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응급실 뺑뺑이’ 참사…4시간 표류 끝 신생아 사망

김창원 기자 2026. 4. 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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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산모 수용 인프라 부족·NICU 병상난 현실 드러나
책임형 응급의료체계 도입에도 병원 간 연계·이송 혼선 여전
▲ 119 구급대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 관련없음. 경북일보DB

대구에서 조산 증세를 보인 쌍둥이 임신부가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해 약 4시간 동안 떠돌다 결국 한 아이를 잃고 다른 한 명마저 중태에 빠진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의 구조적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7일 대구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대구의 한 호텔에 머물던 임신 28주 차 외국인 산모 A씨는 복통과 함께 조산 징후를 보였다. 인근 산부인과는 진료 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상급병원 방문을 권유했고, 증상이 악화되자 다음 날 오전 1시 39분께 119에 신고가 접수됐다.

구급대는 즉시 출동했지만 대구 지역 대형병원 7곳이 산부인과 전문의 부재나 신생아 중환자실(NICU)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수용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산모는 구급차에 탑승한 채 적절한 병원을 찾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상황은 더욱 혼선을 빚었다. 산모 가족은 직접 차량으로 수도권 병원으로 이동하기로 결정했고, 이동 중 경북과 충청 지역에서 119와 접촉했지만 환자 정보 전달과 이송 방향을 둘러싼 혼란으로 적절한 조치가 지연됐다. 헬기 이송 요청도 있었지만 의료적 위험 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산모는 최초 신고 약 4시간 만인 오전 5시 35분께 병원에 도착해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이미 상태는 악화된 뒤였다. 쌍둥이 중 한 명은 저산소증으로 숨졌고 다른 한 명도 뇌 손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이송 지연을 넘어 국내 응급의료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고위험 산모를 수용할 수 있는 지역 내 인프라 부족과 병원 간 연계 시스템 미비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응급환자 수용 거부 사례는 급증하는 추세다. 국립중앙의료원 자료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의 '환자 수용 곤란' 고지는 2023년 5만8520건에서 지난해 11만9990건으로 1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병상이 없거나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법적 책임 부담'을 지목한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지역 한 전문의는 "고위험 환자를 받을 역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용했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의료진이 떠안아야 하는 구조"라며 "차라리 처음부터 받지 않는 것이 병원 입장에선 더 안전한 선택이 되는 왜곡된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특히 산부인과와 신생아 중환자 진료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낮은 수익성과 높은 의료사고 위험으로 인해 관련 인력과 시설이 줄어들면서 실제로 고위험 임산부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은 전국적으로도 손에 꼽힌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구에서는 지난 2023년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건 이후 '책임형 응급의료체계'를 도입했지만 이번에도 병원 수용 지연과 이송 혼선이 반복됐다. 119 중심 병원 지정·수용 시스템이 사실상 무력화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