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근의 묵언]폭군 트럼프
부활절에도 폭탄은 떨어졌다. 예수께서는 보혈로 대속하였건만 인류가 갈고닦은 이성은 피를 흘리고 있다. 교황은 모두가 폭력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증오와 분열의 파장에 무감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중동지역에서 들려오는, 기름이 잔뜩 묻은 포성에 묻혀버렸다. 교회마다 평화를 내려달라는 기도를 올려도 신께서는 답이 없다. 아침마다 영상매체에서 화염이 치솟는다. ‘요한계시록’이 가리키는 불지옥이 저런 것일까. 저런 폭탄을 맞고도 지구가 멈추지 않는 게 신기할 뿐이다.
날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절대 권력을 움켜쥐고, 최후통첩을 날리는, 초강대국의 최고지도자 도널드 트럼프. 그가 던지는 한마디가 하루 동안 파괴될 평화의 부피를 결정한다. 과장과 조롱과 거짓이 섞인 거친 말로 지구촌에 공포를 쏟아낸다. 공포는 다양한 색깔을 지워버린다. 사고를 극도로 단순화시켜 오로지 흑백만이 남는다. 그렇게 트럼프 의도대로 세상이 출렁거린다.
트럼프에게는 폭군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적을 악마로 규정하고, 위협적인 요소들을 단순화하고, 반대세력을 국가의 적으로 돌리고, 언론을 무시하고, 측근들의 충성경쟁을 유도한다. 누가 트럼프의 폭주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문득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와 찰리 채플린의 ‘미디어 세계대전’이 떠오른다. 두 사람은 나이가 같고 콧수염이 닮았다. 히틀러는 이미지를 무기로 권력을 움켜쥐었고, 채플린은 캐릭터를 세계에 처음 퍼뜨린 미디어의 왕이었다. 히틀러는 군중집회와 영상 등을 통해 유대인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고, 국민들에게 강인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이에 채플린은 영화 <위대한 독재자>를 제작하여 독재 행각을 한껏 조롱했다. 히틀러를 허영에 가득 찬 우스꽝스러운 인물로 묘사했다.
채플린은 <위대한 독재자>를 통해 가짜뉴스 전파, 희생양 정치, 증오의 언어로 편 가르기 등 히틀러의 정치술수를 파헤쳐 강한 지도자라는 허상을 까발렸다. 콧수염끼리의 또 다른 세계전쟁은 채플린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그 이유는 웃음이었다. 히틀러의 아성을 희극으로 무너뜨렸다. “이미지를 무기로 한 미디어라는 전쟁터에서는 독성이 강한 거짓과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허위 선전이 진실을 압도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도 채플린의 이미지가 히틀러의 이미지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다. 전 세계 사람들이 웃었기 때문이다.”(오노 히로유키 <채플린과 히틀러의 세계대전>)
트럼프가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왕처럼 행세하다 망신을 당하는 우스꽝스러운 밈이 SNS 등에 넘쳐나고 있다. 채플린 시대의 풍자가 초고속버전으로 진화해서 날아다니고 있다. 트럼프가 자신의 비리를 덮으려 전쟁을 일으켰고, 그래서 음흉하지만 결국은 가장 멍청한 짓이라는 것을 모두가 안다. 풍자는 칼보다 예리하고 총알보다 빠르다.
이란에 떨어지는 폭탄은 미국 본토의 도덕성을 찢어놓고 있다. 미국의 위상이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정권에 따라 약속을 뒤집는 나라, 자국의 이익을 위해 공동선을 짓밟는 정권. 세계인들은 더 이상 미국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국제사회에서 점차 소외될 것이고, 쇠락의 길을 걸을 것이다. 앞으로 군사강국이란 자리도 위태로워질 것이다.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에서 신뢰라는 자본을 잃으면 패권 약화는 필연이다.
당장 트럼프의 폭주가 멈출 것 같지 않다. 자신만을 숭배하는 트럼프가 언제 어디쯤에서 멈출 것인가.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왕은 없다’ 시위가 소도시까지 번지고 있다. 원래 왕을 없애려 공화정을 채택했던, 민주주의 수출국에서 시민들이 ‘왕은 없다’고 외치고 있다. 멀쩡한 민주주의도 주인이 한눈을 팔면 형편없이 구겨진다는 사실을 비로소 자각했음이다. 교황의 우려대로 증오와 분열의 파장에 무감각한 시대에는 어느 때보다 이미지 전쟁이 치열하다. 혐오와 공포를 조장하는 정치의 맨 앞에 트럼프가 있다.
미국이 정의롭게 깨어 있어야 지구촌이 평화롭다. 선각자 채플린은 <위대한 독재자>에서 이렇게 외쳤다. “지식은 인간을 교활하게 만들었습니다. 생각할 뿐 느낄 줄을 모릅니다. 물질보다는 정신이, 지식보다는 진실이 필요합니다.”
인공지능(AI)은 지식에 오염되어 교활해진 현대인에게 이렇게 경고한다. “독재를 만든 것은 광기만이 아니라 그를 떠받친 두려움과 무감각과 침묵이다.”

김택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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