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꽃길 걷고싶은데… 수원 황구지천 벚꽃 산책로 ‘차량이 먼저’

벚꽃이 만개한 지난 주말 수원시 권선구 오목천동의 황구지천 인근. 늘어선 벚나무 아래 고색산업단지로 향하는 4차선 도로 가장자리에는 차량들이 줄지어 불법 주차돼 있었다. 해가 질 무렵, 하천 위 ‘목장교’도 마찬가지였다. 다리를 따라 이어진 좁은 길목에는 SUV와 승용차들이 시동이 꺼진 채 한 줄로 빼곡히 들어선 상황이었다.
황구지천이 수원의 대표 벚꽃 명소로 급부상하면서 빚어진 풍경인데, 평일인 7일 오전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수달 서식지로 보전 활동까지 이어지는 곳이지만 정작 인파가 몰리는 벚꽃철 시민 안전과 환경 관리를 위한 행정 대응은 더디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황구지천은 수인분당선 오목천역에서 도보로 15분 거리다. 지하철을 통해 충분히 오갈 수 있지만 대중교통 이용 안내나 벚꽃철 주차 대책 등 지자체 계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주민들은 해마다 반복되는 상황이지만 달라지는 건 없다고 토로한다.

인근에 거주하는 장모(50대)씨는 “불법 주차 차량 때문에 정작 동네 주민들이 다니기가 불편할 지경”이라며 “지하철 타고도 충분히 올 수 있는 곳인데 단속도 안내도 없으니 해마다 이 모양”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하천변 10㎞ 구간에서 물가와 불과 20m 거리에 영업 허가를 받은 업소 2곳 중 카페(2025년 7월16일자 7면 보도)는 이곳이 유일한데, 하천 벚꽃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방문객이 몰려 혼잡이 가중됐다. 카페 주차장과 산책로 진입로가 하나로 겹쳐 있는 탓에 방문객과 차량이 좁은 길 하나에 뒤섞이면서 주말에는 사람들이 밀려다니다시피 한다는 목격담까지 나왔다.
차량과 인파가 몰릴수록 환경과 안전에 미치는 영향도 우려된다. 담배꽁초와 생활쓰레기, 차량 통행에서 발생하는 도로 분진 등이 비나 바람에 의해 하천으로 흘러들면서 수질과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황구지천은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수달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홍은화 수원환경운동센터 센터장은 “수원시가 ‘벚꽃길 명소’라고 홍보만 할 게 아니라 안전요원 배치, 차량 계도 등을 포함한 지속 가능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며 “사람들이 밀려다니다시피 하는 상황에서 안전사고 우려도 있는 만큼 예비 주차장을 미리 마련해 하천에 차량이 근접하지 않도록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권선구청 관계자는 “벚꽃 축제 기간 동안 계도와 단속을 병행할 계획”이라며 “카페 앞 하천변 길은 주정차 금지인 황색 실선이 없어 단속에 어려움이 있지만 계도 차원에서 단속차를 보내고 카페 측에도 통행에 지장 없도록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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