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4년…힘 빠진 러 경제, '산업 동맥' 철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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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러시아 양대 도시인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바일 인터넷 연결이 3주 가까이 차단됐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과정에서 약화한 러시아 사회·경제 인프라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2022년 2월 시작한 전쟁이 4년을 넘기며 러시아 경제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미국·이란 전쟁으로 일부 회복됐지만 러시아 핵심 재정 수입원인 석유·가스 수출 감소가 크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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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노동시장도 '경고음'
국방비 2배 늘며 재정 갉아먹어
전쟁 사망자 급증에 노동력 부족
물가 치솟으며 오이값 35% 상승
모스크바선 인터넷 3주간 끊겨

지난달 초 러시아 양대 도시인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바일 인터넷 연결이 3주 가까이 차단됐다. 이 여파로 시민은 현금 인출과 카드 결제는 물론이고 택시 이용료 지급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AP통신은 “인터넷 차단 첫 5일간 기업이 겪은 손실만 최대 50억루블(약 955억원)”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과정에서 약화한 러시아 사회·경제 인프라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2022년 2월 시작한 전쟁이 4년을 넘기며 러시아 경제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국가 재정에 의지해 전쟁 이듬해부터 높은 수치를 보인 경제성장률은 갈수록 둔화되고 있다. 일상적인 경제활동까지 지장을 받으며 러시아 경제가 ‘데스존’(산소가 희박한 고산지대)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산병 환자 같은 러 경제”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 국가 제재에도 전시 경제로 전환해 성장세를 이어갔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23년 3.6%, 2024년 4.3%였다. 전문기관 예상치인 연 2% 수준을 뛰어넘은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GDP 증가율은 0.6%로 떨어지면서 하락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0.8%까지 하향 조정했다. 최근 미국·이란 전쟁으로 일부 회복됐지만 러시아 핵심 재정 수입원인 석유·가스 수출 감소가 크게 작용했다. 2022년 관련 세수는 전체 예산의 40%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3분기 이 비중은 25%까지 떨어졌다.
반면 전쟁 비용은 급증해 러시아 재정을 갉아먹고 있다. 러시아 재정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GDP의 8%로 전쟁 전 대비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해 “군수 경제는 본질적으로 파괴가 목적인 자산에 내부 자원을 쏟아붓는다”며 “이런 경제 모델은 해당 장소에 오래 머물수록 악화한다는 점에서 고산병과 같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전쟁에 따른 사망자 증가로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있다. 2019년 1억4550만 명이던 러시아 인구는 2024년 1억4350만 명으로 200만 명 감소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이례적으로 낮은 실업률(약 2%)을 나타냈지만 성장 잠재력은 크게 훼손됐다.
◇생필품값 상승에 고통 가중
러시아 내부 실물 경제는 악화일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철도 물동량 감소다. 내륙 면적이 넓고 해안선이 짧은 러시아에서 각종 재화는 대부분 철도로 운송된다. 철도를 통한 화물 운송량이 실물경기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이유다. 러시아 철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화물량은 전년 대비 5.6% 감소해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철도 화물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는 석탄과 석유, 금속, 건설자재 운송이 제재에 따른 수출 감소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경제 제재와 루블화 강세, 자국 내 수요 약화 등이 운송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재정난과 물자 부족으로 생활 물가는 크게 치솟았다. 러시아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당 593.3루블이던 소고기 가격은 올해 2월 기준 704.4루블로 18.7% 올랐다. 러시아인이 샐러드로 즐겨 먹는 필수 식재료인 오이 가격은 전쟁 기간 35% 급등해 ‘황금 오이’로 불린다.
러시아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전쟁 직후인 2022년 11.9%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5.6%로 떨어졌다. 한때 기준금리를 연 21%까지 높이며 물가 잡기에 나선 결과다. 하지만 러시아 국민 및 기업은 고금리와 고물가에 동시에 노출됐다.
싱크탱크 유럽분석전략센터는 “러시아의 낮은 실업률은 전쟁 동원과 인력 유출의 결과이고, 성장도 군수 지출과 국가 재정 투입에 크게 의존한다”며 “방산업체는 호황이지만 민간 부문은 창업 감소와 임금 체불 증가, 소비 선택지 축소, 기업 국유화 확산으로 활력을 잃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동현/이혜인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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