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트럼프의 ‘문명 멸절’ 경고에 ‘인간 사슬’로 저항하는 이란… 전 세계가 숨죽였다

권순욱 2026. 4. 8.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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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 문명 전체의 소멸’이라는 유례없는 경고
미·이스라엘 연합군, 하르그섬 공습과 주요 교량 파괴
방패가 된 이란 시민들, 인간 사슬로 최후의 저항
최고조에 이른 긴장감, 전 세계가 숨죽이며 트럼프 주시
45일 휴전안, ‘문명 멸절’ 막을 마지막 비상구 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이란과의 협상 최종 시한이 임박하면서 중동 정세가 전례 없는 파국과 극적인 타결의 기로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문명이 사라질 것”이라며 초강력 경고 메시지를 던진 가운데, 미군과 이스라엘군은 이미 이란 내 주요 교통 및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정밀 타격을 시작했다. 이에 맞서 이란 시민들은 발전소와 교량에 모여 ‘인간 사슬’을 형성하며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등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제 전 세계의 눈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시한인 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정권을 향한 압박 수위를 한계치까지 끌어올렸다. 그는 “오늘 밤 한 문명(civilization) 전체가 사라져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그런 일이 일어나길 바라지 않지만, 아마 그렇게 될 것”이라는 섬뜩한 전망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시한은 한국 시간으로 8일 오전 9시다. 만약 이 시점까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을 포함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란의 전력망과 교량 등 민간 인프라 전체를 파괴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이미 유엔 안보리에 회부된 호르무즈 해협 개방안은 부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중대 조건이 무산된 셈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이란 내부의 상황을 ‘정권 교체’가 진행 중인 상태로 규정하며 “더 똑똑하고 덜 급진적인 사람들이 주도하고 있어 어쩌면 혁명적으로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언급해 막판 타결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또한 인간 사슬로 저항하는 이란에 폭격 시한을 또다시 연장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상황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말뿐인 경고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듯, 미군과 이스라엘군의 군사 행동은 이미 개시됐다. 미군은 이란 원유 수출의 90%를 담당하는 ‘경제의 심장부’ 하르그섬의 군 시설에 50차례 이상의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왕관 보석’이라 칭했던 이곳에 대한 공격은 협상 결렬 시 닥쳐올 경제적·군사적 재앙을 미리 보여주는 예고편과 같다.

동시에 이스라엘군은 테헤란, 타브리즈, 커션 등 이란 전역의 주요 교량 8곳을 공습했다. 이스라엘군은 이 시설들이 “테러 공격을 위한 군수물자 수송로로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작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이란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타브리즈-테헤란 고속도로와 마슈하드행 철도 교량 등이 파괴되어 교통이 마비되고 일부 지역에서는 송전선 파손으로 인한 정전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습 위협이 현실화되자 이란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타브리즈와 하메단, 가즈빈에 위치한 화력발전소 앞에는 수많은 시민이 모여 서로의 손을 맞잡고 ‘인간 사슬’을 만들었다. 이들은 이란 국기를 흔들며 “전력 시설 공격은 전쟁 범죄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미국의 민간 인프라 타격 예고에 강력히 항의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러한 시민들의 움직임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결집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아흐바즈와 데즈풀의 주요 다리 위에서도 수백 명의 시민이 나란히 서서 공습에 몸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미국의 정밀 타격에 대한 심리적 저지선 역할을 하는 동시에, 민간인 피해를 부각해 국제적인 여론을 환기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파키스탄 등 중재국이 내놓은 ‘45일 휴전 및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방안을 놓고 물밑 협상을 지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47년간 이어져 온 착취와 부패, 죽음이 마침내 끝날 것”이라며 이날 밤을 역사적 순간으로 규정한 것은, 단순한 파괴 선언을 넘어 이란 측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압박하는 고도의 심리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란이 영구적인 종전 보장과 해협 주권 사수를 완강히 주장하고 있어 시한 내 합의 가능성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만약 합의가 불발되어 대대적인 인프라 초토화 작전이 단행될 경우, 중동 정세는 돌이킬 수 없는 전면전의 늪으로 빠져들게 된다. 전 세계가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오늘 밤’의 결과에 숨을 죽이고 있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 말미에 담긴 “이란의 위대한 국민들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이라는 발언이 진심 어린 화해의 서막이 될지, 아니면 거대한 파괴 전의 마지막 작별 인사가 될지는 이제 불과 몇 시간 뒤에 판가름 날 예정이다.

이란 서남부 후제스탄 아흐바즈의 교량에 모인 시민들. 연합뉴스


권순욱 기자 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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