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미래기술 선점, 리더십에 답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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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2010년대 초 인공지능 음성비서 시리(Siri)를 통해 인공지능(AI) 대중화의 문을 연 기업이 이제는 경쟁사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모델에 의존하며 매년 약 10억달러를 지불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회사 안팎의 질타를 받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혁신의 상징이던 애플이 기술 인프라의 확장과 데이터 학습의 중요성을 간과한 사이, AI 패권은 구글과 다른 빅테크, 신흥 AI기업들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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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뒤에 숨어 복지부동
혁신위험을 학습비용으로
바꿀 수 있는 리더십 중요

애플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2010년대 초 인공지능 음성비서 시리(Siri)를 통해 인공지능(AI) 대중화의 문을 연 기업이 이제는 경쟁사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모델에 의존하며 매년 약 10억달러를 지불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회사 안팎의 질타를 받고 있다.
왜 경쟁사보다 훨씬 일찍 확보했던 기술적 우위와 조기 상품화의 영광을 쉽게 잃어버리고 만 걸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혁신의 상징이던 애플이 기술 인프라의 확장과 데이터 학습의 중요성을 간과한 사이, AI 패권은 구글과 다른 빅테크, 신흥 AI기업들로 넘어갔다. 그동안 애플의 태도는 조심스러움 그 자체였다. 이용자 데이터 보호와 프라이버시 철학을 고수한다는 이유로, 대규모 데이터를 통한 모델 학습에는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시장과 소비자에게는 기업이 원하는 만큼의 인내심이 없다. 데이터와 알고리즘, 하드웨어가 맞물려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시기에는 체계적 리스크 감수를 통해 학습 데이터를 축적하는 기업만이 시장의 규칙을 새로 쓰며 주역으로 부상한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 역시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 1990년대 국내 연구진이 자율주행차 개념을 제안했고, 현대차는 2010년대 이후 순차적으로 자율주행 기반 기술을 확보해 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차선 이탈을 감지해 경고하는 수준에서 시작해 차선 유지 보조, 차로 중앙 유지, 고속도로 주행 보조 등 관련 기술의 개발과 적용은 매우 순조로운 듯했다.
특히 내비게이션과 센서 정보를 결합해 고속도로 주행 시 차간 거리와 차선 유지는 물론, 터널에 진입할 때 창문을 미리 닫아주는 기능까지 발전시킨 단계에서는 잠시나마 세계적 자동차 거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러나 테슬라·웨이모가 장기 투자를 이어가며 데이터 기반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는 동안 한국 기업들은 '명확한 수익 모델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산업 논리와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일견 당연해 보이는 규제 논리에 의탁하며 시간을 낭비했다. 올해 들어 미국산 테슬라가 보여주고 있는 이른바 풀셀프드라이빙(FSD)의 선풍적 인기는 우리 산업계가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 보여주는 매서운 회초리가 됐다.
AI 반도체에서도 한국은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엔비디아와 AMD가 GPU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할 때, 삼성전자 등 국내 전자업계는 전통적 메모리 경쟁에 머물렀다. 검증된 기술이 아닌 미래의 가능성에 집중한 엔비디아의 리더십은 결국 산업 구조를 바꿨다. 최근 한국 기업의 HBM 시장에서의 선전이 돋보이지만, 기술 선점의 교훈은 남아 있다. 인텔도 한때 PC용 CPU 점유율 80%를 자랑했지만, AI와 모바일 전환의 조짐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 시장을 먹은 자와 먹힌 자의 차이는 기술력보다 리더십의 시차였다. 기술 선점의 리더십은 단순히 이른 실행이 아니다. 불확실성을 감당 가능한 리스크로 수용하고, 시행착오를 조직적 학습으로 전환하는 체계를 만드는 능력이다. 이러한 리더십이 확보될 때, 혁신의 위험은 통제 가능한 학습비용으로 바뀐다. 한국이 AI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정부·기업·학계가 공통의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는 위험을 함께 부담하는 파트너로서 기초연구의 투자 저변을 넓히고, 기업은 불확실한 시장에서도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조기 실행의 문화를 세워야 한다. 애플, 현대차, 인텔의 사례가 공통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AI 시대의 주도권은 당장 최고의 기술력보다 미래 주역이 될 기술을 언제 어떻게 구현할까 판단하는 선도적 리더십에 달려 있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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