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순리 담은 ‘숯의 언어’ 공간 따라 펼쳐진다
안도 타다오 설계 유기적 결합
12월 6일까지 원주 뮤지엄 산
산불재난 치유 상징 전면 배치
소멸·생성·순환 개념 전시화

불을 통과한 숯은 더 이상 타오르지 않지만, 그 안에는 소멸 이후의 시간과 가능성이 응축돼 있다.
‘숯의 작가’ 이배의 대규모 개인전 ‘En attendant: 기다리며’가 7일 개막, 12월 6일까지 원주 뮤지엄 산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거장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건축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전시 공간으로 확장하며, 이배의 조형 언어를 결합했다. 공간과 예술, 자연을 근본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뮤지엄산의 첫 한국작가 기획전이다. 농부의 아들로 성장한 작가의 정체성 또한 담겨 있다.
1989년 프랑스로 건너간 이후 ‘숯’이라는 단일 매체에 천착해 온 이배는 물질에 내재된 생성과 소멸, 순환의 원리를 탐구하며 한국의 정신성을 현대미술의 언어로 확장해 왔다. 이번 전시는 30여 년에 걸친 그의 예술 세계를 심층적으로 조망하며, 회화와 조각을 넘어 설치와 영상까지 전례 없는 스케일로 선보인다.
전시 제목인 ‘기다리며’는 미완의 상태 속에서 미래를 향해 열려 있는 능동적인 시간을 의미한다. 나무가 가마 속에서 불에 타 형태를 잃은 뒤 오랜 시간 식으며 새로운 물질인 숯으로 재탄생하듯, 소멸과 생성 사이에서 에너지를 응축하는 ‘인고의 기다림’은 작가 사유의 핵심이다. 숯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변화가 완성되기 전의 시간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전시는 ‘기다림’을 곧 생성의 작용으로 읽게 한다.
관람객은 본관 입구에서 시작해 갤러리 로비와 청조갤러리 1·2·3을 거쳐 야외 ‘무의 공간’에 이르기까지 총 여섯 개의 공간을 이동하며 작가의 물성과 정신성이 전개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먼저 뮤지엄 본관 입구에는 2023년 뉴욕 록펠러센터에서 선보인 작업의 확장판인 높이 8m, 무게 7t에 달하는 거대한 숯기둥 ‘불로부터’가 전시된다. 정화와 치유를 상징하는 숯이 압도적인 규모로 관람객을 맞이하며, 전 세계적 산불 재앙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회복을 바라는 작가의 염원을 전한다.

청조갤러리 1·2는 음양의 개념을 담아 ‘White’와 ‘Black’ 공간으로 구성됐다. 백색 공간에는 여백과 빛을 구현한 조각들과 함께, 작가가 새벽 4시 미술관을 찾아 직접 벽면에 박아 넣은 3만 5000여 개의 스테이플러 심 작업이 설치됐다. 거대한 붓질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수만 개의 얇은 철사가 집적된 흔적으로 드러난다.

청조갤러리 3 ‘Becoming’은 논 위에서 직접 붓질하는 영상이 상영되고, 고향 청도에서 가져온 흙으로 구현된 논이 함께 설치됐다. 전시 기간 동안 식물이 자라고 사라지며 땅과 신체, 시간의 순환적 관계가 실제로 드러나게 된다.
작가는 강릉 산불 현장에서 모든 것이 타버린 땅 위로 개미가 오르는 장면을 보고 “그 생명력에 놀랐다”며 “농부는 땅을 일구지만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저 기도만 하게 된다. 이번 전시도 그런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했다. 자연의 순리에 억지로 개입하지 않는 ‘무위(無爲)’의 태도가 작업 전반을 관통한다.
야외 공간에는 주변 산세와 건축 지붕의 높이에 호응하도록 설계된 10m 규모의 브론즈 ‘붓질’ 6점이 배치됐다. 작가가 이번 전시에 가장 어울리는 작업으로 꼽은 작품들로, 검은 브론즈 조각들이 주변 나무와 건축물이 산세와 유기적으로 조응한다. 그의 작품은 자연의 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검정이 닫힌 끝이 아니라 주변 세계와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변주되는 상태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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