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년전 오늘] 대전 스쿨존 악몽은 현재진행형…故배승아 양 3주기

2023년 4월 8일 오후 2시 21분쯤 대전 서구 둔산동의 주거 밀집 지역. 평온하던 오후는 차량의 급격한 마찰음과 충돌 소리로 순식간에 깨졌다. 문구용품을 산 뒤 귀가하던 배승아(당시 9세) 양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고, 함께 있던 9-10세 어린이 3명도 다쳤다. 사고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인도에서 발생해 충격을 더했다.
가해자는 전직 공무원 출신 방모 씨였다. 당시 방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08%의 만취 상태였으며, 제한속도 시속 30㎞를 초과한 시속 42㎞로 차량을 몰았다. 사고 직후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주변 시민들의 도움으로 구호 조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배 양은 성인 투여량 2배 정도에 해당하는 많은 약물을 투여받으며 심박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사고 11시간만인 9일 오전 1시쯤 끝내 숨졌다.
◇그날의 참변, 왜 막지 못했나
사고를 낸 방 씨는 당일 낮 12시 30분쯤 대전 중구의 한 식당에서 술을 마신 뒤 사고 지점까지 약 5.3㎞를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그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의 상태였고, 지인들의 만류에도 운전대를 잡았다. 차량이 도로 한가운데 멈추거나 급가속하는 등 정상적인 주행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운행은 이뤄졌다. 방 씨가 1996년에도 음주 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알려지면서 재범을 막지 못한 제도의 한계도 드러났다.
사고 당시 현장도 위험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차량 통행이 많은 4차선 도로와 맞닿은 스쿨존이었지만, 어린이들을 보호할 중앙분리대나 방호울타리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12년 형량, 논쟁은 계속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상·위험운전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된 방 씨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방 씨와 검찰 측이 모두 상고하지 않아 선고받은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유족 측은 2심 선고 후 "항소심에서 나온 판결에 대해 굉장히 실망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사회 전체가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사법부는 후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가 감형을 위해 공탁을 진행하고 수십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유가족이 이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친구가 사망하는 장면을 목격한 생존 피해자들도 죄책감에 시달리는 등 외상후스트레스장애까지 겪었다.
형량을 둘러싼 평가는 지금도 엇갈린다. 스쿨존에서 어린이 사망사고를 낸 음주운전에 비해 처벌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과 법 적용 범위 내에서 내려진 판결이라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결국 경종이 될 수준의 처벌이었는지를 두고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안전사업 비리 의혹까지
지난해에는 배 양 참변 이후 추진된 안전시설 보강 사업을 둘러싼 비리 의혹까지 불거졌다. 경찰은 대전 서구청 전 비서실장의 금품 수수 및 계약 개입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스쿨존 방호울타리 설치 사업 등과 관련된 비위 정황도 포착했다. 서구청을 비롯해 대전시교육청과 충남 논산시 전·현직 공무원들이 대거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어린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사업이 오히려 계약 비리 의혹에 휘말렸다는 비판이 확산됐다. 사고 이후 추진된 대책이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지며 정책 신뢰도에도 균열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 스쿨존 참사는 과거의 사고를 넘어 현재를 비추는 기준점으로 남아 있다. 그날의 비극이 단순한 기억으로 머무르지 않기 위해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이 여전히 바뀌지 않았는지에 대한 점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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