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 낳은 세계적 작가 박경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기획전이 소설 '토지'의 주무대인 하동 악양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 두 번째 전시로 젊은 만화가 양휘모의 개인전 '오래된 미래'가 오는 25일까지 갤러리빈산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박경리 문학의 정신을 오늘의 예술 언어로 재해석하는 연속 기획의 일환으로, 지난 3월 열린 문슬 사진전 '조금 늦게 도착한 시간'에 이은 두 번째 순서다.
'오래된 미래'는 현대사의 비극인 여순사건과 거창사건을 다루면서, 단순한 사건 재현을 넘어 '기억'의 본질을 탐색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양휘모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비극 그 자체의 재현이 아니라, 그 이전에 분명 존재했던 평온한 시간을 다시 떠올리고 싶었다"고 밝힌다.
갤러리빈산 관계자는 이러한 시선은 '역사는 꿈틀거리는 생명'이라는 박경리 문학의 인식과 맞닿아 있으며, 동시에 헬레나 노르베르 호지의 저서, '오래된 미래'가 전하는 공동체적 가치와도 교차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관람형 전시에 머무르지 않고, 참여형 예술교육 프로그램과 결합돼 의미를 더한다. '기억벽화 프로젝트:나를 그리고, 우리를 기억하다'는 하동 지역 초등학생들이 전시를 감상하고 동화를 읽은 뒤, 자신만의 캐릭터를 창작해 공동 벽화를 완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기억하는 일'과 '기록하는 일'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다.
이 과정은 전시 주제와도 긴밀히 연결된다. 거창사건이 희생자의 절반 가까이가 어린이였던 비극이라는 점에서, 오늘의 아이들이 직접 참여해 역사의 아픔을 기억하고 공유하는 행위 자체가 치유의 과정으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전시는 과거의 상처를 단순히 환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동체적 기억을 현재로 불러내는 실천적 장으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1990년대생도 아닌 2004년생 작가 양휘모의 이력 역시 눈길을 끈다. 다섯 살이던 2009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꾸준히 작업을 이어온 그는, 만화와 동화라는 매체를 통해 역사적 사건을 동시대 언어로 풀어내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여순사건을 다룬 만화와 거창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발표하며 '기억과 기록'이라는 주제를 일관되게 탐구해 온 점에서, 이번 전시는 그 작업 세계의 연장선에 있다.
갤러리빈산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과거의 아픔을 현재의 아이들이 직접 이어간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며 "박경리 문학의 정신을 오늘의 예술로 확장하는 동시에, 기억과 치유의 공동체적 경험을 만들어가는 자리"라고 전했다.
정영식기자 jys23@gnnews.co.kr
하동 악양 소재 갤러리빈산에서 박경리 작가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기획전, 두번째 순서로 양휘모 작가의 '오래된 미래' 전을 개최한다. 사진은 전시 안내 포스터. 사진=갤러리빈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