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직접 부탄 경험하길”

박성준 2026. 4. 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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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언론 만난 지그메 5대 국왕
신도시 개발 통해 세계로 문 ‘활짝’
“韓 100명 중 2명만 부탄 이해해도
인식 제고 의미있는 진전 이룬 것
신뢰, 어떤 사회든 가장 중요 가치”

“한국 젊은 세대에게 부탄이 더욱 가까운 나라가 됐으면 합니다. 보다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마라톤이나 스노우맨 트레킹(히말라야를 가로지르는 고난도 트레킹 코스)등 특별한 경험을 통해, 또 우리 문화와 삶의 방식에 흠뻑 빠져들면서 직접 부탄을 경험하길 원합니다.”

야심찬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로 ‘은둔의 나라’에서 벗어나며 세계를 향해 문을 열고 있는 부탄 왕국. 제5대 국왕 지그메 케사르 남걀 왕추크가 한국 언론을 만났다. 영국 옥스포드대 정치학 석사로서 ‘계몽군주’를 연상시키는 지그메 국왕은 “젊은 한국인이 부탄의 여러 면모를 직접 경험하면서 더 깊고 오래 가는 인상을 갖기 바란다”며 “가능하다면 더 큰 문화 교류도 환영한다. BTS나 블랙핑크같은 세계적 아티스트가 부탄을 방문하면 그런 순간은 강력한 연결을 만들것”이라고 말했다.
부탄 왕국 제5대 국왕 지그메 케사르 남걀 왕추크가 지난달 24일 겔레푸 마인드풀니스 시티 한 사원 앞에서 한국 언론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작가 안홍범
히말라야 산맥에 자리잡은 부탄은 인도와 중국을 이웃으로 둔 인구 80만명, 한반도 약 5분의 1 크기(3만8394㎢)의 아름다운 산악 국가. 오랜 부족 국가 역사를 종식하고 1907년 건국한 현 왕추크 왕조는 제4대 국왕 때 국왕 정년(65세)·탄핵 조항 등이 포함된 입헌군주제를 채택했다. 부친으로부터 20대에 왕위를 물려받은 현 국왕은 전통의 수호자이면서도 농구·사이클·러닝을 즐기는 소탈한 성품이다. 총리와 내각에 의해 움직이는 나라이지만 국민으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는 지도자로서 부탄을 이끌고 있다.

부탄이 국력을 모아 만들고 있는 ‘겔레푸 마인드풀니스 시티(GMC)’ 개발 현장에서 지난달 23,24일 10여㎞에 달하는 순례길 건설 현장 동행 및 기자회견으로 한국부탄우호협회 사절단·취재진을 만난 지그메 국왕은 “GMC는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숨겨진 보물”이라며 GMC 토지를 블록체인으로 ‘토큰’화해 전 국민이 소유하는 구조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인프라 개발이 아니라 부탄의 경제, 안보, 주권, 그리고 궁극적으로 국가의 미래를 위한 프로젝트다.

“AI 이후 10년이 지나면 어떤 모습일지 모릅니다. 로보틱스도, 화석 연료도, 핵융합 에너지도, 교실 환경도, 일자리도...모든 것이 바뀔 수 있습니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모든 것을 시도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아는 것이 있습니다. 100년, 200년, 300년, 400년, 500년 후 기계가 미래로 간다 해도, 영성은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것(GMC)이 그토록 중요한 겁니다. 이곳에 1만 가지를 지을 수 있지만 뿌리가 되는 토대는 영성이어야 합니다. 그것은 절대 변하지 않습니다. 부탄의 미래를 위한 프로젝트라는 것이 저의 신념입니다.”
부탄 국왕과 한국 순례단이 지난달 23일 함께 트레킹을 하고 있다. 부탄국왕 공식 인스타그램
한국 음식을 즐기며 한국인 친구와 함께했던 즐거운 기억도 소개한 지그메 국왕은 “해외를 여행할 때 스스로를 왕이라고 소개하지 않는다. 대신 그냥 부탄을 아느냐고 물어본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알려져 있는지를 이해하는 가장 솔직한 방법이기 때문”이라며 ‘질적(質的)’ 양국 이해 증진을 희망했다.

“저에게 성공은 단순합니다. 한국인 100명 중 단 두 명이라도 진정으로 부탄을 알고 이해한다면, 우리는 인식을 높이는 데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룬 것입니다.”

‘국민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잘 알려져 있던 부탄. 제4대 국왕이 국민총행복(GNH·Gross National Happiness) 개념을 주창하면서 퍼진 이야기다. 그러나 엄격한 출입국 정책으로 방만한 현대 문화의 청정지대였던 부탄에도 최근 소셜미디어가 퍼지면서 행복지수가 낮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지그메 국왕은 “소셜미디어 사용을 막을 수는 없다. 젊은이들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고 연결돼 있어야 한다”면서도 “더 중요한 것은 소셜미디어의 장점과 단점 모두에 대한 인식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취미를 갖도록 격려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합니다. 취미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열정을 발견하고 삶에서 중요한 가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 열정이 미래의 길을 만들고, 진정으로 빛날 수 있는 직업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빗속에 순례길 현장을 점건 중인 부탄 국왕과 왕자. 부탄국왕 공식 인스타그램
지그메 국왕은 “나 자신은 스포츠를 즐기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며 자랐다. 그 모든 것이 나 자신의 성장과 삶에 대한 시각을 만들어주었다”며 종교의 역할도 강조했다. “종교도 한 사람의 인격과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고 믿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종교는 방향을 제시하고, 삶의 목적을 주고, 정신적 안녕을 지탱해줍니다. 다양한 신념과 관점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올바르게 접근할 때 종교는 자비·절제·책임감 같은 가치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습니다.”

대대적 국가 변화를 이끌고 있는 지그메 국왕은 부탄 사람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신뢰’이며 이는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신뢰가 어떤 사회에서도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믿습니다. 신뢰는 안정과 화합이 세워지는 토대입니다. 사람들이 이웃을, 지도자를, 정부를 신뢰할 수 있어야만 나라가 하나로 뭉치고 굳건하게 설 수 있습니다. 가치들은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마치 ‘젠가’ 게임처럼요. 각각의 블록이 다른 것들을 지탱하고, 하나만 어긋나도 전체 구조가 흔들리고 무너질 위험에 처합니다. 마찬가지로 신뢰가 약해지면 사회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신뢰가 강할 때, 그것은 모든 것을 하나로 묶는 힘을 가집니다. 균형을 만들고, 관계를 강화하며, 공동체가 변화와 불확실성을 자신 있게 헤쳐나갈 수 있게 해줍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신뢰는 중요한 것을 넘어 필수적입니다. 신뢰는 우리를 붙들어주고, 안정을 잃지 않으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겔레푸(부탄)=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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