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도 엄연한 근로자” 선수협, '스포츠 노동 가이드라인' 합의 적극지지

[포포투=정지훈]
사단법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를 비롯한 전 세계 주요 선수협회 대표단이 국제노동기구(ILO) 회의에서 새로운 '스포츠 부문 노동 가이드라인' 도입에 최종 합의한 것에 대해 강력한 환영과 지지의 뜻을 밝혔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는 세계선수협회(WPA)와 UNI 글로벌 유니온, 그리고 근로자·사용자·정부 측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문 운동선수를 위한 기본 원칙 및 권리 증진, 폭력 및 괴롭힘 근절을 담은 최신 가이드라인을 협상했다. 수립된 절차에 따라 이 가이드라인은 오는 2026년 11월에 열릴 제358차 ILO 이사회에 제출되어 최종 검토될 예정이다.
이번 합의는 운동선수의 권리를 단순히 스포츠계 내부 규정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과 ‘안전한 근로환경’의 문제로 국제사회가 본격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즉 선수 역시 계약을 맺고, 임금을 받고, 일정과 규율에 따라 일하는 직업인으로서 기본적인 권리와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이다.
또한 이번 가이드라인은 지난 2020년 스포츠계의 '양질의 일자리(decent work)'에 관한 첫 합의 이후 6년 만에 업데이트된 것으로, 현대 스포츠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를 적극 반영했다. 알렉스 필립스 FIFPRO 사무총장은 "유럽연합을 넘어 여러 지역의 법정에서 선수들에게 유리한 판결이 잇따르는 등 노동권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며 가이드라인 갱신의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스포츠 규정이 선수의 근로 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선수의 '근로자성 인정'과 '결사의 자유 및 단체 교섭권'을 핵심으로 다뤘다. 나아가 촘촘한 경기 일정과 기후 위기에 따른 산업 안전 보건 리스크, 강제 노동 및 이적 규정이 초래하는 고용 제한 요소, 그리고 선수 데이터 활용과 인공지능(AI) 문제 등 현대 축구가 직면한 최신 쟁점들이 사상 처음으로 포함되었다.
이러한 국제적 논의의 방향은 해외 스포츠 산업에서 이미 현실로 구현된 바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협회(MLBPA)는 마빈 밀러 체제에서 노동조합으로 전환한 뒤 단체교섭협약(CBA)을 통해 최저연봉 인상, 연봉조정제도, 자유계약선수(FA) 제도 등을 이끌어냈고, 단체교섭권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협상력을 확보했다. 일본프로야구 역시 2004년 선수회가 리그 구조 개편 논의에 제동을 걸며 선수 의사를 제도적으로 반영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는 이번 ILO 가이드라인이 강조한 ‘근로자성 인정’과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 보장’이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실제로 선수 권익 향상을 이끄는 핵심 조건임을 보여준다.
선수협 김훈기 사무총장은 이번 글로벌 스탠더드의 확립이 K리그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선수협 김훈기 사무총장은 “국제 사회와 ILO가 선수의 권리를 단순한 스포츠 규정이 아닌 엄연한 '노동권'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강화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고 당연한 흐름이다. 이제 K리그 역시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이러한 글로벌 스탠더드에 발맞춰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수협 김훈기 사무총장은 “최근 국내에서도 논란이 된 여름철 살인적인 폭염 속 경기 일정이나 기후 변화로 인한 선수의 건강 위협, 그리고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경기장 안팎의 폭력 및 괴롭힘은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대부분의 선수는 직업 생명이 짧고 고용이 불안정하다. 이번 ILO 가이드라인 합의를 강력한 지렛대 삼아, 선수협은 K리그 선수들의 안전한 근로 환경과 권리를 완벽하게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인 제도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FIFPRO와 함께 전 세계 7만 명 이상의 축구 선수를 대변하는 글로벌 연대에 동참하고 있는 한국 선수협은, 단체 교섭 시스템이 아직 완벽히 정착되지 않은 아시아 지역에서도 모든 선수가 보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국제 사회와 지속적으로 공조해 나갈 방침이다.
정지훈 기자 rain7@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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