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휘발유 2000원 돌파, 소비자 울리는 낡은 유통구조 혁파를

중동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가격이 7일 ℓ당 2000원을 넘어섰다. 2000원 돌파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2022년 7월25일 이후 약 3년9개월 만이다. 유가 급등에 대응해 정부와 여당은 정유사와 주유소 간 기름값 사후정산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이참에 소비자 부담을 키우는 낡은 석유 유통 관행들을 혁파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중동 상황 경제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6일 당정협의회 뒤 사후정산제를 폐지하거나, 정산 주기를 현행 1개월에서 1주 이내로 단축하는 방안에 의견을 모았다. 최종안은 조만간 정유사와 주유소 간 자율협약을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사후정산제는 정유사가 주유소 주문을 받고 석유제품을 공급할 때 대략적인 가격을 고지하고 일정 기간 뒤 국제유가 추이를 반영해 최종 가격을 확정, 정산하는 방식이다. 사후정산제가 중동전쟁 발발 이후 도마에 오른 것은 이 관행이 국내 석유제품 가격 상승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사후정산제하에서 주유소는 정유사와 거래한 임시 가격보다 최종 가격이 더 높아질 위험에 대비해 판매가격을 높게 책정하게 된다. 정산 시점에 정유사에 차액을 더 내는 걸 달가워할 주유소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종 가격을 알 수 없는 불확실성 때문에 주유소 간 가격 경쟁을 꺼리면서 ‘가격 담합’이나 다름없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관행들이 소비자 부담을 늘리는 것이다.
특히 사후정산제는 중동전쟁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유가가 빠르게 오르는 시기엔 가격 상승폭을 더 키울 수 있다. 대법원이 2013년 사후정산제가 불공정 거래가 아니라고 판단했음에도 이 제도가 가격 경쟁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당정이 사후정산제뿐 아니라 정유사와 주유소 간 전속거래 관행을 손보기로 한 것도 바람직하다. 사후정산제와 전속거래제가 폐지되면 주유소가 정유사별 공급가를 비교해 유리한 가격에 거래할 수 있는 만큼 정유사 간 경쟁이 촉진되고, 소비자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다만 자금력이 부족하고 저장시설이 작은 주유소의 경우 유가 변동에 따른 손실을 감수하는 것보다 월평균 가격으로 사후정산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당정은 이런 예외적 사례 대응을 포함한 제도 개선 방안을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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