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연극인 후원 나선 신구·박근형…“60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 몸짓 마음껏 펼치길”

“제가 60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이제 시작한 여러분이 내년, 후년에도 이 흐름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신구)
“배우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너희들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끝까지 자기 몫의 무대를 완성하길 바랍니다.”(박근형)
원로 배우 신구(90)와 박근형(86)이 청년 배우들의 든든한 후원자로 나섰다. 두 사람의 기부로 추진된 ‘2026 연극내일 프로젝트’(이하 연극내일)가 오는 24일부터 대학로에서 막을 올린다. 7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 배우는 기부의 첫 결실을 맞은 소감을 전하며, 젊은 배우들이 무대에 설 기회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극내일은 젊은 연극인들이 연기 훈련부터 창작, 제작까지 공연의 전 과정을 경험하며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신구와 박근형이 지난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통해 조성한 ‘연극내일기금’을 바탕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가 기획해 마련됐다. 2023년 12월 국립극장에서 막을 올린 <고도를 기다리며>는 이듬해 앙코르 공연과 전국 21개 도시 투어까지 매진을 이어가며 큰 호응을 얻었다.
박근형은 “139회 동안 한 배우, 한 역할로 참여한 작품이 전국 매진을 기록하며 반향을 일으켰다”며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다 보니 ‘뭔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고, 기부 공연으로 뜻이 모였다”고 프로젝트의 출발을 설명했다. 이어 “첫 번째 작은 열매를 맺는 것 같다. 이 자리에 함께한 작가와 연출가, 그리고 30명이 넘는 배우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첫 공개 오디션으로 출발한 이번 프로젝트에는 1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이 가운데 선발된 청년 배우 30명이 4개월간의 트레이닝을 거쳐 현재 세 편의 창작극을 준비 중이다. 강훈구 연출의 <탠덤>, 이민구 연출의 <여왕의 탄생>, 류사라 연출의 <피르다우스>가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아르코꿈밭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각 작품의 주요 장면 시연을 지켜본 두 사람은 후배들에게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박근형은 “배우가 가질 수 있는 모든 행동 규범 같은 것이 저렇게 구현되는구나, 오늘 보면서 처음 알았다”며 “연극은 움직임이고, 그중에서도 사람을 표현하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움직임을 시작했으니, 뜻하는 바를 마음껏 펼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신구는 “연극은 사람의 일이고, 우리들의 이야기고, 관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을 표현하는 일”이라며 “그 표현이 정직해야 한다. 그걸 놓치면 다 허사가 된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첫 연극을 준비하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신구는 1962년 <소>로, 박근형은 1958년 <꽃잎을 먹고 사는 기관차>로 연극 무대에 데뷔했다.
신구는 “나는 첫 공연 때 어떻게 해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당황했고 옆도 보이지 않았다”며 “이번에 젊은 연극인들을 보니 훨씬 나은 환경에서 시작할 수 있어 고맙다”라고 말했다.
박근형은 “우리 때는 이런 교육기관도, 체계적으로 가르쳐주는 선생님도, 교과라고 부를 만한 책도 없었다. 직접 무대에 올라가 몸으로 부딪치며 배워야 했다”며 “우리는 빛이 없어서 찾아 헤맸는데, 지금은 갈 길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일을 하기 위해 생활의 어려움을 각오해야 한다”며 “고생길에 들어온 걸 환영한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두 사람은 연극내일 프로젝트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매년 이어지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연기 인생 60여 년을 이어온 두 원로 배우는 왕성한 무대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근형은 지난해 영화 <사람과 고기>, 올해 연극 <더 드레서>로 관객을 만났고, 신구는 연극 <불란서금고>에 출연 중이다. 오는 7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오경택 연출의 <베니스의 상인>에도 함께 출연할 예정으로, 이 작품 역시 수익금을 청년 연극인들을 위해 기부하는 공연으로 기획됐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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