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논란’ 베란다 태양광 3배로…문체위는 20개 사업 밀어넣어
문화활동·창업 등 전쟁과 무관
예결위 손질해도 최소 2조 늘듯
전문위원 “시급성·구체성 부족”
野 “지방선거 겨냥 선심성 변질”

‘빚 없는 전쟁 추경’이라는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의 배경과 재원 조달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무분별한 끼워넣기식 증액이 이어지며 추경 규모가 당초 정부안인 26조 2000억 원에서 30조 원 안팎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규모가 늘어나면 다시 빚을 내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추경안의 최종 심의를 맡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감액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상임위에서 불어난 증액 규모가 4조 원에 달해 정부안보다 최소 2조 원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까지 진행된 국회 상임위 추경안 심사 과정에서 대표적으로 논란이 된 사업은 베란다형 태양광 사업이다. 이 사업은 국민이 ‘1가구 1태양광’을 이용하도록 해 에너지 자립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설계됐다. 하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당시 서울시 보조금을 받은 업체 5곳 중 1곳이 하자 보수 의무를 어기고 폐업하면서 ‘먹튀’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후 서울시가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지만 정부가 중동 사태를 계기로 이를 사실상 부활시킨 셈이다. 당초 추경안에는 250억 원이 편성됐지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심사를 거치며 475억 원이 증액됐다.
정부안 5843억 원에서 총 2709억 원을 증액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사업들도 전쟁 추경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문체위에서는 정부안에 없던 20개 사업이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새로 반영됐다. 이는 문체위가 심사한 전체 24개 사업 가운데 84%에 달한다. 추경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매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 운영을 확대하는 ‘국민문화활동 지원’ 사업이 꼽힌다. 이 사업은 285억 원이 증액돼 예결위로 넘어갔다. 폐산업시설 유휴공간 문화재생 운영 지원 사업도 182억 원 늘었다.
이 밖에도 △징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 국세외체납관리단(2134억 원) △특혜 논란이 일었던 예술인생활안정자금(320억 원) △전시행정 지적이 제기된 모두의 창업(1550억 원) 등도 전쟁 추경의 목적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부와 여당이 약속을 어기고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사업을 추경에 반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 여파로 어려워진 민생을 지원하겠다며 추경을 편성해놓고 실제로는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추경으로 변질됐다”고 날을 세웠다.
야당뿐 아니라 공무원 신분인 국회 전문위원들도 추경안 심사 과정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추경의 대표 사업인 민생지원금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왔다. 행정안전위원회 전문위원은 “정부가 소득 하위 70%에게 10만~6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소득 하위 70%에 고유가 피해가 집중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통계나 실증 데이터는 제시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재정경제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은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사 손실 등을 지원하기 위해 편성한 5조 원 규모 목적예비비의 산출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재경위 전문위원은 “정부는 예비비 증액 규모에 대해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나프타 수급 위기 대응 등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용처별 예산액을 제시하지 않아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적정성에 대한 국회의 심도 있는 심사가 이뤄질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중동 사태 장기화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5조 원의 예산을 예비비로 편성하는 것은 가능하더라도 구체적인 산정 방식은 제시돼야 한다는 취지다.
문체위 수석전문위원도 “추경안 편성 요건 중 예측 불가능성과 시급성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들이 있다”며 “감액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예결위가 상임위 차원의 대규모 증액에 대한 손질을 예고한 데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국민의힘 등 야권이 지적한 TBS 지원 예산 감액에 찬성하고 나서면서 최종 증액 규모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열린 여야정 회의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게 “TBS 지원 예산은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실제 문체위는 야권 제안을 수용해 중국인 관광객 유치 예산 중 일부인 25억 원을 선제적으로 감액하기도 했다. 아울러 여당은 야당이 제시한 청년 지원 사업 등에 대해서는 증액도 검토하기로 했다. 야당이 요구하는 사업은 △현행 유류세 15% 인하를 30%로 확대 △화물차·택시·택배업자 1인당 60만 원 유류보조금 지급 △푸드트럭 등 생계형 화물운행자 1인당 60만 원 유류보조금 지급 △자영업자 배달·포장 용기 반값 구매 지원 △K패스 6개월 한시 50% 인하 △청년월세 현행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인상 △20만 가구를 대상으로 한 2030 청년 내 집 마련 특별대출 이차보전 등 7개 사업이다.
이에 따라 추경 예산은 증감액을 거쳐 정부안보다 2조 원가량 늘어난 28조 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편성된 1차 추경은 정부 제출안 12조 2000억 원보다 1조 6000억 원 늘어난 13조 8000억 원으로, 2차 추경은 정부안 30조 5000억 원보다 1조 3000억 원 증가한 31조 8000억 원으로 각각 최종 의결된 바 있다.
박형윤 기자 manis@sedaily.com허진 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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