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리포트]오직 한국만 투표로 교육감 뽑는다…임명제 택한 미국·일본

지선우 기자 2026. 4. 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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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안 맞는 교육②]
[편집자주] 6·3지방선거에서 우린 또 한 번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을 선출한다. 각각 뽑힌 지자체장과 교육감이 손발이 맞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혼란의 피해는 오롯이 우리 아이들의 몫이다. 교육행정의 독립성과 효율성을 함께 살릴 방법을 찾아본다.

대한민국,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의 교육수장 임명 방식 비교표./사진=강지호 기자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등의 교육감 후보들이 진보·보수 진영별로 또 다시 후보 단일화에 나서면서 헌법이 규정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가운데 유일하게 '교육감 직선제'를 전면 채택하고 있다. 지방정부와 시도교육청 간 충돌에 따른 혼란까지 감수하면서 직선제를 도입한 것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서인데, 현실에선 이마저도 흔들리는 셈이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위해 보수 진영은 지난 6일 교사 출신 윤호상 한양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를 단일 후보로 확정됐다. 진보 진영에선 경선을 거쳐 4월 말~5월 초 단일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부산, 인천, 경기 지역에서도 진보·보수 진영 모두가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추진 중이다. 주민 직선제 아래에서 각 진영이 교육감을 배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OECD에서 지방 교육감 전체를 직선제로 뽑는 나라는 한국 뿐이다. 유럽과 일본, 호주 등은 임명제를 택하고 있고,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임명제가 대부분이다.

전미 교육위원회연합(ECS)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국 50개 주 가운데 교육감을 주지사가 직접 임명하는 곳은 20개, 교육위원회가 임명하는 곳은 18개, 주민 직선제로 선출하는 곳은 12개다. 19세기 미국에서는 공직자를 유권자가 직접 선출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교육감도 직선제로 선출했으나, 이후 대다수 주가 임명제로 전환했다.

1892년 교육 비평가 조셉 메이어 라이스가 교육 현장을 6개월간 취재한 결과를 월간지 '더 포럼'에 연재 보도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교육감 직선제 등에 따른 교육 행정의 정치화를 문제로 지적했다.

프랑스와 독일도 선거 없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교육수장을 임명하는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는 시·도 교육감에 해당하는 '렉퇴르'를 대통령이 직접 임명해 국가 교육정책의 지역 간 통일성을 확보하고 있다. 독일은 각 주 총리가 내각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교육부 장관을 임명해 일반 행정과 교육 행정을 일원화하고 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교육 민주화와 지방분권을 위해 교육장 직선제를 도입했으나, 이념 갈등과 정치적 대립이 심화되면서 1956년 임명제로 전환했다. 현재는 지방자치단체장이 교육위원회를 대표하는 교육장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의 교육감 선출 방식 변화는 선진국들의 흐름과 대비된다. 한국은 6·25전쟁 이후 1990년대까지 교육위원회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교육감을 임명했다. 이후 1991~1997년(간선제 1기)에는 시·도 의회가 선출하고, 1997~2006년(간선제 2기)에는 교사 중심의 선거인단 선출 방식이 이어졌다. 2006년 법 개정으로 직선제가 도입됐고, 2010년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 본격 시행됐다.

하지만 직선제는 새로운 문제를 낳았다. 2010년 첫 전국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고, 2012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며 직을 상실했다. 정당 공천없이 교육감 선거를 치르다보니 후보가 난립하고, 당선을 위해 부정한 단일화를 시도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이 같은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된 것이 2011년 세종시법 개정 당시 거론되 '공동등록제'다. 광역단체장 후보와 교육감 후보 간 정책 연대 사실을 투표용지에 기재하는 방식이다. 교육감 후보의 정당 공천은 금지하되 정책 연대 사실을 공개하는 건 허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후보 난립과 곽노현 전 교육감 사건과 같은 밀실 야합을 막을 수 있다는 평가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교육감에 대해 직선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후보들의 낮은 인지도로 인해 유권자들이 합리적인 투표를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감 선거의 취지는 정치성을 배제하는 데 있지만, 현재는 오히려 정치성을 띠고 있다"며 "이 때문에 러닝메이트제나 공동등록제를 통한 선출 방식이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지선우 기자 sunwooda@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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