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기술로 엮는 뜨거운 공동체[신간]
데이터의 온도 36.5
최정묵 지음·푸른나무·1만6000원

어르신들이 100걸음을 걸을 때마다 10원씩 적립해주는 이른바 ‘만보기 앱’의 데이터는 앱 개발사의 서버에 고스란히 축적된다. 걸음 수와 이동 경로 데이터는 보험사와 헬스케어 광고회사로 흘러간다. 보험사는 이를 바탕으로 고령층의 질병 위험과 손해율을 다시 계산하고, 광고회사는 관절염이나 고혈압 치료제 광고를 유튜브 알고리즘 등에 노출한다. 이 데이터를 시장이 아닌 공동체 안에서 포착하고 공유해 건강과 돌봄, 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쓸 수는 없을까.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소장인 저자는 데이터로 마을 문제를 해결하는 ‘마을 최고데이터책임자(CDO)’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마을 CDO는 “서버의 차가운 수치 속에 갇힌 데이터를 주민의 땀 냄새가 나는 땅 위로 끌어내려, 끊어진 이웃의 관계를 디지털로 다시 잇는 신경망을 짜는 일”을 맡는다.
예컨대 과거에 자전거 수리공이었지만 지금은 소득 없는 60대 남성이 마을에 산다면, 행정 시스템은 그를 도움이 필요한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인식하지만, 마을 CDO가 만든 데이터베이스에서는 ‘자전거 수리 기술을 가진 자원’이자 ‘마을 아이들의 자전거 안전 점검을 맡을 수 있는 공동체 기여자’로 기록된다. 저자는 ‘개방형 읍·면·동장’ 제도를 도입해 이들에게 마을 CDO의 역할을 맡기자고 제안한다.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데이터 그 자체가 아니다. 데이터를 누가 수집하고, 누구를 위해 활용하며, 그 성과를 어떻게 공동체에 다시 돌려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데이터가 중시되는 시대일수록 더 중요한 것은 숫자보다 사람, 기술보다 공동체의 의지일지 모른다.
왜요, 아이돌이 어때서요?
박주연 지음·동녘·1만5000원

아이돌을 좋아하는 10대들은 복잡한 질문과 마주한다. 팬의 응원은 어디까지 괜찮을까? 아이돌처럼 예뻐질 순 없을까? 아이돌이 논란에 휩싸일 때 나는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까? 이 책은 10대의 삶 깊숙이 들어온 아이돌과 팬덤 문화를 다양한 시선으로 살핀다.
선을 넘은 사람들
이영훈 지음·지베르니·2만2000원

2024년 대학생 연합동아리에서 마약을 유통, 투약한 사건으로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검사가 수사 기록과 재판 과정, 그 속에서 마주한 수많은 이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마약이 개인과 공동체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생생하게 기록했다.
결혼 옵션 세대
민세진, 신자은 지음·생각의힘·1만8800원

경제학자인 저자들은 1955~1996년생 여성들을 세대별로 인터뷰한 뒤, ‘저출생’이 갑작스러운 가치관 변화가 아니라 누적된 사회적 경험의 결과라고 분석한다. 결혼과 출산이 커리어를 흔드는 위험이 된 만큼 노동시장과 돌봄 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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