이 순간만큼은 마음이 먼저 채워져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른 느낌이 든다.

식당에서 나와 운동장을 한 바퀴 돌아 들어가려던 참이다. 중학교라서인지 옆 초등학교만큼 화단이 아기자기하지는 않다. 그렇다 해도 걷다 보면 나무와 나무 사이, 꾸미지 않아 자연스러움이 살아 있는 구간이 있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이름을 알 수 없는 풀씨들이 여기저기 뿌리를 내리고 있다. 애써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는 작은 풀꽃들이다.

고개를 더 아래로 떨구자 보이는 꽃이 있다. 눈곱만해도 있을 건 다 있다. 꽃이 되기도 전 뿌리째 뽑아 나물로 허기를 채우던 일이 스친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 채 밟고 지나칠 뻔했다. 벌 나비가 찾지 않을지라도 끝끝내 꽃이 될 거라는 믿음을 갖게 만드는 꽃이 내 앞에 있다. 냉이꽃이다. 내일은 지고 없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오늘 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개 돌리지 않으면 마주하지 못했을 풍경들이다. 고개 돌려 본다는 건 또 무엇일까. 마음을 내어 눈여겨본다는 것일 테다. 얼핏 봐도 맘을 쏙 빼놓는 것투성이인지라, 마음으로 볼 여력이 없는 요즘인가 싶다. 오늘 만난 꽃들도 그렇지만 곁에 있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리라. 옆도 한번, 아래도 한번 고개 돌려 들여다보고 헤아려 주는 일, 그게 살리는 일이 되지 않겠나, 되뇌며 교실로 발길을 향한다. 현경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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