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방문의 해' 수원화성 성곽·행궁 관광 전략

최준희 기자 2026. 4. 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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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특집] 230년 '정조의 유산' 새롭게 걷는다

정조가 짓고 수원이 지킨 '화성'
1796년 완공된 군사·상업기능 결합 '계획도시'
일제강점기·한국전쟁 거치면서 크게 훼손
역사적 고증·전통기술 바탕으로 장기간 복원

'체험·체류 관광' 전략 구상
5.4㎞ 성곽길, 어느 구간에서든 진입·이탈 가능
창룡문~화서문 완만한 동선…방화수류정 명소
서북각루 일대선 '성곽 전체 윤곽' 한눈에 조망
화성행궁, 조선왕실문화 체험 공간…관광객 多
주요시설 돌며 스탬프 모으면 기념품 제공도

관광 활성화 따른 과제
훼손·상업화 논란·문화유산 가치 희석 우려
단기적 수익보다 장기적 보존 전략 우선돼야
▲ 관광객과 시민들이 수원화성 성곽길 중 동장대(연무대) 주변을 걷고 있다. /사진제공=수원특례시

230년 시간을 견딘 수원화성이 도시의 정체성을 넘어 미래 관광 전략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조선 후기 개혁군주 정조가 설계한 계획도시의 핵심 유산이자, 반세기 복원 과정을 통해 되살아난 공간이라는 점에서 수원화성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상징으로 평가된다.

수원시는 '2026-2027 수원 방문의 해'를 계기로 수원화성 성곽길과 화성행궁을 핵심 관광 동선으로 재편하고 있다. 단순한 문화유산 관람을 넘어 체험과 체류를 유도하는 관광 전략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수원화성은 역사 자산을 기반으로 한 도시 경쟁력의 시험대에 올랐다.

수원화성 성곽길은 총 길이 5.4㎞로 전 구간이 하나로 이어져 있으면서도 어디서든 진입과 이탈이 가능하다. 특정 출발점이 정해져 있지 않아 관광객은 일정과 체력에 맞춰 자유롭게 탐방 경로를 설계할 수 있다. 전체 구간을 도는 데 반나절이면 충분해 접근성과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 수원화성 서북각루에서 서장대 방향으로 올라가는 길을 바라보는 모습. /사진제공=수원특례시

창룡문에서 장안문, 화서문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비교적 완만한 동선으로 구성돼 있다. 성곽 안쪽에는 오래된 주거지와 골목이 남아 있고, 바깥쪽으로는 현대 도시가 펼쳐진다. 서로 다른 시간대의 풍경이 맞닿으며 독특한 경관을 형성한다. 이 구간에는 용연과 방화수류정, 화홍문 등 대표적인 명소가 밀집해 있어 탐방객이 집중된다. 다만 방화수류정은 보수공사로 일정 기간 출입이 제한되며 외부에서 조망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북수문에서 화서문까지 이어지는 '평지북성' 구간은 경사가 거의 없는 평탄한 길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산책형 코스로 활용된다. 화홍문과 장안문, 서북공심돈 등 주요 시설이 연속적으로 배치돼 있어 성곽 구조를 이해하기에 적합하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성벽의 곡선은 시각적 아름다움을 더하며 사진 촬영 명소로 자리 잡았다.
▲ 시민들이 수원화성 성곽길 중 북수문(화홍문) 앞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다. /사진제공=수원특례시

화서문에서 서장대를 거쳐 팔달문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팔달산 능선을 따라 형성돼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돼 체력 소모가 크지만, 높은 지대에서 내려다보는 성곽의 흐름과 도심 전경은 이 구간만의 특징이다. 특히 서북각루 일대에서는 성곽의 전체 윤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탐방의 핵심 지점으로 꼽힌다.

성곽은 팔달문 인근에서 도로로 인해 일시적으로 단절된다. 그러나 전통시장 방향으로 이동하면 남수문부터 다시 연결된다. 이 구간에서는 시장의 활기와 상인의 일상, 지역 먹거리를 함께 경험할 수 있다. 관광과 지역경제가 자연스럽게 결합되는 지점이다.

