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번으로 여러 암 동시 탐지…간암 고위험군 5명 중 4명 잡은 '이 검사'

건강검진을 받아도 안심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B형간염을 오래 앓았거나 간경변 진단을 받은 사람은 정기적으로 검사를 이어가야 한다.
암마다, 장기마다 검사가 다르다. 증상이 없거나 매우 초기일 때엔 신호가 미약한 데다 검사도 장기별로 나뉘어 있어 놓치기 쉽다.
UCLA 존슨 종합암센터의 시앙홍 재스민 저우 교수 연구팀은 '메틸스캔(MethylScan)'이라는 혈액검사 기술의 검증 결과를 4월 6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같은 날 UCLA 헬스는 이를 공식 보도자료로 소개했다.
저우 교수는 "1기에 암을 발견하면 생존율이 크게 달라진다"며 조기 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러 암, 한 번의 혈액검사로 찾는 원리
이번 연구의 핵심은 혈액 속 DNA 조각이다. 우리 몸에서는 매일 수십억 개의 세포가 죽으면서 DNA 파편을 남긴다. 이 가운데 간·폐·난소 등 각 장기에서 나온 DNA가 섞여 혈액 속을 떠다닌다.
메틸스캔은 이 DNA의 '메틸화(methylation)' 패턴을 분석한다. 메틸화는 DNA에 붙는 화학적 표지로, 세포의 상태와 변화를 기록하는 신호처럼 작동한다. 조직마다 고유한 패턴을 보이며, 암이나 손상이 생기면 그 형태가 바뀐다.
기존 액체생검(혈액 등 체액을 이용해 암을 확인하는 검사)은 암세포의 돌연변이 DNA를 찾는 방식이 많았다. 초기 암에서는 신호가 약하고 비용이 높았다.
이번 기술은 혈액세포에서 나온 DNA 파편의 비중을 낮춰 분석을 방해하는 영향을 줄이고, 전체 메틸화 패턴을 읽는 구조로 설계됐다.
선행연구와 무엇이 달라졌나
같은 연구팀은 2022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서 혈액 속 DNA 조각의 메틸화 패턴을 분석하는 검사로 408명을 분석해 결장암, 간암, 폐암, 위암 등 4종 탐지와 조직 기원 예측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적용 범위를 넓혔다. 검증 대상이 1061명으로 확대됐고, 암 환자뿐 아니라 B형·C형간염, 알코올성 간 질환, 대사성 간 질환 환자까지 포함됐다. 암 탐지에 더해 간 질환의 종류와 장기 이상 신호까지 함께 구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혈액세포 유래 DNA를 효소로 제거해 분석 효율을 높였다. 이론적으로는 검사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는 구조로, 조건이 맞으면 샘플당 20달러 수준까지 낮아질 가능성도 제시됐다.

피 한 번으로 여러 암을 동시에 찾으려는 시도는 UCLA가 처음이 아니다.
2020년 《종양학연보(Annals of Oncology)》에 발표된 GRAIL 연구(여러 암을 한 번의 혈액검사로 조기에 찾아내는 기술을 검증한 대규모 연구)는 혈액 속 DNA 메틸화 분석으로 50종 이상의 암을 겨냥해 특이도 99% 이상(암이 없는 사람 100명 중 1명 이하만 잘못 양성으로 판정)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UCLA 연구는 비교적 저비용 구조로 암 4종과 간 질환을 동시에 포착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간암 고위험군 80%, 간 질환 감별도 85%
UCLA 연구팀은 전체 암의 약 63%, 조기암의 약 55%를 찾아냈다. 초기 단계 암 2건 중 1건 이상을 포착한 수준이다. 이는 특이도 98% 조건에서 얻은 결과다.
간암 고위험군에서는 성능이 더 좋았다. B형간염이나 간경변이 있는 집단에서 약 80%, 5명 중 4명의 간암을 탐지했다.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율이 약 2~3% 수준인 한국에서 의미 있게 볼 수 있는 결과다. 바이러스성 간염과 대사성 간 질환을 혈액만으로 구분하는 정확도는 약 85%였다.
기대 크지만 아직 갈 길 멀어
연구팀은 단일 혈액 검사로 다양한 질환을 포괄적으로 탐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증상이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선별검사 성능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는 이미 진단을 받았거나 증상이 있는 환자가 포함됐다. 여러 암을 한 번에 찾는 혈액검사 분야에서는 다양한 메틸화 기반 기술이 연구되고 있어, 향후 비교 검증도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초기 검증 단계다. 실제 검진에 도입되려면 대규모 전향적 임상시험과 규제 기관의 허가를 거쳐야 한다.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정기 검사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조기 발견 여부를 가른다.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나 간경변 환자라면 복부 초음파와 AFP(알파태아단백) 검사를 6개월 간격으로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다. 검사는 기술이지만, 결과를 바꾸는 것은 결국 행동이다.
피 한 번 검사, 어디까지 믿어도 되나
Q1. UCLA 연구팀 검사에서 이상이 나오면 바로 암으로 봐야 하나요?
A1. 그렇지 않습니다. 이 검사는 추가 검사가 필요한 대상을 가려내는 선별 도구입니다. 이상 신호가 확인되면 CT·MRI·내시경 등 장기별 정밀검사를 통해 최종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Q2. 간암 외 다른 암 고위험군도 이 검사가 도움이 될까요?
A2. 이번 연구에서는 폐암·난소암·위암도 탐지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다만 간암 고위험군(B형간염·간경변)만큼 뚜렷한 성능 수치가 제시된 것은 아닙니다. 개별 암 종류별 고위험군에 대한 성능 검증은 후속 대규모 임상에서 확인이 필요합니다.
최승욱 기자 (swchoi6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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