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성 백양사 천진암-쌉싸름하게 버무린 봄 잔치[정태겸의 풍경](109)

2026. 4. 8. 06: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햇살 좋은 봄날이었다. 전남 장성의 백양사 천진암 주변은 온통 봄꽃과 봄나물이었다. 사찰음식의 대가인 정관 스님을 뵈러 간 길이었다. 스님은 사람들과 함께 봄나물을 다듬고 있었다. 눈을 돌리면 곳곳에 나물, 소쿠리를 들고 언덕에 오르면 전부 먹거리였다. 정관 스님이 빈 땅을 그냥 둘 리 없었다. 두릅도 키우고 밭을 일궈 새순이 올라온 녀석의 푸성귀를 따서 한 무더기 들고 내려오면 그만이었다.

먹을 게 풍성하니 사람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가득했다. 마당 한쪽에 걸어둔 가마솥에 물을 끓여 나물을 데쳐냈다. 뜯어온 것이 하도 많아 스님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데쳐서 꺼낸 건 찬물에 씻어 식히고 그대로 갖은양념을 더 해서 조물조물 무쳤다.

“아~ 해 봐요.” 사진을 찍은 내 입에 갓 무친 걸 쏙 넣어주셨다. 지난날 손수 담가 만든 간장과 된장에 참기름과 깨소금만 더 했는데 쌉싸름한 맛이 확 살아났다. 우물우물 씹을수록 그 맛이 입맛을 돋웠다. 밥 한 공기 있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싶었는데, 스님이 말씀하셨다. “조금만 기다려요. 한 상 차려서 같이 먹읍시다.” 세상에 이렇게 반가울 수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상 위로 온갖 봄 내음이 올라왔다. 사찰음식은 건강식이라는데, 이렇게 먹으면 밥 두세 공기는 후딱 사라졌다. 아, 잔치다. 봄날의 사찰은 진정 날마다 잔치였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