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라는 고생길에 들어온 걸 환영해요

허세민 2026. 4. 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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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에 허름한 운동복 차림으로 등장한 30대 배우 안상균이 커다란 눈동자를 굴리며 이렇게 외쳤다.

연극내일 프로젝트는 한국 연극계의 미래를 이끌 청년 배우들이 연기 훈련부터 공연 제작까지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1962년 연극 '소'로 데뷔한 국내 최고령 현역 배우 신구는 "6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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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배우 만난 신구·박근형
연기 경력 60여년 노장 배우들
젊은 배우 육성 프로그램 마련
"정직하게 표현하는 게 중요"
"연극은 나와의 싸움" 등 조언
배우 신구(왼쪽)와 박근형이 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 ‘2026 연극내일 프로젝트’ 연습실 공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너 신구 형 알아? 근형이 형 알아? 신구 형, 근형이 형도 모르면서 이 동네에서 논다고 할 수 있겠어?”

맨발에 허름한 운동복 차림으로 등장한 30대 배우 안상균이 커다란 눈동자를 굴리며 이렇게 외쳤다. 이 대목은 이달 말 개막하는 창작극 ‘탠덤’의 애드리브 한 토막. 객석에선 까마득한 연기 선배 신구(90)와 박근형(86)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청년 배우들의 대사와 몸짓을 하나하나 눈에 담고 있었다.

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연습실에서 20~30대 청년 배우 30명과 80~90대 선배 연기자 신구와 박근형이 마주 앉았다. 이달 24~26일 대학로 아르코꿈밭극장에서 초연하는 창작극 세 편(탠덤·여왕의탄생·피르다우스)의 주요 장면을 시연하는 자리였다. 신구와 박근형은 60년을 앞서 연극인의 길을 걸어온 선배로서, 이번 공연의 토대가 된 ‘연극내일 프로젝트’의 기부자로서 이 자리에 참석했다.

연극내일 프로젝트는 한국 연극계의 미래를 이끌 청년 배우들이 연기 훈련부터 공연 제작까지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신구와 박근형의 기부로부터 출발했다. 2023~2024년 ‘고도를 기다리며’가 100회 넘는 공연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하자 두 배우는 지난해 5월 감사의 뜻을 담은 기부 공연을 올렸고, 여기서 마련된 티켓 수익 전액과 공연업계 기부금을 모아 ‘연극내일기금’을 조성했다.

이날 신구와 박근형은 후배들이 준비한 무대를 바라보며 풋풋했던 신인 시절을 떠올렸다. 1962년 연극 ‘소’로 데뷔한 국내 최고령 현역 배우 신구는 “6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데뷔 때) 어떻게 해냈는지 잘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당황하고 옆도 보이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며 “젊은이들을 보니 우리보다 훨씬 나은 환경에서 연극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고맙고,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1958년 연극 ‘꽃잎을 먹고 사는 기관차’로 데뷔한 박근형은 “(따라갈) 빛이 없어서 찾아 헤매던 우리에 비하면 그래도 빛이 있는 후배들을 보며 너무 부러웠다”고 했다.

두 배우는 후배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신구 배우는 연극인의 자세를 강조했다. “연극은 사람의 일이고, 우리들의 이야기고, 그 관계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 표현이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놓치면 다 허사가 되는 것이죠. 앞으로 이런 면을 자각해서 좋은 작품 만들어주시길 바랍니다.”

박근형은 “연극은 나와의 싸움이고, 작품과의 싸움이고, 모든 경쟁자와의 싸움”이라고 했다. 현실적인 당부도 덧붙였다. “이 일을 하기 위해선 생활이 어려운 점도 각오해야 합니다. 고생길에 들어선 것을 환영합니다.”

두 배우는 오는 7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연극 ‘베니스의 상인’으로 다시 한 번 합을 맞춘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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