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백순도 PD는 ‘허간민’을 어떻게 모았을까…“편견 깨고 대화하면, 통하더라고요”

전지현 기자 2026. 4. 8.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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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드러머 김간지, 음악 프로듀서 허키 시바세키, 김민경 민음사 편집자가 유튜브 머니그라피 채널 ‘B주류초대석’에서 첫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힙합 음악 프로듀서와 인디 밴드 드러머. 친한 게 이상하지 않을 조합이다. 여기에 사실상 직장인인 출판사 편집자가 함께한다면? 참고로 뮤지션 두 사람은 남자고, 해외문학 책을 만드는 편집자는 여자다. 공통분모가 쉽게 예상되지 않는 세 사람의 수다 콘텐츠가 최근 큰 인기다. 토스(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머니그라피가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코너 ‘B주류초대석’에서다.

B주류초대석은 취향과 문화를 주제로 3~4명의 출연자가 나눈 대화를 1시간 내외로 편집해 보여준다. 여러 출연진 중 허키 시바세키(음악 프로듀서), 김간지(술탄 오브 더 디스코 드러머), 김민경(민음사 편집자) 세 사람은 ‘허간민’이라는 별칭이 생기고, 따로 잡지 코스모폴리탄 화보 촬영을 할 정도로 사랑 받고 있다. 이들이 영화·문학·만화에 관해 이야기한 영상은 1시간~1시간30분 상당의 긴 길이에도 최대 조회수 182만회(7일 기준)를 기록했다.

이 인기는 어디서 온 걸까. 경향신문은 1일 서울 강남구 비바리퍼블리카 사무실 내 스튜디오에서 머니그라피를 총괄하는 백순도 PD를 만났다. 그는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이렇게 큰 호응을 얻을 줄 몰랐다”고 그 시작을 회상했다.

백순도 PD가 1일 서울 강남구 비바리퍼블리카 사무실 내 스튜디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B주류초대석은 머니그라피의 간판 코너인 ‘B주류경제학’의 스핀오프로 마련됐다. 이재용 회계사가 다양한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하는 것이 B주류경제학의 핵심이라면, 채널이 다루는 분야를 넓히려는 시도였다.

“다양한 분을 모시고 싶었어요. 출판 분야는 이전에도 저희 채널에 나와주셨던 민경 님이 제격이라고 생각했고요. (김)간지님은 뮤지션으로도, 방송으로도 제가 좋아했었고, 허키 님은 만드신 음악을 좋아하다가 지난해 초 음악 채널 인터뷰에서 재미있게 말씀하셔서 인상 깊었었죠.”

머니그라피 채널 ‘B주류경제학’의 스핀오프 코너 ‘B주류초대석’ 호스트 및 게스트들. 토스 제공

김간지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 허키 시바세키가 게스트로 나오는 등 절친한 두 사람을 출판사 유튜브 채널 ‘민음사 TV’로 잘 알려진 김민경 편집자와 함께 섭외한 건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백 PD는 “기왕이면 머니그라피에서만 할 수 있는 조합이었으면 했다”며 “가장 사적으로 안 만날 것 같은 사람들을 붙여봤다”고 했다.

백 PD는 2019년 민음사TV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2021년 토스로 이직, 머니그라피 채널을 기획 및 총괄하고 있다. 유튜브 콘텐츠를 만든 지 8년차인 그는 “알고리즘의 틀을 깨고 싶었다”고 했다. “유튜브 피드는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되다 보니 개인화되고 파편화되잖아요. 성별에 따라서도 많이 나뉘고요. 100만 구독자가 넘어도 누군가는 아예 그 사람을 몰라요. 허키·(김)간지님도, 민경님도 각자 분야에서 팬덤이 있는 사람들인데 그 팬덤 사이에 교집합이 적을 것 같았어요.”

단적으로 ‘힙합’은 남성, ‘문학’은 여성에 소구할 것 같다는 편견을 가지기 쉽다. 백 PD는 “사실 이런 것도, 저런 것도 좋아할 수 있는 게 사람이지 않나”라며 “우리가 취향만 보고 선입견을 품는 것과 달리 실제로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대화가 통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즐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백순도 PD가 1일 서울 강남구 비바리퍼블리카 사무실 내 스튜디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그 대화에서 즉흥성과 의외성이 잘 나타나길 바랐기에, 첫 촬영 날 세 사람이 서로를 처음 만나도록 했다. B주류초대석 1화이기도 한 지난해 11월 첫 방송에서 김민경 편집자는 “이 구성 자체가 누가 잘못 꾼 꿈 같다”며 웃는다. 하지만 어색한 것도 잠시, 자신이 좋아하는 ‘B급’ 영화에 관해 얘기하던 세 사람은 경청과 농담 사이를 오가며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게 보인다. 이후 5편 이상 촬영을 함께한 세 사람은 3~4시간의 촬영이 끝난 뒤 사석에서 대화를 이어갈 정도로 친해졌단다.

백 PD는 서로 성향이 다른 시청자들이 ‘허간민’ 유튜브 영상 댓글에 뒤섞여 있는 것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B주류초대석이 인기를 얻으며 그는 저 자신도 가졌던 선입견을 내려놔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의식적으로 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머니그라피에서만 볼 수 있는 조합’을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섭외했는데 막상 현장에서 출연진들 간의 케미스트리가 안 생기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안전한 선택만 하면 경쟁력이 없어지기 쉽겠죠. 기존 미디어에서도 볼 수 있는 ‘매끈한 사람 및 조합’이 아닌, 삐뚤빼뚤해도 응원하고 싶은 사람들을 더 소개하고 싶어요.”

다만 허간민 조합을 비롯한 B주류초대석은 4월 종영한다. 백 PD는 “채널 차원에서 다음 시리즈를 준비하기 위함”이라며 “그 이후 허간민이 언제 돌아올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했다. 머니그라피 측은 성원에 보답하기 위한 오프라인 행사를 따로 준비하고 있다. 백 PD는 “오는 5월 중 공연과 토크를 결합한 행사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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