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김해시립김영원미술관] 광화문 세종대왕상 원형 품었다… 신상 예술거점 등장에 들썩
김해종합운동장 내 복합문화공간
진영 출신 조각 거장 작품세계 조명
개관 이틀 만에 관람객 1만명 돌파
‘확장하는 인간’ 주제로 세 가지 전시
AI 시대 ‘인간의 의미’ 질문 던져
미래 기술·도시와 관계 변화 탐색
한글박물관과 공동 기획전도 눈길
지난 주말 김해시립김영원미술관에는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4일 개관 이후 이틀간 1만 명이 넘는 시민이 찾으며 미술관은 지역 대표 문화공간으로서의 출발을 알렸다.
김해시립김영원미술관은 세 개의 전시를 통해 인간과 도시, 인공지능 시대의 감각 변화를 조망하고 있다. 인간에서 출발한 질문은 내면을 거쳐 세계로 확장되고, 다시 시대의 언어를 묻는다.


◇조각가 김영원, 고향 김해에서 인간과 몸의 본질을 묻다= 김영원 조각가는 김해 진영 출신으로, 반세기 넘게 인체를 통해 인간의 정신성과 생명력을 탐구해 온 한국 조각계의 대표 인물이다. 그는 추상 위주의 흐름 속에서 사실적인 조각의 맥을 이어오며 한국 구상조각의 지평을 확장해 왔다.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그림자의 그림자 길’, 삼성호암미술관의 ‘오수’ 등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기념비적 작품들은 한국 현대 구상조각의 상징적 성취로 평가된다. 이번 개관은 작가가 평생 천착해온 ‘인간’이라는 주제를 고향 김해의 역사적 자양분과 결합해 시민들에게 선보인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운동장 위 피어난 예술…지역 넘어 세계로= 김해종합운동장 내에 위치한 입지 조건도 미술관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만든다. 스포츠의 핵심 요소인 몸과 조각 예술의 근간인 신체를 연결하는 시도다. 미술관은 역동적인 스포츠 현장에서 예술적 감수성과 치유를 경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다.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성찰하는 동시대 미술을 소개하고, 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성과 대중성의 균형을 맞춘 운영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시립미술관으로서 지역 미술의 뿌리를 찾는 작업도 병행한다. 차산 배전, 아석 김종대 등 김해 문인화의 전통을 연구하고 지역 미술 아카이브를 구축해 ‘소프트 파워가 강한 매력적인 도시 김해’의 근간을 다진다.
동시에 국제적 네트워크 확장에도 박차를 가한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및 해외 자매도시 간 작가 교류를 정례화하고, 김영원 작가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김해를 국제적인 예술 소통의 거점으로 만들 계획이다.
최정은 김해시립김영원미술관 관장은 “시민들이 예술을 통해 소통하고 성장하는 열린 광장이자 김해의 문화적 품격을 전 세계에 알리는 핵심 거점으로 키워나가겠다”며 “예술로 그리는 미래, 모두와 함께하는 미술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인간·기술·도시의 관계, 입체적으로 풀어내= 개관 기념 전시는 ‘확장하는 인간, 함께 미래를 그리다’라는 큰 주제 아래 세 가지 전시를 선보인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등장으로 인간의 능력이 비약적으로 확장되는 시대에 다시금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오랜 기술 도시 김해의 미래를 예술적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제1전시실에서 열리는 ‘김영원, 형상을 넘어 울림으로’는 ‘인체(형상)에 대해 묻다’, ‘부수고 다시 만들다’, ‘생명을 느끼다’, ‘울림이 퍼지다’ 등 4가지 섹션을 통해 김영원의 작품 세계를 전반적으로 소개하며 인간 신체의 외형적 재현에서 내면의 공명으로 전환되는 작가의 철학적 여정을 조망한다. 그의 작품은 평면과 입체, 내부와 외부, 존재와 부재의 경계를 유연하게 가로지른다. 물질과 색, 빛, 신체, 공간 아울러 관람자와 서로 맞물리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는 공명의 장을 형성한다. 이를 통해 전시는 작품을 ‘보는 대상’에서 ‘경험하는 감각의 대상’으로 전환시킨다. 전시는 오는 10월 11일까지.

제2전시실에서는 확장하는 인간과 세계에 주목하며 김해의 다채로운 에너지를 감각적으로 풀어낸 전시 ‘경계는 울리고 생은 넘친다’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전시는 인간과 기술을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서로를 규정하며 함께 진화해 온 하나의 흐름으로 조망한다. 도시는 이러한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되는 살아 있는 구조로서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실천, 미래의 가능성을 동시에 품는다. 전시는 기술의 진보가 가져오는 풍요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우리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주목한다. 전시에는 이응노, 권민호, 권혜원, 김도희, 김신일, 김윤철, 노진아, 룸톤, 백남준, 셰자드 다우드, 양정욱, 이지연, 정정엽, 팀보이드, 홍이현숙 등 15명(팀)의 작가가 참여해 회화, 영상, AI 로봇, 키네틱 등 뉴미디어 및 공간 설치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된 작품들은 다양한 존재와 환경, 사유가 교차하는 지점을 드러내며 미묘하게 울리는 감각 속에서 우리 자신을 새롭게 인식하게 한다. 전시는 오는 8월 16일까지.
이어 제3전시실에서는 국립한글박물관과 공동 기획한 ‘글(자)감(각) : 쓰기와 도구’ 전시가 열리고 있다. AI 시대에 ‘읽기와 쓰기’의 의미 변화를 조명하고 인간과 기술의 새로운 관계를 탐색해 나간다. 전시는 도구를 감각으로 전환해 신체, 기능, 물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적 시도다. 더 나아가 AI와 같은 새로운 도구가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질문을 제시한다. 아울러 이 공간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 동상 석고 원형이 상설 설치돼 관람객을 맞는다. 전시는 오는 11월 1일까지.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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