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광이 황제 싫지만 대안 없어"…트럼프에 지친 우방국 한숨

권영미 기자 2026. 4. 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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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한국, 걸프국 등 안보 의존…중·러 의존할 수도 없어"
유럽 극우조차 트럼프에 등 돌려…독일대안당 "미군 철수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제임스 S. 브래디 기자회견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6.4.6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그린란드를 가지겠다는 억지 요구에서 시작해 이란 전쟁까지 이어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에 미국의 동맹국들의 고민이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유럽, 아시아, 중동 등의 미국 우방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고 의도도 잘 알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불안해하고 있지만 대안이 없어 미국을 등질 수도 없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앞서 트럼프는 유럽 국가들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두고 "겁쟁이들"이라고 비난하며 나토 탈퇴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가 주최한 투자 콘퍼런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향해 "내 엉덩이에 키스하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모욕적 언사를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의 좋은 관계를 자랑하면서 이란 전쟁에서 돕지 않았다며 한국 등 동맹국들을 거듭 비난했다.

독일 집권당 의원 로데리히 키제베터는 "미국은 예측불가능하다"며 "더 이상 서방 세계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호주 싱크탱크인 로위 연구소의 마이클 풀릴로브 소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대체로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에 우호적인 국가였으며, 그들의 동의를 얻어 패권을 장악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만약 (트럼프처럼) 동맹국을 모욕하고 모든 협상에서 그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인다면, 세계를 향해 가장 추악한 모습을 드러낸다면, 이러한 동의는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들의 딜레마는 가까운 미래에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대체할 국가가 없다는 점이다. 강대국인 중국과 러시아 역시 약탈적이다. 유럽과 아시아의 중견 민주주의 국가들이 미국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상호 협력을 강화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린다.

특히 걸프 국가들은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에 매일 노출되며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지만 미국 무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외교 고문 안와르 가르가시는 "우리의 주요 안보 파트너는 미국"이라며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에서도 비슷한 고민이 이어진다. 한국은 북한의 위협과 중국의 부상 속에서 미국이 중동으로 방공 무기를 재배치하는 모습을 우려스럽게 지켜봤다.

한국외국어대 메이슨 리치 교수는 "미국의 이란 개입은 국제규범을 무시하는 '불량 행위자'로, (민주주의·인권·규범 준수를 중시하는) 한국의 가치와도 더 이상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파급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국은 안보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짚었다.

상황이 이러자 원래 이란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유럽이나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에서 최근 몇 주 동안 미국의 군사적 어려움이 가중된 것을 은근히 기뻐하는 심리가 커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는 전쟁에서의 패배가 트럼프 대통령의 다른 지역 개입 욕구를 억제하고, 보다 전통적인 국제 관계 방식으로의 회귀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FT는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과 동맹국의 의견을 무시하는 행태는 그와 친밀하게 지내려 했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이탈리아 정부까지 등을 돌리게 했다.

이탈리아 상원의원이자 전 경제개발부 장관인 카를로 칼렌다는 "모두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미국이 지금 어떤 나라인지 아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마치 칼리굴라나 네로 이후로 볼 수 없었던,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미치광이 황제가 다스리는 것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인들이 확실히 깨달은 한 가지는 그(트럼프)가 폭군이라는 것"이라며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고, 그의 모욕을 못 들은 척해도 그는 계속해서 우리를 괴롭히려 할 것이니, 결국 우리는 그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극우 및 포퓰리즘 진영조차 이란 전쟁을 비난하고 트럼프와 거리를 두려고 하고 있다. 극우 독일대안당(AfD) 공동대표 티노 크루팔라는 스페인 좌파 정부처럼 미국이 이란에 대한 "침략 전쟁"에 독일 내 군사기지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해야 하고 나아가 모든 미군을 독일에서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WSJ은 전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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