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국내에서 로보택시 상용화한 김기혁 SWM 대표
해외에도 자율주행 기술 수출 검토
지난 6일부터 국내에서 로보택시의 상업운행이 시작됐다. 로보택시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이 운전하는 자율주행 택시다.
국내에서 로보택시의 상용화를 앞당긴 신생기업(스타트업)이 SWM이다. 김기혁 대표가 2005년 설립한 이 업체는 서울시와 실증사업 계약을 맺고 2024년 9월부터 1년 6개월 동안 서울 강남에서 로보택시를 무료로 시범운영했다. 이 기간에 SWM의 로보택시는 7,700회 운행하면서 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 같은 무사고 기록 덕분에 서울시가 강남에서 로보택시의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서울 강남구에서 제한적으로 상업운행을 시작한 로보택시는 SWM과 카카오모빌리티 두 군데서 제공한다. SWM은 2024년부터 시범운영을 하며 1년 6개월 동안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5대의 로보택시를 운영한다. SWM은 상반기 중 로보택시를 20대로 늘릴 예정이다.

나쁜 운전 습관 없는 로보택시
로보택시의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택시 호출앱 '카카오T'에서 '서울자율차'를 선택하면 된다. 아직은 시작단계여서 이용시간과 지역이 제한된다.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심야에 서울 강남 지역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요금은 거리와 상관없이 이용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오전 4~5시는 4,800원, 오후 10~11시와 오전 2~4시는 5,800원,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는 6,700원이다. "나중에 운행지역이 확대되면 서울시, 택시조합 등과 협의해 요금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2017년부터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한 SWM은 이번 로보택시에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했다. 레벨4 수준이면 운전자가 필요없고 원격제어도 하지 않는다. 차량이 스스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레벨4 수준의 로보택시에 안전요원이 탑승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에 국내에서 상용화한 로보택시는 안전요원이 운전석에 앉는다. "어린이 보호구역과 공사구간 등에서 안전요원이 수동으로 운전을 해요. 나머지 구간은 운전요원이 운전대를 아예 잡지 않고 페달 조작도 하지 않아요. 오히려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AI에 맡기는 것이 좋아요."
김 대표가 로보택시에게 운전을 맡기라고 하는 이유는 AI의 경우 사람과 달리 나쁜 운전 습관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성격과 운전 습관에 따라 급하게 페달 조작을 하거나 과속 또는 급히 끼어들기를 할 수 있는데 AI는 그렇지 않아요. 오로지 정해진 규칙대로 안전 운행을 해요.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사람이 없어도 시속 30km를 절대 넘지 않아요."
이를 위해 차량 뒷부분 짐칸에 AI를 탑재한 슈퍼컴퓨터가 들어 있다. "슈퍼컴퓨터는 차량에 장착된 40개 감지기에서 실시간 수집하는 방대한 자료를 AI로 실시간 분석해 운전에 적용해요. 하루에 차량 1대에서 생성되는 자료가 도로상태, 차량 및 사람의 흐름 등 8테라바이트 분량입니다."
하지만 AI를 믿을 수 있을까. 안전요원이 탑승하지 않으면 외부에서 무선통신으로 차량을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지 않냐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거꾸로 이런 불안 때문에 자율주행 차량들에 장착된 AI는 외부와 교신하지 않는다. 해킹 위험 등으로부터 차량과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구글의 웨이모나 테슬라 등 자율주행 차량에 탑재된 AI는 절대 외부와 무선통신을 하지 않아요. 무선통신으로 운전에 개입하면 통신이 지연될 경우 사고가 날 수 있고, 해킹을 당하면 자율주행차량이 테러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AI의 판단을 믿는 것이 중요해요."

택시업계와 상생위해 협의할 것
로보택시는 일반 차량으로도 운행할 수 있지만 AI가 운전대와 페달 등을 제어할 수 있도록 바꿔줘야 한다. 따라서 비용이 만만치 않다.
