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시대] 경영의 눈으로 본 수원의 ‘새빛‘

이병진 2026. 4. 7. 18:5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

현대 경영학의 거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가 남긴 이 격언은 이제 기업의 현장을 넘어 공공행정의 핵심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의 행정이 단순한 현상 유지와 민원 처리에 머물렀다면, 오늘날의 도시는 무한 경쟁 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해 경영적 사고를 적극적 도입하고 있다.

1990년대 뉴욕시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바탕으로 범죄율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리스크 관리 경영을 선보였다. 서울시는 데이터 기반의 '올빼미 버스' 노선 최적화로 공공 자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사례가 있다. 이제 도시는 단순한 행정 구역이 아니라, 자본과 서비스가 최적의 효율로 교차해야 하는 거대한 경영의 현장이 된 것이다.

지방소멸의 위기와 도시 간 무한 경쟁이 가속화되는 시대, 현대의 도시들은 생존을 위해 '경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최근 수원시가 선보인 '새빛시리즈'는 글로벌 경영 트렌드를 지역 실정에 맞춰 성공적으로 도입한 사례다. 이러한 시도는 공공행정이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높여가는지를 보여준다.

첫째, '새빛민원실'은 공공 서비스의 고객 만족(CS) 혁신이다. 기업 경영에서 고객 만족은 브랜드의 신뢰도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KPI)다. 수원시는 기존의 수동적인 민원 창구에서 과감히 탈피해,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공무원을 전면에 배치한 '원스톱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시민이 겪는 시간적·심리적 기회비용을 최소화하고 행정 체감도를 극대화한 결과, 개소 1년 만에 4천 건 이상의 복합 민원을 해결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공급자 중심의 행정을 '사용자 경험(UX)' 중심으로 전환했을 때, 시민들로 하여금 행정의 수혜자가 아닌 존중받는 'VIP 고객'으로서의 효능감을 체감하게 만든 혁신적 사례다.

둘째, '새빛하우스'와 '새빛돌봄'은 도시의 통합 리스크 관리(Risk Management) 모델이다. 저층 노후 주거지의 가치를 복원하고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새빛하우스'가 물리적 자산의 가치를 지키는 정비 사업이라면, 만족도 90%를 상회하며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새빛돌봄'은 공동체의 틈새를 메우는 사회적 안전망 확충이다. 하드웨어(공간)의 쇠퇴를 방어하고 소프트웨어(공동체)의 취약성을 보완하는 두 정책의 결합은 도시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든든한 기반이 된다. 위기에 강한 도시는 바로 이러한 정밀한 리스크 관리에서 시작된다.

셋째, '새빛펀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적 자본 투자다. 기초지자체로서 파격적인 7천600억 원 규모의 펀드 조성은 일회성 예산 집행이라는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 지역 내 자생적인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강력한 의지로 읽힌다. 잠재력 있는 유망 기업과 스타트업에 '자본'이라는 마중물을 제공하여 지역 산업의 활력을 높이고 고품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는 도시의 미래 경쟁력을 담보하는 가장 확실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결국 새빛민원실, 새빛하우스, 새빛돌봄, 그리고 새빛펀드는 각각 서비스, 공간, 복지, 자본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작동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수원'이라는 도시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된 하나의 유기적인 전략적 포트폴리오다. 서비스는 신뢰를 구축하고, 공간과 복지는 안정을 뒷받침하며, 자본은 역동성을 불어넣는다. 이 톱니바퀴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갈 때, 도시는 외부의 경제적 충격이나 사회적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건한 체질을 갖추게 된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실제 기업 운영과 현재 도시 경영의 최전선을 경험하고 있는 필자의 시각에서 볼 때, 수원의 이러한 변화는 매우 고무적이다. 행정에 경영의 정밀함과 전략적 사고가 더해질 때, 시민의 삶은 비로소 실질적이고 체감적인 변화를 맞이하기 때문이다. 수원이 보여준 이 정교한 전략들이 현장에 더 깊이 뿌리 내려, 대한민국 도시 경영의 표준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정밀한 측정이 혁신적인 개선으로 이어지는 현장,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도시의 미래다.

이병진 수원도시재단 이사장, 경영학 박사

Copyright © 저작권자 © 중부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