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형 랜드마크의 정석 ‘도쿄돔’…야구장 아닌 ‘도시 콘텐츠’
<2> [해외 르포] 도심형 랜드마크의 정석 ‘도쿄돔
연간 가동률 90% 상회…준비 기간도 '수익'
돔 운영 수익 44% 나머지 56%는 부대시설
공연 끝나도 지역에 머물며 숙박·쇼핑 즐겨
공간 정체성, 콘텐츠따라 변모하는 유연성
재주 아티스트가 부리고 결실 도시가 거둬
천안·아산 돔구장, 하나의 '도시 콘텐츠' 돼야


[충청투데이 김경동 기자] 충남도가 천안아산역 일대에 추진 중인 5만 석 규모의 다목적 돔구장은 단순히 지붕을 얹은 야구장 하나를 짓는 사업이 아니다. K-팝과 스포츠, MICE가 결합된 '미래형 복합 경제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이다. 일본은 돔구장 건립과 운영 측면에서 국내보다 앞서 있다. 도쿄돔의 경우 1988년 개관한 일본 최초의 돔구장이다. 개관 이후 지속적인 리뉴얼을 거치며 도쿄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도쿄돔의 건립과 운영 노하우는 천안아산 돔구장 건립을 추친 중인 충남도가 참고할 만한 사례로 꼽힌다.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들던 지난 2월 8일 오후,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출발한 셔틀버스가 한 시간여를 달려 도쿄돔 호텔 정문에 멈춰 섰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시선을 압도한 것은 거대한 흰색 막구조의 지붕, 도쿄의 심장이라 불리는 '도쿄돔'이었다. 이날은 일본의 대형 엔터테인먼트 그룹 'STPR'의 합동 공연이 열리는 날로, 평소 도쿄답지 않게 추위가 매서웠지만 도쿄돔 주변은 이른 아침부터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5만여 명의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공항에서 셔틀을 타고 도심 한복판의 돔 시티로 곧장 연결되는 직관적인 접근성은 도쿄돔이 왜 광역 경제권의 핵심 거점인지를 몸소 실감하게 했다. 영하의 겨울바람과 폭설 속에서도 관객들은 공연장 입장을 기다리는 지루한 줄 대신, 돔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도쿄돔 시티(Tokyo Dome City)' 곳곳으로 흩어져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현장에서 마주한 도쿄돔은 단순한 스포츠 시설이 아니었다. 쇼핑몰, 테마파크, 호텔, 온천이 결합된 독립적 경제 체계이자 도시의 활력을 창출하는 거대 플랫폼이었다.


◆ 연간 가동률 90% 상회... '준비 기간'도 상품이 된다
도쿄돔의 연간 가동률은 90%로 실제 행사와 연동된 운영 일수는 연간 330일을 넘어선다. 프로야구 정규 시즌(약 80일)과 대형 콘서트(약 60일) 등 주력 이벤트의 합계는 140일 안팎이지만, 이러한 가동 지표는 행사 당일 뿐만 아니라 무대 설치 및 철거 등 '준비 기간'까지 대관 수익 모델로 편입시킨 운영 전략에 기인한다.
초대형 콘서트를 위해 소요되는 전후 3~5일간의 준비 기간은 기획사 측에 '안정적인 작업 환경'이라는 상품으로 판매되며, 이는 고스란히 유료 가동 일수로 집계된다. 여기에 야구 비시즌인 겨울철 투입되는 대규모 전시회와 박람회, 틈새 시간을 활용한 아마추어 스포츠 대관은 도쿄돔의 유휴 시간을 최소화하는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다.
◆ 수익 구조의 실체: 경기장 수익 44% vs 부대시설 수익 56%
도쿄돔 운영사인 미쓰이부동산의 2024년 세부 결산 지표를 분석해 보면 도쿄돔의 저력이 드러난다. 도쿄돔 시티 전체 매출 중 경기장 본연의 운영 수익(대관료, 입장료 수수료, 광고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4%(약 550억 엔) 수준이다. 나머지 56%는 도쿄돔 호텔의 숙박 및 연회 수익(약 300억 엔)과 온천 시설인 '라쿠아', 테마파크, 쇼핑몰 임대료(약 400억 엔) 등 이른바 '비경기 부대시설'에서 발생한다.
천안아산 돔구장이 지속 가능한 경영 수익 구조를 갖추기 위해선 경기장 대관료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도쿄돔처럼 호텔, 쇼핑몰, 온천 등 '비경기 수익'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설계해야 한다. 관객이 공연만 보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머물며 숙박과 쇼핑을 즐기는 '원스톱 소비 인프라' 구축이 건립 초기부터 기획돼야 하는 이유다.


◆ 주변 상권을 살리는 '경제적 펌프'… 외부 파급 효과 60% 상회
도쿄돔의 경제적 가치는 구장 담장 안의 매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 간사이대학 미야모토 가츠히로 교수가 2024년 1월 발표한 '테일러 스위프트의 도쿄돔 공연에 의한 경제파급효과'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아티스트의 도쿄돔 1회 대형 공연 시 발생하는 생산유발효과는 약 900억 원에 달했다. 특히 이 중 약 60% 이상이 구장 외부의 숙박, 식사, 쇼핑 등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야구장'이 아닌 '도시 콘텐츠'로의 패러다임 시프트
취재 중 마주한 도쿄돔은 단순히 '경기가 열리는 장소'가 아닌 살아 움직이는 '도시 콘텐츠'였다. 야구 시즌에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오렌지색 물결로 가득 찼을 팬숍이, 이날은 아티스트의 캐릭터 굿즈를 사려는 팬들의 긴 대기 줄로 바뀌어 있었다. 공간의 정체성이 콘텐츠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모하는 유연성이다.
2024년까지 진행된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설치된 초대형 LED 스크린과 고급화된 좌석은 관객들이 구장 내에서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은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게 만드는 전략적 장치다. 퇴근길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이 돔 주변 벤치에 앉아 여유를 즐기고,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테마파크의 야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은 도쿄돔이 이미 도심 속 일상 플랫폼으로 정착했음을 증명한다.
충남도가 구상 중인 천안·아산 돔구장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경기나 공연이 없는 날에도 시민들이 산책을 오고, 직장인들이 휴식을 취하는 '일상의 연장선'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펜스를 허물고 접근성을 높인 개방형 상업 단지 설계와, '천안 K-컬처 박람회' 등 지역 축제와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돔구장 자체가 하나의 거대 '도시 콘텐츠'로 기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재주는 아티스트가 부리지만, 그 결실은 공간을 선점하고 치밀한 외부 파급 효과를 설계한 도시가 거둔다. 도쿄돔은 그 공간의 힘이 어떻게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바꾸는지 수치와 현장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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