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팡’ 뜸해지자 침묵 깬 쿠팡…‘상생’ 홍보·대관 활동 재개

지난해 11월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 뒤 사실상 대외 활동을 중단했던 쿠팡이 지난 3월부터 소상공인 지원, 농가 매입, 전통시장 활성화 등 ‘상생 활동’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집중 배포하며 홍보 활동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활동을 전면 중단했던 대관 조직도 조금씩 국회 인사 등과의 접촉면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탈팡 행렬’이 뜸해지고 사회적 비판 여론이 잦아들면서, 기존의 쿠팡식 경영 활동이 재개되는 양상이다.
7일 한겨레가 쿠팡 공식 뉴스룸(news.coupang.com)에 게재된 보도자료 336건(2025년 9월~2026년 4월7일)을 전수 수집·분석한 결과, 지난 3월 한 달간 배포된 54건의 보도자료 중 상생 및 사회공헌 관련된 내용은 8건으로 파악됐다. 지역 소외계층 도서 25만권 기부(5일), 딸기 3천톤 매입을 통한 지방 농가 지원(15일), 한라봉 20톤 직매입으로 제주 농가 지원(17일), 아동복지시설 학습 가구 기부(24일) 등이다. 1∼3월 보도자료 가운데 이런 상생 경영 활동을 홍보한 비율은 13.4%로 유출 전(11.3%)보다 다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홍보 활동은 유출 사고 직후 쿠팡의 공보 태도와 대비된다. 당시 쿠팡은 사회적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철저한 ‘침묵’을 택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유출 발표(2025년 11월29일) 직후부터 연말까지 33일간 쿠팡 쪽에서 제공한 보도자료는 단 3건으로, 쿠팡플레이 예능 방영 공지를 제외하면 대표이사 교체 공지(2025년 12월10일), 1조6850억원 규모 고객 보상안 발표(2025년 12월29일) 등이 전부였다. 1월 이후 쿠팡은 쿠팡플레이 콘텐츠 공지(8건) 위주로 보도자료 배포를 다시 시작했고, 2월에는 엔비에이(NBA) 생중계, 케이(K)리그 파트너십, 슈퍼볼 생중계 등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소식을 주로(35건) 전하더니, 3월부터는 이미지 쇄신에 시동을 걸고 나선 셈이다.
주요 경영자의 상생 행보도 이어졌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는 지난 3월19~20일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경기 성남시에서 새벽 배송에 나서며 국회 청문회에서 했던 약속을 이행했다. 직접 새벽배송을 체험하며 노동실태를 점검하기 위한 명목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의 해외 투자자들에게 ‘국내 정치권과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어필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쿠팡의 모회사 쿠팡아이엔씨(Inc)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이에스지(ESG) 평가 하락과 주가 하락으로 인한 미국 주주 집단소송이라는 이중 압박에 시달려 왔다.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활동에 나서면서 사실상 중단됐던 대관 활동 등도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국회 관계자 설명을 종합하면,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사실상 활동을 중단했던 쿠팡 대관 부서는 3월 초부터 야당 보좌진들과 잇따라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쿠팡이 ‘잠행 모드’를 탈피하기 시작한 시점은 소비자 이탈이 잦아든 시점과 맞물린다. 와이즈앱·리테일이 7일 발표한 한국인 신용카드·체크카드 결제금액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3월 쿠팡의 결제추정금액은 5조7136억원으로 전월 대비 12% 증가하며 유출 사건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 앱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도 3345만명으로 석 달 연속 감소하던 흐름에서 처음으로 반등했다. 탈팡 행렬이 잦아들기 시작하면서, 홍보와 대관 등 대외활동을 재개한 셈이다.
이와 동시에 ‘사회적 대화’ 현장에서의 태도 변화도 감지된다. 민주당이 새벽 배송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택배업체와 노동계 등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쿠팡은 택배기사 몫 사회보험료 지급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혀왔지만, 최근 들어선 태도가 바뀌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쿠팡이 비난 여론이 강하던 2월에는 사회보험료를 부담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최근 언론의 관심이 뜸해지자 중간 협약문에서는 사회보험료 언급을 아예 빼달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쿠팡씨엘에스를 제외한 씨제이(CJ)대한통운 등 다른 택배사는 사회적 합의의 일환으로 택배기사 몫의 사회보험료를 대신 부담하기로 한 상태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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