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공공부문도 혁신…산재 예방·외국인 노동자 모국어 상담

이주현 기자 2026. 4. 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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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주최 ‘APEC 미래일자리 포럼’
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APEC 미래일자리 포럼’에서 박보현 노동부 인공지능혁신과장이 한국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APEC 미래일자리 포럼’ 이틀째인 7일, 핵심 의제는 최근 각 정부가 경쟁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공공부문 에이아이 전환(AX)’이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산업재해가 빈번한 일터 현장에서 위험도를 줄이는 다양한 방법과 인공지능 기술 인력을 길러내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주목을 받았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박보현 노동부 인공지능혁신과장은 산재 고위험 사업장을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소개했다. 한국에는 300만개의 사업장이 있는데 산업안전감독관은 1400여명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다. 정부는 감독관 숫자를 5000명까지 단계적으로 증원할 계획이지만, 수백만 개 현장을 챙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산재 예방에 효율성을 높이려면 고위험 사업장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감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노동부는 사업장의 업종·규모·지역·산업재해 발생 및 보험신청 기록·위험한 기계 또는 화학물질 보유 현황 등 다양한 자료를 관리하는데, 이전엔 사람이 엑셀을 활용해 데이터 필터링을 하고 현장 위험 수준 평가 등을 추가해 관리 대상 사업장을 뽑다 보니 한계가 뚜렷했다.

노동부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산재를 예방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직접 오픈 소스 코드로 머신러닝 모델을 만들어 위험 사업장을 추출해냈다. 이 작업을 주도한 박 과장은 “사람이 파악하지 못한 수백 가지 숨겨진 패턴들을 인공지능이 찾아냈다. 인간이 경험치로 뽑은 것보다 인공지능이 위험한 사업장을 더 잘 뽑아냈다”며 “행정의 투명성이나 책임성을 위해선 왜 이 사업장이 위험 관리 대상으로 뽑혔는지 사업주들에게 설명해야 하는데, 머신러닝 모델이 설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정부는 엄밀한 계획을 수립하고 형평성 있게 집행하는 것이 중요한 반면, 효율성이나 신속한 대응을 하기엔 상당히 어렵고 규제도 많다. 예산 문제로 우수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을 고용하기가 매우 어려운데 공무원들이 이런 오픈소스 도구를 활용하면 직접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박 과장은 발표 이후 마련된 토론에서 “영세 사업장 직원이나 이제 막 입직한 청년과 같이 노동법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일수록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 이들을 위해 많은 인력과 예산을 들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생성형 에이아이가 정부에 큰길을 열어줬다”고 평가했다.

노동부는 또한 지난해 9월부터 인공지능 기반 취업 및 채용지원 서비스인 ‘고용 AI’와 ‘노동법 상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박 과장의 설명을 들어보면, 노동부는 공인노무사협회와 엠오유(MOU·양해각서)를 체결해 협력함으로써 상담 서비스 정확도를 높였다. 또한 당근 마켓 앱에 노동법 상담 기능을 포함시켜 이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이기도 했다. 노동법 상담 서비스는 34개국 언어를 사용할 수 있어 한국어가 서툴고 정보가 부족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문턱을 확 낮췄다.

공사 현장에서 산재를 줄이기 위한 홍콩 정부의 노력도 주목을 받았다. 직업 안전·보건위원회의 만보니 유 전무이사는 지난 2023년부터 일정 규모(약 400만 달러) 이상 건설 현장에서 의무화된 ‘4S’(Smart Site Safety System) 시스템을 소개했다. 현장에 쓰이는 기계·장비의 상태와 위치, 고위험 구역 정보, 노동자 안전 장구 착용 상황과 위치를 파악하는 모니터링, 가상현실(VR) 안전교육 등을 포함하는 종합 안전 프로그램이다.

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APEC 미래일자리 포럼’에서 로런스 류 ‘에이아이 싱가포르’ 국장이 발표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개발에 발목을 잡는 것은 인재 부족이다. ‘에이아이 싱가포르’의 로런스 류 국장은 인공지능 기술 인력의 양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에이아이 싱가포르’는 지난 2017년 정부 재정으로 시작한 대규모 인공지능 연구개발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300여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류 국장은 이런 왕성한 활동을 가능케 한 동력으로 ‘에이아이 견습 프로그램’을 지목했다. 9개월 과정인 이 프로그램은 △싱가포르 국적이 있고 △데이터 분석·코딩 등 일정 능력을 평가하는 테크니컬 테스트를 통과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전반부 3개월 동안엔 머신러닝 등 기술 교육에 집중하고 이후 9개월은 실제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컴퓨터 전공자 외에도 회계·인사관리 담당자, 경제학 및 사회과학자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이들이 지원한다. 그는 “훌륭한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는 높지만, 그와 별도로 열정을 지닌 다른 전공 인재에게 문호를 개방하면 해당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게 된다. 졸업생들이 산업 현장에 가서 솔루션 구축을 돕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주현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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