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수조차 "리호남 못봤다"…증거는 김성태 진술뿐
김성태 측근 조경식도 "리호남, 호텔방에 안 와"
김성태 탕진한 도박자금, 방북 비용 둔갑했나
검찰 자료 '리호남 필리핀 있었다' 증명 못해
이종석 국정원장도"해당 기간 필리핀 없었다"

'워치독설'은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소속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주장 등을 자유롭게 쓰는 칼럼입니다.(편집자 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북한 리호남은 2019년 7월24~27일 필리핀에 없었다"고 확인했습니다. "리호남이 필리핀이 아닌 제3국으로 본인 여권을 활용해 입국했고 그곳에서 리호남을 봤다는 목격자까지 추가 확인했다"고 이 원장은 지난 3일 국회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밝혔습니다.
'리호남이 필리핀에 있었는지 없었는지'가 왜 중요한 것일까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2019년 7월 24~2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북한 리호남에게 70만 불을 줬다"고 검찰에 진술했는데, 정작 이때 "리호남이 마닐라 국제평화대회 현장에 없었다"는 주장이 나왔었기 때문입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쌍방울이 북에 보냈다는 금액'이 수사초기 500만 불로 추정되다가 이후 800만 불까지 올라갔는데, 검찰의 압박으로 김 전 회장이 허위진술을 했다는 의혹이 나옵니다.
김성태 "리호남, 돈 받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진술 외에 증거 없다
독립매체 리포액트(대표기자 허재현)는 2024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국제대회에 참석한 북한 쪽 대표 명단이 담긴 경기도 공문을 단독 입수해 폭로한 바 있습니다. 참석자 명단에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조선아태위) 부위원장,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위원장 등 6명이 적혀 있었지만 리호남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검찰은 어떻게 김 전 회장이 필리핀 마닐라에서 리호남에게 80만불을 주었다고 확인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화영 부지사 등을 기소한 것일까요.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이 이 전 부지사의 재판에 제출된 검찰 수사기록 일체를 입수해 분석해보니, 김 전 회장의 진술 외에는 관련 증거가 없었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김성태 측근 조경식도 "김성태 호텔방에 리호남 온 적 없어"
하지만 당시 "김 전 회장과 마닐라 국제대회 현장에 함께 있었고 김 전 회장과 한 호텔방에서 지냈다"고 설명하는 조경식 전 케이에이치(KH)그룹 부회장은 "리호남은 온 적이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조 전 부회장은 지난해 말 워치독과의 인터뷰에서 "성태가 겁이 많아 출장을 가면 나와 함께 잠을 잤다. 마닐라에서도 같은 방을 썼는데 성태가 호텔에서 리호남을 따로 만난 적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리호남의 오랜 지인이자 마닐라 평화 대회의 책임자이면서 검찰 쪽 중요 증인인 안부수 아시아태평양교류협회 회장조차도 리포액트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리호남이 마닐라 국제대회에는 없었고 내가 못 본 것은 사실이다"고 인정했다는 점입니다.

안부수 회장은 김성태 전 회장이 한국으로 압송되기 전 받은 검찰 조사 때도 리호남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워치독이 확보한 검찰 신문조서를 보면 2022년 11월 21일 검찰이 "아태협과 경기도는 2019년 7월경 필리핀에서 2회 평화 국제대회를 공동개최한 사실이 있는데 북한에서는 누가 참석했나요"라고 묻자, 안 회장은 "리종혁,송명철,박명철,조정철,리근명,보위부 1명(박철용)이 온 것으로 기억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안부수 회장처럼 마닐라 대회에 참석하고 대회 준비 실무 책임을 맡았던 김아무개 씨도 2024년 10월 워치독과의 인터뷰에서 "수원지검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리호남은 마닐라 대회에 오지 않았다'고 진술했지만 조서에는 담기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검찰이 먼저 리호남에 대해 물었습니다. '리호남이 대회 현장에 왔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길래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해주었습니다. 일단 내가 대회의 모든 준비를 했지만 리호남을 못봤고, 초청된 북한 사람들이 머문 호텔은 한정돼 있었고 그곳의 경비 관련 업무와 보고도 내가 책임졌지만 리호남이 왔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마닐라 대회에 참석했다가 북한 일행과 함께 우연히 북경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동석까지 했다"는 통일운동가 하동혁 씨도 기자를 만나 같은 증언을 했습니다. 하 씨는 "리호남을 오랫동안 봐서 서로 얼굴을 잘 안다. 리호남은 2019년 7월 마닐라에 없었고, 북경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북한일행과 같이 타고 서너 줄 떨어진 곳에 앉았는데 리호남의 얼굴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성태 도박자금 탕진이 대북송금으로 둔갑했나
김성태 전 회장이 굳이 "바람처럼 호텔에 와서 돈 받고 사라졌다"는 리호남에게 70만 불 대북송금을 계획했다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 전 회장이 2019년 1월 500만 불을 북에 보낼 때 돈을 받아간 이가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위원장인데, 송명철 부위원장이 엄연히 마닐라에 와있었기 때문에 굳이 리호남에게 돈을 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리호남이 필리핀에 흔적없이 입국하려면 밀항 같은 수단을 써야 하는데, 그렇게 무리를 하는 것보다 김 전 회장이 송명철을 호텔방으로 부르는 게 훨씬 간단한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당시 김 전 회장이 즐긴 도박은 도박에 사용하는 '칩' 하나만 2억 이상 하는 '브이브이아이피(VVIP) 도박'으로 알려졌습니다. 리호남에게 전달됐다는 70만 불이 실은 김 전 회장이 마닐라에서 탕진한 도박자금이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이종석 국정원장도 지난 3일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김 전 회장의 2019년 해외 도박 정황을 짧게 언급했습니다.
7일 박상용 검사는 국민의힘 주도로 열린 국회 행사에 참여해 리호남 관련 의혹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변호인들은 수사기관이 아닙니다. 변호인들은 압수수색 권한도 없고 검찰이 제출하는 자료만으로 법정에서 피고인을 변호하는 직업인입니다. 증거재판주의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307조 등을 보면, '리호남이 필리핀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것은 검찰입니다. 당연히 검찰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리호남이 필리핀에 없었다'는 것을 변호인들이 증명하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국정원의 객관적 자료조차도 검찰이 취사선택해서 법정에 제출했다는 이종석 국정원장의 설명 때문에라도 "재판에서 리호남의 부재가 배척되었다"는 박 검사의 주장에 선뜻 손을 들어주기 어렵습니다.
워치독은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수사 자료 전체를 분석해보았지만 김성태 전 회장의 진술 외에는 리호남이 필리핀에 있었다고 설명하는 증거(사진이나 녹취록, 제3자의 목격담 등)는 없었습니다. 주장만으로 누군가를 기소하고 법원이 유죄로 판결하면, 과연 그 나라를 형사법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 문명국가로 볼 수 있을까요.
허재현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팀장(리포액트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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