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두 트럼프’, 마약 척결·국경 통제 의기투합
마약 카르텔을 ‘공동의 적’ 규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밀착하며 각각 ‘남미의 트럼프’로 불린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과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을 갖고 협력 강화를 선언했다. 남미 블루 타이드(blue tide·우파 연쇄 집권)에 일조한 두 정상이 이념적 결속을 토대로 본격 밀착하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6일(현지 시각)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통령궁에서 열린 회담에서 두 정상은 무역·투자를 확대하고, 마약 카르텔과 초국가적 조직범죄를 ‘공동의 적’으로 규정하고 정보 공유와 국경 통제를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양국 간 민감한 현안인 갈바리노 아파블라사 신병 확보 문제도 주요 의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블라사는 1991년 칠레 우파 진영의 정치적 스승으로 불렸던 하이메 구스만 상원의원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인물이다. 그는 아르헨티나로 도피해 난민 지위를 받아 은둔해 왔지만, 밀레이 정부 출범 이후 난민 지위가 박탈됐다. 최근 아파블라사의 거처를 급습했으나 검거에 실패한 아르헨티나 경찰은 그에게 2000만페소(약 2100만원)의 현상금을 내건 상태다.
이번 회담은 칠레 대통령이 첫 해외 방문지로 이웃 나라 아르헨티나를 택하는 외교 관행에 따른 것이지만, 두 정상의 뚜렷한 이념적 공감대로 주목받았다. 카스트는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승리가 확정된 뒤 자신을 지지했던 밀레이를 찾아 감사를 표했고, 밀레이 역시 지난달 카스트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연대를 과시했다.
5000㎞가 넘는 국경을 맞댄 양국은 최근 우파 이념을 바탕으로 밀착하고 있다. 좌파 성향이었던 칠레 전 정부와 밀레이는 다소 껄끄러운 관계였는데, 카스트가 정권을 잡으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카스트는 군부 정권을 이끌었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 이래 칠레에서 가장 강경한 우파 성향 지도자로 꼽힌다. 2023년 취임한 밀레이는 과거 아르헨티나를 지배했던 좌파 포퓰리즘을 근절하는 ‘전기톱 개혁’을 주장하며 공격적인 긴축 정책을 추진해 왔다. 두 사람은 2022년 보수 정치 행사에서 만난 뒤로 정치적 연대를 구축했고, 서로 선거를 지원하며 관계를 다져 왔다.
두 지도자는 트럼프와 가장 가까운 중남미 정상으로도 꼽힌다. 밀레이는 외국 정상 가운데 2024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를 가장 먼저 만났을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 카스트는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북부 국경 지대에 장벽과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두고 트럼프가 미국과 멕시코의 접경 지대에 설치했던 ‘국경 장벽’을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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