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또 럼 1인 체제' 공식화…4대 그룹·효성, 하노이서 '경제 혈맹' 다질까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또 럼 공산당 서기장이 국가주석직까지 거머쥐며 명실상부한 '베트남판 시진핑' 시대를 열었다.
베트남 국회는 7일(현지 시간) 출석 의원 전원 찬성으로 럼 서기장의 주석직 겸임을 인준했다. 이로써 럼 서기장은 당과 국가를 모두 대표하는 절대 권력을 손에 쥐게 됐다.
재계의 시선은 하노이로 쏠리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경제사절단이 이달 하순 베트남 방문을 예고하면서,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대거 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석 기업인 명단이 최종 확정되진 않았지만, 1인 체제 완성 후 첫 대규모 방문인 만큼 조 단위 투자 발표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시진핑식' 강력 권력 장악…관료주의 타파와 경제 개혁 가속
베트남 국회 인준을 통해 탄생한 '또 럼 서기장 겸 주석' 체제는 베트남 정치사의 일대 전환점이다.
40년 넘게 유지된 집단지도체제(4대 기둥)가 사실상 일원화되면서, 그간 베트남 성장의 걸림돌로 지적된 행정 지연과 관료주의가 대폭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럼 서기장은 취임 후 정부 부처를 30개에서 22개로 통폐합하는 등 고강도 인적·조직 쇄신을 단행했다.
이러한 변화는 정책 일관성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강력한 유인책이 되고 있다.

삼성·SK 등 4대 총수 출격…'베트남 투자 큰손' 효성과의 인연 주목
이번 사절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의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베트남 투자 '큰손'인 효성그룹의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형제도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효성과 럼 서기장의 인연은 재계에서도 유명하다. 지난해 8월 럼 서기장의 국빈 방한 당시 그가 연세대에서 명예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배경에는 연세대 동문인 조현상 HS효성 부회장(90학번)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다.
조 부회장은 추천서에서 럼 서기장의 개혁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며 두터운 신뢰를 과시했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 형제는 이미 20년 전부터 호찌민, 동나이 등지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구축하며 누적 3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왔다.
효성이 이번 베트남 사절단에 합류하게 되면 데이터센터와 탄소섬유 등 첨단 신소재 분야의 추가 투자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번 방문에서 베트남을 글로벌 반도체 후공정(OSAT) 및 AI R&D 허브로 격상시키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미 현지 수출의 20%를 책임지는 최대 투자기업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끌어낼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등이 추진 중인 가스복합화력발전소 및 LNG 터미널 건설 수주가 막바지 단계다. 특히 럼 서기장이 전력난 해소를 위해 검토 중인 소형모듈 원전(SMR) 분야에서 SK의 기술력이 협력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시장 점유율 1위를 넘어 현지 전기차(EV) 생산 라인 확대와 스마트 시티 모빌리티 솔루션 도입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하이퐁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전장 부품 생산 능력을 고도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베트남 정부가 첨단 부품 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LG의 추가 투자가 이뤄진다면 양국 공급망 강화의 핵심 고리가 될 전망이다.
하노이 롯데몰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조선·에너지 분야에 강점이 있는 HD현대도 베트남 경제사절단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베트남을 제2의 주력 거점으로 삼고 있는 LS그룹의 합류 가능성도 점쳐진다. LS는 베트남 전력 케이블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현지에서 활발한 전력·통신 인프라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번 방문을 통해 기존 사업 확대는 물론, 베트남 내 풍부한 자원을 활용한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 협력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재계에서는 럼 서기장의 실용주의적 '대나무 외교'와 한국의 첨단 기술력이 결합해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럼 서기장은 2025년 방한 당시 국빈 만찬에서 한국 기업인들에게 "베트남의 가족이자 발전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라며 치켜세운 바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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