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0.5평에서 3명이 쉰다’… 대학 미화노동자의 현실
가로·세로 170㎝ 못 미친 공간
냉장고조차 휴게실 밖에 배치
샤워·세탁실 없는 경우 다반사

경기지역 대학교에서 일하는 미화 노동자들이 비좁고 열악한 휴게시설에서 쉬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오후 찾은 수원시 경기대학교의 공과대 건물 1층. ‘미화 휴게실’이라고 적힌 문을 열자 1.7㎡(약 0.5평) 가량의 협소한 공간이 드러났다. 이곳에서는 미화 노동자 3명이 함께 휴식을 취하는데, 가로·세로 길이가 모두 170㎝에 미치지 못해 겨우 몸을 눕힐 수 있는 수준이었다. 공간이 지나치게 좁다 보니 물건을 둘 자리조차 부족해 창문에 나무로 된 간이 선반을 설치해 사용하고 있었다.
미화 노동자 A씨는 “출근이 이른 편이라 점심 휴게시간에는 누워 잠을 자야 하는데, 너무 좁아 서로 팔이 닿을 수밖에 없어 불편하다”며 “겨울에는 외풍이 심해 문가에 작은 라디에이터를 켜두지만, 공간이 좁아 오히려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인근 건물 지하에 마련된 또 다른 미화 휴게실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외부 바람을 막기 위해 벽에 스티로폼 패널을 붙여 놓았지만, 미화 노동자 B씨는 “창문 틈 사이로 찬 바람이 계속 들어온다”고 했다. 이곳 역시 공간이 부족해 냉장고를 휴게실 밖에 두고 사용하는 실정이다.

특히 땀이 많이 흐르는 여름철 이용할 수 있는 샤워실과 세탁실이 없어 곤란을 겪고 있다. 경기지역 노학연대 네트워크 ‘너머’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아주대·수원대·경기대·명지대 소속 청소·경비·주차관리직 노동자 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용·노동환경 설문조사’에 따르면, 샤워실과 세탁실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아주대 소속 노동자 1명에 그쳤다.
하지만 그마저도 실사용은 어려운 실정이다. 아주대 미화 노동자 김홍구씨는 “기숙사 건물에 세탁실과 샤워실이 있긴 하지만 학생들이 사용하는 시설이라 실제로는 이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나윤경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본부 조직국장은 “경기지역 아주대, 명지대, 용인대 미화 노동자들이 집단교섭을 통해 처음으로 최저임금 이상의 기본급에 합의하는 등 노동조건 개선 성과를 거뒀다”며 “아주대와 수원대는 노조 설립 이후 휴게시설이 상당 부분 개선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 대응보다 공동 대응이 노동조건 향상에 효과적인 만큼 집단교섭이 확대되면 다른 대학들의 휴게시설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목은수 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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