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끊기면 물도 없다” 발전소 앞에 앉은 이란 음악가···이란 정부 ‘인간사슬’ 제안도
테헤란 최대 발전소 앞에 앉아 악기 연주
“단전 막고 평화에 도움되기 위해”
콘서트 ‘여성 퇴장’ 거부하며 이란 당국과 충돌
이란 청소년체육부 차관 ‘인간사슬’ 제안도
이란 반정부 청년들 불안과 두려움 호소
“처음엔 미국 공격 반가웠지만 이젠 트럼프 증오”

이란의 유명 작곡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발전소 및 기반 시설 공격 위협에 항의하기 위해 이란 발전소 앞에서 연좌 농성을 시작했다. 한편 이란 당국은 테헤란 청년들에게 이란 주요 발전소 주변에 모여 ‘인간 사슬’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뉴욕타임스는 6일(현지시간) 이란 작곡가 알리 감사리가 이란의 최대 발전소 가운데 하나인 테헤란의 다마반드 발전소 앞에서 연좌 농성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영상에서 감사리는 발전소 앞에서 담요를 깔고 이란 전통 현악기인 타르를 연주하고 있다. 감사리는 “오늘날 우리의 기반 시설을 공격하려는 위협이 존재한다”며 “문제는 이란이다. 바로 당신이고, 나이며, 우리의 가족과 아이들, 병원이다. 전기가 없으면 물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화에 기여하고 가정에 전기가 끊기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감사리는 이란을 대표하는 현악기인 타르를 연주하며, 이란 전통 음악과 현대 음악의 결합을 시도하는 작곡가다. 감사리는 콘서트에서 여성 가수를 퇴장시키라는 이란 당국의 경고를 거부했다가 공연 금지 처분을 받는 등 이란 정권과 충돌하기도 했다.
한편 알리레자 라히미 이란 청소년체육부 차관은 미국의 발전소 폭격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발전소 주변에 ‘인간 사슬’을 만들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라히미 장관은 엑스에 “모든 청년, 문화 및 예술계 인사, 운동선수, 챔피언들을 ‘밝은 내일을 위한 이란 청년의 인간 사슬’ 국가 캠페인에 초대한다”는 글을 게시하며 “화요일 오후 2시, 우리는 전국 각지의 발전소 앞에서 모든 신념과 취향을 초월해 손을 맞잡고 ‘공공 기반 시설 공격은 전쟁 범죄’라고 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과거 서방과의 긴장이 고조될 때 핵 시설 주변에서 ‘인간 사슬’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지난달 ‘조국 방위 전사’ 프로그램 지원 연령을 종전 16세에서 12세로 하향하면서 어린이에게 검문소 근무, 순찰 등의 임무에 참여시키고 있다. 지난달 11세 소년이 검문소에서 근무하다 이스라엘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한편 BBC는 미국의 발전소 공습을 앞두고, 이란 정권에 반대하는 이란 시민들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전쟁 초기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을 환영했지만, 전쟁이 장기화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민간 기반 시설을 파괴할 것을 예고하면서 불안과 두려움,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테헤란에 사는 20대 카스라는 “늪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드는 기분”이라며 “트럼프를 막을 수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한 달 후 물도, 전기도 없이 지내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테헤란 출신 20대 미나는 “이란인들은 트럼프가 우리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는 걸 점점 깨닫고 있다”며 “나는 트럼프를 진심으로 증오하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증오한다”고 말했다.
카라즈 출신 20대 아르만은 “지금까지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었다”면서도 “발전소를 공격하는 것은 나라 전체를 마비시키는 짓이다. 이슬람공화국 손에 놀아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테헤란에 거주하는 20대 라딘은 “국내 목표물 공격으로 이슬람공화국이 무너진다면, 나는 괜찮다”며 “이슬람공화국이 전쟁에서 살아남는다면 영원히 존속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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