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결론 안 난 김용 상고심…국정조사 ‘정치적 파고’에 갇힌 대법원
국정조사로 변곡점…어떤 결론 내리든 파장 불가피
“구글 타임라인이 변수, 정치인 수사 더 어려워질 것”
(시사저널=김임수 기자)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이 1년 넘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김 전 부원장은 지난해 8월 보석 석방된 뒤 출판기념회를 열고 이번 6·3 지방선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국회가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국조특위)'를 가동하면서 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리기 한층 더 어려운 국면에 놓였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대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리든 정치적 파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7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사건 상고심은 지난해 2월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에 배당된 이후 1년 2개월째 심리가 진행 중이다. 통상 대법원은 심리가 1년이 넘어가는 사건의 경우 그 이유를 기재하고 있지만 이 사건은 지난해 4월 '상고이유 등 법리검토 개시'라는 언급 이외에는 추가로 정보가 업데이트되지 않고 있다. 다만 검찰과 피고인 측이 최근까지도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물밑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조특위가 열리면서 재판은 또 하나의 변곡점을 맞고 있다. 민주당 주도로 진행 중인 이번 국조특위 조사 범위에는 김 전 부원장의 금품 수수 의혹 사건도 명시됐다. 국조특위는 대장동 사건 관련자인 김만배·남욱·정영학씨를 증인으로 채택했고, 당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3부장으로 수사를 지휘했던 강백신 검사 등도 이날 증인으로 불렀다. 국정감사법 8조는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재판 개입'이 아닌 '진상 규명'이 목적인 만큼 위법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국정조사로 인해 대법원이 어느 쪽으로 결론 내리든 정치적 파장은 더 커졌다고 내다본다. 1·2심 결론을 뒤집어 파기환송을 하면 여당의 국정조사 논리에 휘둘려 사법부가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반대로 상고기각으로 결론을 내릴 경우 사법부가 국정조사 결론을 무시하고 법을 왜곡하고 김 전 부원장의 피선거권마저 박탈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김 전 부원장의 판결은 사실상 대장동 사건에 대한 첫 사법부 확정 판결이 된다"라며 "국회에서 대장동 사건 전체가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의 조작기소라고 압박하는 상황에서 심리가 더욱 부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법왜곡죄가 생긴 상황에서 지방선거 전 상고기각할 경우 이 대통령 선거법 때와 같은 논란은 물론 대법관 고발 등 수순이 따를 것이다. 선고기일을 잡는 것 자체가 부담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검찰의 삼인성호 기소"…與 압박에 고심 깊어진 대법원
김 전 부원장 측은 1·2심 결론이 정치검찰의 선별적 증거만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 변호인으로 활동했던 김기표 의원은 지난 6일 SNS를 통해 "이른바 '삼인성호(근거 없는 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말하면 곧이듣게 됨을 이르는 고사성어)' 구조 속에서 검찰이 주장하는 공소사실에 대해 변호인들이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기이한 재판이었다"라며 "이 사건 설계의 종착지는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였고, 이 대통령을 겨냥한 사법 사냥이 그 목적이었다"고 썼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대법원은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에 근거한 판결을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1·2심 판결 이후 검찰의 공소사실에 반하는 새로운 진술도 나온 상황이다. 대장동 사건의 키맨이었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 3억원을 빌려준 철거업자 강아무개씨가 "(유동규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전액 상환을 받았다"라며 이 돈이 김 전 부원장에게 갔다는 검찰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진술을 내놓은 것이다. 불법 정치자금 창구로 지목된 남욱 변호사 역시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심리적 압박 속에서 팩트와 다른 증언을 했다", "검사에 '배를 가르겠다'는 말까지 들었다"며 검찰의 진술 회유·압박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1·2심 재판부가 구글 타임라인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것 역시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구글 타임라인은 김 전 부원장이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장소와 시간을 특정한 검찰 주장을 반박하는 핵심 증거임에도 하급심에서 정확성과 무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다. 대법원 역시 이 사건에서 구글 타임라인 등 디지털 증거 능력을 어디까지 인정할 지에 대해 집중 심리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건 이해당사자들이 기존 진술을 뒤집은 것이 상고심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대법원이 디지털 증거 능력에 대한 새로운 법리 해석을 내놓으면 김 전 부원장 사건의 파기환송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 전 부원장 상고심은 사법적 판단과 정치적 역학이 충돌하는 이례적인 사건이라는 점 이외에도 뇌물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어 더욱 고민이 깊을 것"이라며 "수사에 있어 완전무결함을 요구하는 법리가 확립될 경우 정치인 등 고위 공직자들의 불법 금원 수수가 더욱 처벌되기 어려운 위험성을 내포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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