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새벽에 진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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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남편은 새벽 4시가 되면 일어나 야트막한 동네 앞산을 오른다.
서둘러 응급실을 찾았으나 그이는 집에서와 같이 조용하고 말이 없다.
그토록 기다리던 새집에서 이제 살만해지니 그이는 나를 두고 홀연히 저 세상으로 등을 돌렸나보다.
그이의 눈물이 봄비가 되어 내 가슴을 적시는 것은 아닌지서둘러 집을 들어서니 그이의 영정이 나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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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남편은 새벽 4시가 되면 일어나 야트막한 동네 앞산을 오른다. 몇 년째 이어온 그이의 산행이다. 그런데 오늘은 어찌된 일인지 해가 창문을 치밀어도 그이는 꿈나라이다. 곁으로 다가가 "여보! 그만 일어나요" 하고 흔들어도 답이 없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서둘러 응급실을 찾았으나 그이는 집에서와 같이 조용하고 말이 없다.
불청객의 뇌경색이 찾아온 것이다. 더 큰 병원을 찾아 인공호흡기로 연명을 하며 일어나길 간절히 빌었다. 그 후, 일주일이 지나자 그이는 75세의 나이로 저 세상으로 조용히 영면을 했다. 되돌아보면 그이는 시골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갖은고생을 다하며 살아왔다. 나를 만나서는 살아갈 집이 없어 전전긍긍했다. 간신히 남의 집 행랑채 방 한 칸을 얻어 신혼의 꿈을 펼치었다. 그 후, 사글세방을 시작으로 여섯 번의 이사를 하며 고희를 넘어서야 겨우 내 집을 장만했으니 책을 내도 몇 권이 된다.
그토록 기다리던 새집에서 이제 살만해지니 그이는 나를 두고 홀연히 저 세상으로 등을 돌렸나보다. 말 한마디 못하고 갔으니 억장이 무너진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살아생전 옷이라도 한 벌 번듯하게 사 줄걸 하고 후회 아닌 후회를 해본다.
그이를 선산에 모시는 날이다. 이른 새벽, 화장장을 향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장례식장 앞으로는 남한강의 푸른 물결이 넘실댄다. 잔잔한 물결은 새하얀 윤슬을 뿜어낸다. 바라만 보아도 눈이 부시고 마음도 휑해진다. 간혹 물새들이 날아와 나의 슬픔을 아는지 날개 짓을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이는 선산에 계신 어머니 곁으로 다가갔다. 노송으로 우거진 선산은 온통 검은색 상복의 물결이다. 고요 속에 적막감이 맴돈다. 먼발치서 들려오는 새소리만 은은히 들리며 나를 슬프게 한다. 그이의 유골함이 광중으로 들어 설 때, 딸은 유골함을 붙들고 대롱대롱 매달린다. 그러면서 유골함을 놓지 않아 하관식이 30분이나 지연됐다.
잠시 후, 딸은 좌정을 했는지 멍하니 유골함을 바라본다. 낳아준 아버지를 마지막 보내면서 가슴이 미어지는가 보다. 이 모습을 본 조문객도 눈시울을 붉힌다.
그이의 묘비에는 『해병 제252기 故 손은수, 사랑합니다. 편히 쉬세요.』 라고 썼다. 영원한 해병이라는 속어가 묘비를 맴돈다. 돗자리를 메고 선산을 내려오니 때 아닌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며 옷깃을 적신다. 그이의 눈물이 봄비가 되어 내 가슴을 적시는 것은 아닌지…서둘러 집을 들어서니 그이의 영정이 나를 기다린다. 그러면서 나와 눈이 마주친다. 은연중 "편히 쉬세요."라는 인사말을 넌지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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