SWM의 로보택시는 KG모빌리티에서 제작한 차량을 이용한다. "차량 가격만 대략 5,000만 원입니다. 여기에 자율주행 시스템과 감지기 40개 등을 장치하면 추가로 5,000만 원이 들어요. 대략 차량 값이 1억 원 정도 하죠."
SWM에 따르면 시범운영기간에 로보택시를 타본 사람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특히 외국인들의 반응이 좋다. "아직 로보택시를 개발하지 못한 독일과 일본, 동남아 등지에서 로보택시를 타러 와요. 독일의 경영컨설팅 전문가, 일본의 정보기술(IT) 전문가 등이 지난해 찾아와 타보고 후기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렸어요."
그만큼 우리의 로보택시 기술이 해외로 뻗어나가려면 알리는 것이 중요한데 아직은 여러 문제 때문에 이 과정이 힘들다. 이번 로보택시도 택시를 표시하는 갓등이 없고 자율차를 알리는 문양만 있다. 번호판도 노란색 택시번호판이 아닌 임시번호판이다. "서울시에서 자율주행 도입을 위해 일반 차량으로 유사 택시 운행을 할 수 있도록 임시로 허용했어요. 정식으로 택시 면허를 갖추려면 대당 1억 2,000만~1억4,000만 원을 주고 택시면허를 사야 하는데 이 비용을 스타트업이 감당하기 힘들어요."
관건은 기존 택시와 마찰 우려다. 특히 택시기사들은 일자리 위협을 걱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택시업계와 함께 나아가기 위해 계속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매주 법인택시운송조합과 개인택시운송조합 등 택시업계와 회의를 해요. 법인택시들은 택시기사가 부족해 차량 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또 해외 로보택시업체들이 들어올 경우를 대비한 논의 등을 해요. 다행이 1년 6개월 시범운영하면서 택시업계의 호응을 이끌어 냈어요. 지방택시업체들도 올라와 견학을 하죠."
삐삐와 휴대폰 소프트웨어 개발하다 창업
아주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의 첫 직장은 '삐삐'로 통하던 무선호출기 회사 어필텔레콤이다. 여기서 4년간 일한 뒤 휴대폰 제조업체 팬텍으로 이직했다. "삐삐와 휴대폰에 들어간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어요."
팬텍에 1년 근무한 뒤 그는 전공을 살려 2005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SWM을 창업했다. "초기에 삼성전자 휴대폰에서 위성DBM 방송을 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 재생기를 개발해 납품했어요. 이후 차량용 도로안내장치(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LG전자에 공급하면서 자동차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죠."
그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휴대폰 제조업체에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방향을 틀었다. 결정적 계기는 2016년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의 AI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었다. "이 9단이 알파고에게 패하는 것을 보면서 차량에 AI가 들어가는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듬해부터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죠."
마침 SK텔레콤이 5세대 이동통신을 적용한 자율주행버스 사업을 진행해 여기에 관련 기술을 제공했다. "12m 길이의 대형버스를 이용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했어요. 그런데 버스는 무겁고 사람이 많이 타서 미세 조정에 어려움이 많아요. 사람이 힘들면 AI도 힘들어요.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2022년부터 자율주행 승용차로 적용 대상을 바꿨죠."
매출은 지난해 130억 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200억 원이 목표다. "자동차 업체에 전자제어와 자율주행 기술 등을 공급해 매출을 올려요." 아직은 투자 단계여서 적자다. 직원은 200여명이며 지금까지 250억 원을 투자 받았다. "매년 50억 원 이상의 개발비를 투입해요. 후년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봐요."
앞으로 김 대표는 자율주행 기술을 국내외로 확대할 계획이다. "로보택시가 전국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해요. 그렇게 되면 내년에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하고 2027년부터 해외 진출을 할 계획입니다. 자율주행차량을 만들지 못하는 중동과 동남아 대상으로 해외 서비스 제공을 논의 중이에요.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에 거부감을 갖는 일본도 우리에게 적극 요청을 해요. 지속적인 자율주행 기술 개발로 해외에서도 확실한 성과를 만들어야죠."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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