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평생 상처 남겼는데…‘5년 정지’ 그친 성범죄 감독 처벌 논란

김세훈 기자 2026. 4. 8.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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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여자축구계에서 발생한 불법 촬영 사건이 드러나면서, 가해 지도자에 대한 처벌 수위와 국제 축구계의 제도적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8일 글로벌 스포츠 전문매체 디애슬레틱 보도에 따르면 체코 1부리그 여자팀 1.FC 슬로바츠코를 이끌었던 페트르 블라호프스키 전 감독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선수들의 탈의 및 샤워 장면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가방에 소형 카메라를 숨긴 채 최소 15명의 선수를 촬영했으며, 피해자 중에는 17세 미성년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선수들은 사건이 2023년 블라호프스키의 체포 이후에야 알려졌다고 밝혔다. 일부 선수는 충격으로 구단을 떠났고, 심리 치료를 받는 사례도 이어졌다. 체코 국가대표 출신 크리스티나 얀쿠는 “평생 영향을 남길 사건”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피해 선수 13명에게 각각 약 2만 체코코루나(약 141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그러나 블라호프스키에게 내려진 처벌은 집행유예 1년과 체코 내 지도자 활동 5년 금지에 그쳤다. 아동 음란물 소지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문제는 징계의 범위다. 현재로서는 해당 감독이 해외에서 지도자 활동을 이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이나 유럽축구연맹(UEFA)이 별도의 추가 징계를 내리지 않는 한, 활동 재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다. 국제선수협회(FIFPRO)는 FIFA에 전 세계 영구 지도자 자격 박탈을 요구하고 있다. FIFPRO 측은 “접촉이 없는 성적 학대라 하더라도 명백한 성폭력”이라며 강력한 제재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축구계의 구조적 문제도 드러냈다. 각국 협회가 해당 사안을 FIFA에 보고할 법적 의무가 없고, 지도자의 범죄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글로벌 데이터베이스도 부재하다. 또한 지도자 대상 안전 교육 역시 의무화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여자축구 선수들이 제도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부 선수들은 정식 고용 관계로 인정받지 못해 보호 장치가 제한적이며, 신고 체계 역시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축구 행정 구조상 협회와 국제기구가 자체 인력을 적극적으로 제재할 유인이 부족하다”며 독립적인 감시 및 징계 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피해 선수 얀쿠는 “말하기 쉽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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