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합격률보다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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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앞둔 시점에는 '변호사 합격자 수를 줄여달라'는 변호사 단체의 요구가 거세진다.
매년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몇 명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공방을 이어가기보다, 먼저 우리 사회에서 법조인에게 기대되는 역할이 무엇인지, 법조인들의 다양한 활동으로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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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레 교육의 질 저하, 전문성 확보 방해 우려돼
시대 맞는 법조인 역할 고민·사회 수요 맞는 배출 시스템 마련 필요

해마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앞둔 시점에는 '변호사 합격자 수를 줄여달라'는 변호사 단체의 요구가 거세진다. 올해도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달 30일부터 법무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고, 6일에는 '변호사 배출 감축을 위한 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협회는 이 집회의 목적이 인구 급감과 인공지능(AI)의 확산 등 급변하는 환경을 외면한 법조인 배출 구조의 문제점을 규탄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수요가 감소하는 시장에서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시장 질서를 왜곡하고 서비스 품질을 저하시키며, 특히 기술의 변화로 전문직 직무의 자동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므로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단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호사 수의 급증으로 수임료는 줄어들고, 특히 청년 변호사들이 생존의 위협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들으며, 로스쿨에서는 물론이고 사회에 진출해서도 경쟁에 내몰린 법조인들의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부터 드는 게 사실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수요·공급의 법칙을 언급하기에 앞서, 우리가 과연 사회의 수요에 상응하는 법조인을 제대로 공급하고 있는가 하는 점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낮추는 게 법률서비스의 품질을 유지·향상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는지를 생각해 보자. 적어도 로스쿨 교육의 측면에서 보자면, 변호사시험 합격률의 압박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법조인이 되고자 높은 경쟁률을 뚫고 로스쿨에 진학한 학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3년을 보내지만,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이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로스쿨 교육을 위축시킨다.
당초 로스쿨 제도는 실무 중심의 교육을 통해 다원화된 시대에 맞는 전문가를 양성하고자 도입되었으나, 지금의 로스쿨 수업은 이른바 주요 과목에 과도하게 편중되어, 변호사시험의 선택과목으로 지정된 과목조차 정규 수업으로 진행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당장 변호사시험의 부담이 큰 학생들에게 로스쿨에서 다양한 수업이나 여러 경험을 통해 전문성을 쌓고 진로를 모색해 보라는 건 현실에 맞지 않는 조언일 뿐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기술의 발전이 지식 노동을 대체하는 상황은 변호사 업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신규 채용은 줄어들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거라는 현실 인식은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당장 변호사 수를 줄임으로써 막을 수 있는 게 아니고, 법조계 전체의 혁신이 절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로스쿨 교육은 기술로 대체할 수 없는 인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많은 판례를 암기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지식을 깊이 있게 배우고 리걸 마인드를 제대로 익혀서 선례가 없는 문제도 해결해 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법조문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데에 그칠 게 아니라, 기술이 통제하지 못하는 가치의 영역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사회가 급변하고 있는 만큼, 기존에 법조인들이 담당했던 전통적인 역할만이 아니라, 법조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보다 다양하고 혁신적인 활동들이 필요할 것이다. 변호사 수가 늘었어도 여전히 접근성이 떨어지는 공익 영역이나 공공 분야에서의 법조인의 역할은 더욱 강조될 필요도 있다.
매년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몇 명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공방을 이어가기보다, 먼저 우리 사회에서 법조인에게 기대되는 역할이 무엇인지, 법조인들의 다양한 활동으로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다. 그에 맞추어 법조인을 어떻게 교육하고, 어떤 시스템으로 얼마만큼 사회에 배출할 것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장보은 교수(한국외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