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뿌린 대로 거둔다'

김명균 주필 2026. 4. 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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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균 주필

1988년 소설가 이문열의 <삼국지> 이후 여러 소설가의 <삼국지>가 앞다퉈 등장하면서 <삼국지>의 전쟁이 시작됐다. 그동안 70여 종의 <삼국지>가 출간돼 가히 삼국지 춘추 전국시대라 불릴 만했다. 유비·관우·장비·제갈공명과 같은 영웅호걸들의 호쾌한 이야기를 다룬 삼국지는 진나라가 천하 통일할 때까지를 그린 전쟁 소설이다. 그러나 <삼국지>는 읽는 재미를 제외하면 별로 얻는 것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냉혹한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목적 달성을 위한 권모술수와 지략은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자기만을 위한 처세술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삼국지>는 등장인물의 집단 패싸움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사회에서도 정치권에서의 대립과 갈등은 끊이질 않고 있다. 여야나 좌우 진영 간에 막말로 패싸움 형국이다. 약육강식 논란에 의한 권모술수만 보일 뿐 자기 희생이나 자기 헌신을 찾아보기 어렵다.

<구약성경>에도 여러 제왕의 이야기가 있다. 배신·역모·쿠테타·살인·전쟁 등 외형상으로는 중국의 <삼국지>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성경>의 '삼국지'에는 하나의 분명한 원칙이 있다. '뿌린 대로 거둔다'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 그는 권력의 노예가 돼 수 많은 사람을 해쳤다. 그 결과 그는 세 아들 앞에서 자신의 군대가 전멸당하는 것을 보아야 했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다. 둘째 왕 다윗은 처음에는 겸손하게 권력을 관리했다. 그러나 그 역시 권력에 눈이 어두워졌다.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던 신하의 아내를 빼앗고, 남편 역시 살해했다. 결국 다윗왕 역시 자기 아들의 쿠데타로 권력을 빼앗겼다.

셋째인 솔로몬 왕도 자신의 정체성을 망각한 채 1000 명의 첩을 거느린 채 패륜아처럼 생활했다. 그는 죽을 때까지 내우외환을 겪어야 했다. 솔로몬이 죽은 후 무려 210여 년간 같은 민족끼리 집단 패싸움을 벌이는 불행이 계속됐다. 이들 세 명의 왕은 모두 뿌린 대로 거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마주한 불신, 갈등은 우연히 자란 잡초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뿌린 씨앗의 결과다.

선거철 정치판에서 쏟아내는 공약은 마치 풍성한 수확을 약속하는 씨앗처럼 보인다. 하지만 선거 후 씨앗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남는 건 회피와 정쟁(政爭)이다. 정파적 이익을 키워 온 결과, 정치가 거두는 것은 신뢰가 아닌 불신이다. 정치가 불신을 뿌렸으니 불신을 거두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신뢰를 거두고 싶으면 신뢰를 심어야 한다. '뿌린 대로 거둔다'라는 말은 운명이 아니라 경고를 말한다. 또한 희망을 뜻하기도 한다. 이제라도 제대로 뿌리지 않으면 회한과 탄식만 되풀이하게 된다.

/김명균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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