탐방객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주요 시설을 순회하며 스탬프를 모으는 방식으로,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기념품을 제공한다. 단순 관람 중심에서 체험형 관광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다양한 시설물의 기능과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수원화성에는 동서남북 네 방향의 성문과 암문, 수문을 포함해 총 11개의 출입 구조가 존재한다. 장안문과 팔달문은 규모와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조선시대 성곽 건축의 특징을 보여준다. 암문은 비상시 이동 통로로 활용됐고, 수문은 수원천의 수량을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했다.
▲ 수원화성 동장대에서 동북각루로 내려오는 성곽길에 벚꽃이 활짝 피어 있다. /사진제공=수원특례시

군사적 기능을 수행하던 시설도 곳곳에 남아 있다. 서장대는 군사 지휘소로 사용된 공간이다. 정조가 직접 군사 훈련을 지휘한 기록이 전해진다. 동장대는 군사 훈련장으로 활용됐다. 적대와 노대는 방어와 공격을 위한 시설로, 당시 군사 전략과 기술 수준을 반영한다. 각루와 포루, 공심돈 등은 감시와 방어 기능을 수행하며 성곽 방어 체계를 구성한다.

수원화성 내부에 위치한 화성행궁은 왕이 머물던 임시 거처이자 정치·군사 활동의 중심 공간이었다. 현재는 조선 왕실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며 관광객 유입의 핵심 축을 담당한다.

행궁 중심부에 위치한 봉수당은 왕의 주요 의례가 진행되던 장소다.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이 열린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장락당은 국왕의 침소로 사용됐다. 득중정은 활쏘기와 군사 행사, 불꽃놀이가 진행된 장소다.
▲ 수원화성 중 보물로 지정된 장안문 전경. /사진제공=수원특례시

낙남헌과 노래당은 연회와 휴식을 위한 공간이다. 낙남헌은 벽이 없는 개방형 구조로 대규모 행사를 치르기에 적합하다. 노래당은 행사 중 왕이 머무르거나 대기하던 공간으로 기능했다. 이들 건물은 행궁이 단순 거주 공간이 아닌 복합 기능 공간이었음을 보여준다.

행궁 내부에는 자연과 결합된 휴식 공간도 조성돼 있다. 미로한정은 행궁과 성곽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지점이다. 복원된 연못과 정원은 체류형 관광 요소를 강화한다. 화령전은 정조 사후 건립된 시설로, 왕의 초상과 문집을 봉안한 공간이다.

수원화성은 1794년 착공해 1796년 완공됐다. 정조의 정치적 이상과 효심이 반영된 계획도시의 핵심 시설이었다. 정약용 등 당대 기술자와 관료가 참여해 군사와 상업 기능을 결합한 도시 구조를 구현했다. 이는 조선 후기 도시계획의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그러나 수원화성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크게 훼손됐다. 성곽 일부가 철거되고 시설물이 파괴됐다. 현재의 모습은 복원 사업의 결과다.
▲ 화성행궁 정문인 신풍루 앞에서 장용영 수위의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수원특례시

복원은 1975년 '수원성 복원정화사업'으로 시작됐다. 약 4년간 성곽과 주요 시설이 정비됐다. 이후 1990년대에는 단절된 성곽을 연결하는 사업이 추진됐다. 1996년부터 2007년까지 11년에 걸쳐 진행된 사업으로 대부분 구간이 복원됐다.

2000년대 이후에는 개별 시설 복원이 본격화됐다. 서장대와 팔달문, 남수문, 동북포루 등 주요 시설이 순차적으로 복원됐다. 화성행궁 역시 장기간 복원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이는 단순한 외형 복원이 아니라 역사적 고증과 전통 기술을 기반으로 한 복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원화성은 1997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며 국제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조선 후기 과학기술과 군사 전략, 도시계획이 결합된 종합 유산으로 평가된다. 동시에 시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생활 유산'이라는 점에서 다른 문화유산과 차별성을 가진다.
▲ 2026-2027 수원 방문의 해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수원특례시

그러나 관광 활성화가 본격화되면서 새로운 과제도 드러나고 있다. 방문객 증가에 따른 훼손 가능성과 상업화 논란이 대표적이다. 일부 구간에서는 과도한 상업시설과 인위적 시설물이 경관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유산의 본질적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수원화성이 지속 가능한 관광 자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보존과 활용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방문객 수용 한계 설정과 동선 분산, 시설 관리 기준 강화 등이 요구된다. 단기적 관광 수익보다 장기적 보존 전략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원시는 방문의 해를 계기로 야간 관광과 문화행사,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해 체류형 관광을 강화할 계획이다. 관광객이 단순히 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머무르며 경험하는 공간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조가 설계한 도시 수원화성은 230년 동안 시민의 삶 속에서 유지돼 왔다. 복원과 보존을 거쳐 다시 주목받는 이 공간이 관광 자원으로서의 역할과 역사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킬지 관심이 쏠린다.

/최준희 기자 wsx3025@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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