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을 가다/김철중]“싼 가격 아닌 ‘가심비’가 중요”… 품질 경쟁 치열해진 中소비재 시장
지난해 매출 40% 오르며 급성장… 가격보다 품질 앞세워 고객 확보
소비력 갖춘 中 중산층 공략 적중
中 정부 “질적 개선 통해 소비 창출”… 韓기업도 中 중산층 공략 창구로 주목


● 가격 아닌 품질로 충성 고객 확보
샘스클럽은 글로벌 유통 기업 월마트가 운영하는 창고형 매장이다. 1996년 중국에 처음 진출한 이후 현재 중국 전역에서 63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만 매장 10곳이 새로 문을 열었을 정도로 최근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선전과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의 일부 플래그십 매장은 연간 30억 위안(약 6600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한다.
매장 이용이나 온라인 주문이 가능한 일반 회원 멤버십은 연간 260위안(약 5만7000원). 중국의 다른 대형 유통 업체들은 별도의 연회비를 받지 않는다. 매장에서 만난 왕모 씨는 “연회비를 내더라도 이곳에서 파는 제품은 믿고 살 수 있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에서 샘스클럽을 이용하는 중국인이나 외국인 고객들은 ‘품질에 대한 믿음’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중국은 온라인 쇼핑이나 배달 플랫폼이 크게 발달했지만, 수많은 상품 중에 원하는 품질의 물건을 찾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반면 샘스클럽에 입점한 상품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가 보장된다고 여겨 구매 고민이 줄어드는 것. 샘스클럽은 진열 상품 종류 수도 약 4000개로 줄여 수만 개의 상품을 구비해 놓은 일반 대형마트와 차별화했다.
판매 가격도 크게 저렴하지 않다. 4일 방문한 매장의 스테이크용 소고기 가격은 kg당 120∼180위안(약 2만6000∼3만9000원)으로 중국의 일반 마트에서 파는 현지 도축 소고기보다 30% 이상 비쌌다. 판매 상품 가운데 해외 직수입 제품과 자체 브랜드(PB) 가운데도 글로벌 소싱을 통해 생산된 제품이 많은 이유도 있지만, 가격보다는 품질을 우선시하는 철학이 깔려 있다. 도축 방식에 따른 품질의 차이, 중국 신선 식품에 대한 불신, 차별화된 상품을 구매한다는 만족감 등이 샘스클럽의 고기를 구입하는 이유다.
올해 초 샘스클럽에 버터구이오징어 상품을 입점시킨 현대푸드의 강정민 이사는 “샘스클럽은 한국의 대형 유통 채널에 비해 가격을 낮추라는 압박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매장에서 팔리는 상품 가격은 49.9위안(약 1만900원)으로 관세 등을 고려하면 한국 소비자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
대신 업체와 제품 선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중소기업의 경우 샘스클럽 측에서 요구하는 제품 안전 인증을 받고, 공급망 안전성과 기업 환경 윤리 적절성 등을 갖추려면 납품 심사를 준비하는 데에만 6개월가량이 소요된다. 강 이사는 “일단 샘스클럽에 납품하고 나니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다른 중국 유통업체를 상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 내수 회복 나선 中 정부 “소비 업그레이드해야”
중국 중산층들은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가성비, 그리고 더 나아가 소비를 통해 심리적 만족감을 느끼는 ‘가심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신랑재경(新浪財經)은 “중산층은 저가 제품을 기피하면서도 과도한 프리미엄 지출 역시 꺼린다”면서 “품질과 가격 사이의 균형이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전체적으로는 소비가 위축돼 있지만, 구매력이 높은 중산층 이상의 소비자들은 단순히 돈이 없어서 소비를 줄인 게 아니라 적당한 가격에 품질 좋은 제품을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동안 중국의 유통업체들은 과도한 저가 경쟁에 몰두했고, 판매 단가를 낮춰야 하는 제조업체들은 이익률 하락을 감수해야 했다. 수익이 떨어진 기업은 임금을 줄였고, 결국 소비자들은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올해 최우선 경제 목표를 내수 회복으로 삼은 중국 정부도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달 양회 업무보고에서 상품 소비의 확대와 업그레이드를 주요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리 총리는 특히 “생활 서비스 소비의 품질을 높이고 다양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이 추진하려는 소비 정책은 단순한 지출 확대가 아니라 소비 심리 회복을 통한 구조적 전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 중국 당국이 전기차, 음식 배달 플랫폼 업계 등을 불러모아 저가 경쟁을 경고하고 나선 것도 소비 업그레이드 정책의 연장선이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중국은 소비 업그레이드를 산업 업그레이드의 동력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글로벌 정세에 따른 수출 불확실성을 만회하기 위해 내수를 키워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중국 당국이 추진하는 내수 소비의 질적 성장은 한국 기업들에도 기회가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도 지난해 11월 경주, 올 1월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이후 한중관계 개선 분위기 속에 소비재 기업들의 중국 진출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의 내수 촉진 정책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K푸드, K뷰티의 브랜드 역량 등이 더해질 때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특히 소비재 업계에서 샘스클럽은 최근 중국 내수 시장 진입을 위한 주요 경로로 여겨지고 있다. 이미 풀무원 등 중국 사업을 활발하게 하는 기업들은 샘스클럽을 통해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보디케어 브랜드인 해피바스는 지난해 샘스클럽을 통해 자사의 보디워시 제품을 중국에 처음 수출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샘스클럽은 중국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중소기업들의 입점 문의도 크게 늘었다. 샘스클럽 입점 지원 사업을 담당하는 KOTRA 선전무역관에 따르면 지난해 지원 사업 신청 기업 수가 전년 대비 약 49% 증가했다. 샘스클럽을 통한 수출액도 2023년 170만 달러(약 25억6000만 원)에서 지난해 447만 달러(약 67억2000만 원)로 급증했다. 윤보라 KOTRA 선전무역관 부관장은 “올해에는 식품과 유아용품, 생활용품 분야의 한국 업체들이 입점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동일 카테고리 내에서 가격 대비 가치가 분명한 제품이 입점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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