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언어로 번역됐다”…‘홍명보 얼굴마담설’ 핵폭탄, 대한축구협회 긴급 진화

권준영 2026. 4. 8.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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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A “시대착오적 발상, ‘CEO 홍명보-CTO 아로소’는 세계적 트렌드” 논란 일축
입 연 아로소 수석코치 “홍 감독의 헌신은 특별…내 의도 왜곡돼 당혹스러워”

평온하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공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발단은 대서양 건너 포르투갈에서 날아온 인터뷰 기사 한 줄이었다. 주앙 아로소 수석코치의 발언이 국내에 상륙하자마자 홍명보 감독을 향해 ‘전술 공백’, ‘관리형 감독에 불과했다’는 날선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그라운드의 지휘권을 쥔 사령탑의 권위가 통째로 흔들릴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 이번 논란은 대표팀 내 위계질서를 뿌리째 흔드는 ‘핵폭탄급’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대한축구협회(KFA)와 아로소 코치가 직접 진화에 나섰다.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 에른스트 하펠 스타디움에서 열린 오스트리아와 평가전에서벤치에 앉아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빈=연합
8일 대한축구협회는 포르투갈 매체를 통해 보도된 주앙 아로소 코치의 인터뷰를 둘러싼 일련의 논란에 대해 “자극적인 오역이 빚은 해프닝”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어 “아로소 코치가 ‘얼굴마담’과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전혀 없음을 확인했다”면서 “번역 과정에서 의미가 비틀려 자극적으로 전달된 것”이라고 했다.

이번 논란은 아로소 코치가 자국 포르투갈 매체 ‘볼라’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 국내에 뒤늦게 알려지며 시작됐다. 그는 해당 인터뷰에서 “대한축구협회는 대외적인 얼굴이 될 한국인 감독과 실제 훈련을 조직하고 아이디어를 개발할 유럽인 지도자를 찾았다”며 자신을 실질적인 ‘현장 지도자’로 정의했다.

이를 두고 축구 팬들과 언론 사이에서는 홍 감독이 ‘얼굴마담’에 불과하며, 실질적인 전술 지휘권은 아로소 코치에게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아로소 코치가 대표팀의 전술 운용 방식을 상세히 노출한 점에 분개했다. 특히 지난달 유럽 원정에서 스리백 전술로 2연패를 당하며 여론이 악화된 시점과 맞물려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KFA 측은 이번 논란의 본질이 현대 축구의 핵심인 ‘전술 분업화 모델’에 대한 이해 부족에 있다고 진단했다. 감독 1인이 모든 것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던 과거 방식에서 탈피해, 전술 코치가 세부 전략을 설계하고 감독이 큰 틀의 방향성과 매니지먼트를 총괄하는 시스템은 이미 세계적인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알렉스 퍼거슨이나 펩 과르디올라 같은 명장들 역시 유능한 수석코치에게 전술적 전권을 상당 부분 위임해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홍 감독이 팀을 책임지는 ‘CEO’(경영자)라면, 아로소 코치는 전술 파트의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CFO’나 ‘CTO’(전문 경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아로소 코치도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홍 감독의 지도하에 한국 대표팀을 위해 일하는 것은 영광”이라며 “그의 지도력과 헌신적인 태도는 매우 특별하다”고 전해 홍 감독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드러냈다. 아울러 본인의 의도가 왜곡된 보도에 당혹감을 표하며, 해당 매체에 직접 삭제를 요청해 현재 원문은 내려간 상태다.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31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 에른스트 하펠 스타디움에서 열린 오스트리아와 평가전에서 계속되는 득점 실패에 아쉬워하고 있다. 빈=연합
KFA는 이번 해프닝과 별개로 월드컵 준비에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8월 합류한 아로소 코치는 현재 유럽 현지에 머물며 손흥민, 김민재 등 주요 유럽파 선수들의 컨디션을 정밀 점검하는 등 전술 핵심으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KFA 관계자는 “코칭스태프 사이의 신뢰는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다”면서 “소모적인 논란을 뒤로하고 월드컵 본선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증명하는 데만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필요한 잡음은 잦아들었지만, 이번 해프닝은 대표팀을 향한 대중의 시선이 얼마나 날카로운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 아로소 코치가 약속한 ‘헌신’과 홍 감독이 쥔 ‘지도력’이라는 두 톱니바퀴가 얼마나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갈지가 관건이다. 이제 ‘시스템 축구’의 실체를 증명할 ‘홍명보호’가 ‘승리’라는 단 하나의 정답을 향해 거침없는 진군을 시작했다.

권준영 기자 kjykj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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