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게 내 전부냐" 묻는 아들에게, 노르웨이 엄마는 책으로 답했다

최다원 2026. 4. 8.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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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2월 노르웨이 베르겐.

책은 모자의 내밀한 가족사와 초국가적 입양산업의 실태를 교차시키며 '선의'가 '상흔'이 된 역사를 해부한다.

이 책이 한때 한국에서 '박현욱'으로 불렸던 아들에게 완전한 해답을 주기에 부족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내일은 대구에 가서 친엄마를 만날 거예요. 그리고 이 책을 드리려고요." 현욱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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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한국 엄마에게' 저자 기자간담회]
사회학자인 저자, 국제 입양산업 실태 추적
입양 서사에서 지워진 한국 생모들도 주목
'너의 한국 엄마에게' 저자인 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왼쪽)가 아들 안데르스 현 몰비크 보튼마르크와 7일 서울 종로구 한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직후 포즈를 취해보이고 있다. 푸른숲 제공

1998년 12월 노르웨이 베르겐. 부부가 갓 걸음마를 시작한 아들을 안고 떨리는 마음으로 대학병원 소아과에 들어선다. 접수서에 적은 아이 이름은 '안데르스 현 몰비크 보튼마르크'. 등까지 드리운 짙푸른 몽고반점으로 백인 부부를 긴장시켰던 아이는, 어느새 스물두 살 청년으로 성장해 자신의 오래된 파란색 여행가방을 뒤지며 이렇게 묻는다. "정말 이게 전부인가요, 엄마?"

안데르스의 양모이자 사회학자인 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는 책 '너의 한국 엄마에게'(푸른숲 발행) 집필을 결심한 순간을 이렇게 말한다. 20여 년 전 "친모에게도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라는 입양단체의 말을 믿고 선택한 길이었지만, 자기 뿌리를 궁금해하는 아들에게 그가 건넬 수 있는 건 갓난아기 시절 인식표 옆에서 촬영된 사진과 "친부모 정보는 없다"고 반복하는 서류 몇 장이 전부였다.

의아한 건, 아이가 위탁가정에 맡겨진 경과는 짧게나마 기록돼 있다는 사실이었다. 다시 말해 한국 입양기관은 안데르스의 생부모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입양의 근원을 추적하던 저자는 산업화된 국제입양 시스템의 민낯을 목도한다. 빠른 일 처리를 위해 호적은 손쉽게 조작됐고, 심지어 입양이 예정된 아이가 죽으면 다른 아이가 그 신원을 '물려받기'도 했다.

'너의 한국 엄마에게' 저자인 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왼쪽)가 아들 안데르스 현 몰비크 보튼마르크와 7일 서울 종로구 한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푸른숲 제공

책은 모자의 내밀한 가족사와 초국가적 입양산업의 실태를 교차시키며 '선의'가 '상흔'이 된 역사를 해부한다. 동시에 여러 성인 입양인과의 인터뷰, 문헌·영상자료 조사 등을 바탕으로 이 같은 문제가 특정 국가만의 사안이 아님을 강조한다.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아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저자는 7일 기자간담회에서 "해외입양이란 거대한 이야기가 세계적 차원에서 어떻게 전개됐는지 쓰고자 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틴은 그간의 입양 서사에서 지워진 생모들에게도 조명을 비춘다. "한국의 가난한 미혼모로부터 아이들을 구해냈다"는 단편적 서사에 이의를 제기하며 "입양 절차에선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 고려돼야 한다"고 선언하는 국제협약의 공허함을 꼬집는다. 그는 "입양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가능하다면 국내에서, 양부모와 친부모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독자 가운데 자신의 책을 꼭 읽었으면 하는 이들로 '정책입안자'를 꼽은 크리스틴은 최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해외입양 전담팀을 꾸린 것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에서 2024년 시행된 보호출산제에 대해선 "아이의 알 권리가 더 우선돼야 한다"고 비판하면서도 정부가 '2029년까지 해외입양 완전 중단' 방침을 세운 것에는 "(과거와) 선을 끊고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저자는 자신 역시 거대한 입양산업에 가담한 일원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 책이 한때 한국에서 '박현욱'으로 불렸던 아들에게 완전한 해답을 주기에 부족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모자는 2023년 4월 친모와의 만남에 성공한 것을 디딤돌 삼아 여정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내일은 대구에 가서 친엄마를 만날 거예요. 그리고 이 책을 드리려고요." 현욱이 말했다.

너의 한국 엄마에게·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 지음·푸른숲 발행·444쪽·2만3,000원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정예림 인턴 기자 herewego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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