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해킹’으로 바꾼다… “만병통치 아냐” 주의보도
식단부터 비만-ADHD 치료까지
몸과 정신을 적극 개조하는… ‘바이오해킹’ 시장 성장세
과장된 효과-부작용 경계해야

잠시 지나가는 유행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다크 샤워의 유행 이면에는 ‘바이오해킹’이라는 더 큰 트렌드가 자리하고 있다. 바이오해킹이란 생물학을 뜻하는 ‘바이오(bio)’와 서버를 뚫고 특정 시스템을 바꾸는 ‘해킹(hacking)’을 합친 말이다. 컴퓨터 해커가 시스템의 취약점을 찾아 성능을 최적화하듯, 사람들은 단순한 ‘건강 관리’를 넘어 자신의 생물학적 시스템(몸과 정신)을 분석해 최적화하고자 한다. 신체 기능을 인간의 한계치까지 끌어올리려는 ‘DIY(셀프 제작) 생물학’의 일종이다.
바이오해킹의 범위는 매우 넓다. 실생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례부터 미래지향적인 도전까지 다양하다. 가장 흔한 형태는 식단과 영양 관리다. ‘방탄커피’로 유명한 데이브 애스프리가 제안한 저탄고지 식단이나 간헐적 단식, 특정 영양제 복용으로 뇌 기능을 활성화하는 방식 등이 해당된다. 연속혈당측정기(CGM)를 착용해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자신의 신체가 특정 음식이나 활동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수치로 확인하려는 움직임도 포함된다.

자녀의 성장에 관여하는 부모들도 늘고 있다. 키 크는 약이라는 소문이 퍼지기도 한 ‘텐텐츄정’은 2024년 약국에서 판매된 일반의약품(OTC) 중 매출 비중 순으로 5위에 오르기도 했다. 호르몬 치료에 대해서도 적극적이다. 지난 5년간 국내 성장 호르몬제 시장이 약 4배 증가했으며, 최근에는 성장판이 닫히는 시기를 늦추는 성조숙증 억제 주사를 섞는 혼합형까지 등장했다.
신체가 아닌 정신 영역도 바이오해킹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수를 많이 하는 성격’을 성격 문제로 보지 않고 의학적으로 들여다보는 사람들도 늘었다. 성인 ADHD에 대한 정보가 널리 알려지면서 적극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ADHD 치료에 쓰이는 메틸페니데이트 처방 환자 수가 2024년 기준 33만7595명으로 2020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해외에서는 더 과격한 움직임도 나타난다. 수천만 원이 넘는 고압산소실을 집 안에 설치하고 순수한 산소를 마시거나, 혈장을 온전히 교체하는 플라스마페레시스(plasmapheresis) 시술을 받는 사례가 그렇다.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뉴럴링크’도 뇌에 초소형 칩을 이식한다는 점에서 바이오해킹 기업으로 꼽힌다.
바이오해킹은 양날의 검이다. 전통적인 의료 체계에만 의존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개인이 능동적으로 자신의 데이터를 관리하고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예방의학 관점에서 수명 연장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다만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극단적인 유전자 조작 시도는 신체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기술을 활용해 신체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자와 그러지 못하는 자 사이의 ‘생물학적 불평등’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바이오해킹 시장은 앞으로도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다만 그 속도만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미영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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