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면 그만인데 왜?" 비난에 독기로 독자개발한 KF-21 첨단기술
[편집자주] 국산 전투기 개발에 도전한 지 25년. 대한민국은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한 AESA 레이다 등 핵심 기술을 자체 개발하며 드디어 '항공 주권'의 시대를 열었다. K방산의 첨단 기술력은 군사력 뿐 아니라 국가 경제를 이끄는 미래 동력이다. KF-21 양산을 계기로 '동행미디어 시대'가 항공 기술의 산업적 파급 효과와 한국 항공전력의 남은 과제 등을 총 3회에 걸쳐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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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안팎에서도 "성능이 검증된 미국 전투기를 사오면 그만인데 왜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들여 불확실한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느냐"는 날 선 비난이 쏟아졌다.
우리 군이 비난을 감수하며 국산화에 매진한 이유는 명확했다. 남의 나라 전투기를 빌려 쓰는 '종속적 전력'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전투기는 한 번 도입하면 30년 이상 운용하는데 전체 수명 주기 비용 중 도입비는 30%에 불과하고 70%는 유지 보수비가 차지한다. 부품값과 수리비를 판매국이 부르는 게 값인 이른바 '바가지' 구조다.
2011년 발생한 '타이거 아이' 무단 분해 의혹 사건이 국산 전투기 개발 기폭제가 됐다. F-15K 핵심 센서인 타이거 아이가 고장 나 정비를 위해 봉인을 뜯자 미국 조사단은 기술 유출을 주장하며 우리 공군을 압박했다. 내 돈 주고 산 장비조차 마음대로 고칠 수 없고, 수리를 위해 미국으로 보내면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넘게 전력 공백이 발생하는 현실은 독자 플랫폼 확보없이 자주국방은 어렵다는 현실을 일깨워줬다.
김진형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수석연구원은 "해외 도입이나 운영 유지 기간의 해외 의존은 긴급 상황 대처를 매우 어렵게 만든다"며 "우리 기술로 설계 권리를 보유하면 신속한 대응, 전투력 공백 최소화, 개발·양산 과정의 비용과 기간 단축 효과도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2015년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간 KF-21은 얼마 지나지 않아 위기에 봉착했다. 미 행정부가 기술보호정책을 이유로 전투기의 '눈'으로 불리는 AESA 레이다를 포함한 4대 핵심 장비의 체계 통합 기술 이전을 거부한 것이다. 국방부 장관이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설상가상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미납 사태까지 겹쳤다. 공동개발 파트너로서 사업비 20%를 분담하기로 했던 인도네시아가 경제 사정 등을 이유로 수천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연체하고 분담금 규모를 대폭 삭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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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체의 뼈대와 근육을 빚어낸 KAI는 KF-21을 설계 단계부터 5세대 스텔스기의 DNA를 이식한 '스마트 플랫폼'으로 안착시켰다. 이 덕분에 KF-21은 70% 이상 디지털화된 두뇌를 가진 미래형 전투기가 됐다. 특히 국산화된 통합 모듈형 항공전자(IMA) 설계를 통해 센서와 네트워크를 하나로 통합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도 성능을 끊임없이 진화시킬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했다.
전투기의 성능은 결국 '한 끗'의 정밀함에서 결정된다. 마하 1.8에 달하는 초음속 비행 시 기체가 받는 가공할 압력과 진동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수만 개의 부품을 단 하나의 유기체처럼 완벽하게 결합해야 한다. 이 과정은 머리카락 한 올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극한의 정밀 공정이다.
KAI는 이를 위해 동체 자동 결합 시스템(FASS)이라는 최첨단 솔루션을 도입했다. 레이저 트래커가 실시간으로 위치를 계산하고 로봇이 동체를 정렬하는 이 공정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다.
이재윤 KAI 항공기 생산기술실장은 "KF-21은 초음속으로 비행하기 때문에 정렬 상태가 매우 중요한데 FASS를 사용해서 1000분의 1인치(약 0.025mm)까지 정밀 오차를 제어하며 동체를 결합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천 년이 걸려도 못 만든다"고 단언했던 핵심 항전 장비들은 한화시스템 연구원들의 독기에 항복했다. 개발 착수 불과 4년 만에 시제 1호기를 출고하며 대한민국을 세계 12번째 레이다 강국으로 밀어 올린 AESA 레이다가 그 주인공이다.

한화시스템은 민항기를 개조한 시험항공기(FTB)를 타고 200소티가 넘는 처절한 비행을 견디며 기술의 신뢰성을 높였다. 국내 최초로 '마법의 소재'라 불리는 질화갈륨(GaN) 기반 소재를 적용해 레이다의 크기는 줄이면서 출력은 높이고 발열은 낮추는 기술적 쾌거를 이뤘다.
전투기의 두뇌와 감각 기관 역시 우리 손으로 완성됐다. 두뇌 역할을 하는 임무 컴퓨터(MC)와 조종사의 눈과 귀가 되는 다기능 시현기(MFD), 디지털 음성 신호 제어 시스템(ACCS)은 국산화율 100%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적의 스텔스기를 열원으로 찾아낼 적외선 탐색 추적 장비(IRST) 역시 독자 기술로 국산화율을 50%까지 끌어올리며 기술 자립의 역사를 썼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KF-21 개발 및 양산 과정에서 엔진과 보조 동력 장치(APU)를 비롯한 주요 기계 계통 부품의 제작 및 관리를 담당했다. APU는 항공기 운용에 필수적인 동력을 지원하는 핵심 부품이다.
김 수석연구원은 "보통 3, 4년 걸리는 시험 기간을 1, 2년 만에 완수해야 했다. 매월, 매주 높은 품질 요구사항을 맞추기 위해 문제 해결을 수행하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며 "엔진 점화식 행사조차 징크스 때문에 생략할 정도로 오직 완벽한 성공만을 위해 매달렸다"고 회상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체를 수호하는 '전자적 방패'는 LIG D&A가 탄생시켰다. 적의 레이다망을 교란하고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기체를 보호하는 통합 전자전 체계(EW Suite)를 전담한 것이다.
저피탐 설계가 적용된 KF-21의 매끄러운 형상에 맞춰 내장형으로 제작된 이 시스템은 적진 깊숙이 침투하는 극한의 임무에서도 조종사의 생존율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든든한 수호신 역할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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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는 엔진 사이의 내부 무장창 공간을 이미 확보해 향후 완전한 스텔스기로의 진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인공지능(AI) 파일럿인 '카일럿'을 실물 무인기에 실증하며 유무인 복합체계(MUM-T)가 지배할 6세대 전투기 시대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AESA 레이다의 다중 표적 추적 알고리즘과 초정밀 탐지 노하우는 도심항공교통(UAM)과 무인 이동체의 안전을 책임지는 감시 센서 기술로 확장될 수 있다. 레이다 모듈에 적용된 GaN 반도체 설계 및 공랭식 냉각 기술은 고발열 관리가 필수인 전기차 전력 반도체 및 차세대 에너지 산업의 기술적 기반이 될 수 있다.
국산화율 100%를 달성한 임무 컴퓨터의 통합 모듈형 항공전자(IMA) 설계 기술은 시스템 확장성이 뛰어난 만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이나 지능형 로봇의 시스템 고도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이 실장은 "한국의 기술력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K방산과 KAI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유빈 기자 kern@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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