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옵션 세대’는 누구인가?…결혼은 현실 “합리적 선택한 이들”

고희진 기자 2026. 4. 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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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이자 워킹맘, 민세진·신자은 교수
지난 50년 대졸 여성의 일과 가정 분석
“돌봄 기금, 가정 친화적인 재정 필요”
책 <결혼 옵션 세대> 저자 신자은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왼쪽)와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3일 경향신문 본사 여적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매년 최악을 거듭하던 출생아 수 추이가 최근 반등했다. 올해 1월 출생아 수는 2만6916명으로 지난 2019년 이후 가장 많았다. 합계출산율은 0.99명으로 ‘1명’대 회복을 눈앞에 둔 것처럼 보인다. 같은 달 혼인 건수도 크게 늘어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록적 저출생의 늪에 빠졌던 한국 사회는 인구 문제에서 벗어날 반전의 기회를 맞이한 것인가.

지난 50년간 대졸 여성의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를 추적해 대한민국의 저출생 상황을 분석한 <결혼 옵션 세대>의 저자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와 신자은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에게 현 상황에 대해 물었다. 두 사람은 앞으로 5년 남짓이 저출생 상황을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고 했다. “가정 친화적 재정”과 “섬세한 돌봄 디자인”을 강조하며 저출생 정책은 일시적 지원을 넘어서 인공지능(AI)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재편될 노동 시장 구조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인터뷰는 지난 3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진행했다.

1974년생인 두 사람은 서울대 경제학과 93학번 동기로 만나 30년 넘게 알고 지냈다. 학문적 교류 외에도 각각 자녀 둘을 둔 ‘워킹맘’으로서의 고민도 함께 나눴다. “강의를 하다 비는 시간에 집에 가 아이에게 모유를 먹였다”(신자은)거나 “어린이집을 우선순위에 두고 직장을 골랐다”(민세진)는 얘기에 서로 공감하는 사이다.

2021년 클라우디아 골딘의 <커리어 그리고 가정>은 두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약 100년 동안 미국의 대졸 여성들이 커리어와 가정을 추구해온 역사를 살펴보고 성별 소득 격차 현상의 원인을 짚었다. 민 교수는 “여성의 일에 대한 데이터 분석이 한국 사회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노동경제학을 주로 연구하는 신 교수에게 연락해 함께 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생각의힘 제공

<결혼 옵션 세대>는 1955년생부터 1996년생까지 한국 여성 대졸자의 커리어와 가정 형성 흐름을 살핀다. 1집단(1955~1964년생)은 흔히 말하는 베이비부머 1세대로 이 시기 대학 교육은 소수의 여성에게만 허용됐다. 베이비부머 2세대인 2집단(1965~1974년생)에서 여성의 대학 진출은 크게 늘었으나 이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여전히 필수에 가까웠고, 이들의 자녀가 현재 출생률 반등을 이끌고 있는 1990년대생이다.

3집단(1975~1984년생)에 이르러 큰 변화가 생긴다. 이때 20대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최초로 50%를 넘겼으나 출산과 육아가 본격 시작되는 30대 전반기가 되며 크게 줄어드는 M자형 구조가 선명해진다. 대졸 여성이 크게 늘어 사회 진출은 많아졌으나, 이들이 결혼 후 주로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지방에 있는 조부모에게서 양육에 대한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이 이 같은 ‘경력 단절’의 큰 이유로 꼽힌다. 당시 정부 보육 지원이 열악했기 때문에 조부모의 지원은 여성의 사회 진출에 큰 변수였다.

결국 앞선 세대의 어려움을 듣고 자란 4집단(1985∼1996년생)은 결혼을 필수가 아닌 ‘옵션’으로 생각하게 됐고 이는 합리적 선택의 결과다. 1장에서 5장까지가 이 같은 분석에 할애됐는데, 삼성이 대졸 공채를 처음 시작한 것이 1993년이었다는 등 지금으로선 잘 알지 못하는 과거 사례와 인구 구조를 분석한 데이터, 서른두 명의 사례자 인터뷰가 한 데 엮이면서 읽는 재미를 준다.

책 <결혼 옵션 세대> 저자 신자은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왼쪽)와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3일 경향신문 본사 여적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6장에서는 분석에 따른 정책 제언을 담았다. 돌봄 기금이 대표적이다. 고용보험 기금과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흩어져 있는 육아휴직 급여와 부모급여, 아동수당, 돌봄 지원 서비스 등을 통합해 하나의 기금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일본과 영국 등이 비슷한 기금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가 분리돼 있는 건강보험처럼 정규직 노동자와 프리랜서, 자영업자와 무직자 모두 품는 구조다.

이는 AI 발전에 따른 노동시장의 변화와도 연결된다. 신 교수는 “앞으로 생기는 새로운 일자리는 과거와 다르게 계약직이거나 온디맨드(수요자 요구), 테스크(업무) 중심일 가능성이 높다. 정규직 고용에 기반한 현재의 육아 휴직이나 출산 휴직 제도가 덜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아이를 낳는 문제는 유니버셜(보편적인데)한데 현재는 임금 근로자 중심이기에 기금 형태가 더 적절하다. 재정 걱정을 하는데 돌봄 기금이 장기요양보험보다 돈이 덜 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국가의 위기를 걱정하는 경제학자이기보다는, 비록 힘겨웠으나 커리어가 있고 아이들이 있어 행복한 엄마의 진심”으로 이 책을 쎴다고 했다. 6장에 ‘돌봄 119’ 등 세세한 정책 조언이 담긴 이유다. 민 교수는 “과도한 집값과 사교육 문제, 경직적 노동 환경 등을 바꿀 변화와 함께 사소해 보이지만, 연말정산에서 자녀공제가 맞벌이 부부 중 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도 바뀌어야 한다. 한국은 제도적으로 결혼을 격려하는 재정 시스템이 전혀 아니다. ‘가정 친화적 재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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