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럼 서기장, 서열 1·2위 자리 독식… ‘시진핑급 막강 권한’

김유정 기자 2026. 4. 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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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 EPA 연합뉴스

베트남 권력서열 1위인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서열 2위인 국가주석직도 겸임한다. 공산당을 대표하는 서기장, 정부를 대표하는 주석 자리를 모두 차지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처럼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쩐 타인 먼 베트남 국회의장이 이날 베트남 국회가 공산당 럼 서기장의 국가주석 지명을 출석 의원 전원 찬성으로 인준했다고 밝혔다. 공산당은 지난달 말 회의에서 럼 서기장을 주석으로 지명하기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럼 서기장이 5년간 서기장과 주석자리를 동시에 맡으며 기존 집단지도체제는 매우 약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럼 서기장은 지난 2024년 8월 서기장 자리에 오른 뒤 지난 1월 전당대회에서 서기장 연임에 성공했다. 이어 2031년까지 베트남 정부를 대표하는 주석 자리까지 차지하며 ‘4대 기둥’을 최고지도부로 하는 집단지도체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게 됐다. 서기장과 주석은 서열 3·4위인 총리·국회의장과 더불어 베트남 최고지도부인 이른바 ‘4대 기둥’을 이룬다.

정상적 지도부 선출 절차를 통해 서기장과 주석 자리를 동시에 차지한 것은 럼 서기장이 최초다. 지금까지 럼 서기장을 제외하고 베트남에서 서기장과 주석을 동시에 겸직한 이는 2018∼2021년 주석까지 맡은 응우옌 푸 쫑 전 서기장이 유일하다. 앞서 럼 서기장도 2024년 약 두 달간 주석직을 병행한 바 있다. 다만, 두 사례 모두 전임자 별세에 따른 과도기적 상황에 따른 것이다.

권력이 럼 서기장에 집중되며 연 10%의 고속 경제성장을 목표로 한 ‘개혁’ 정책을 더욱 신속하고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동력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럼 서기장은 전임자인 쫑 서기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후 관료주의 타파와 신속한 의사 결정 구조 구축을 표방하며 1986년 ‘도이머이’(쇄신) 정책을 통한 개혁·개방 노선을 채택한 이후 4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정부 개편을 단행했다.

럼 서기장은 주석 취임 선서 후 연설에서 “서기장과 주석의 책임을 맡는 것은 매우 큰 영광이자 책임이며, 신성하고 고귀한 의무”라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최우선 과제는 평화와 안정 유지, 신속하고 지속 가능한 국가 발전 촉진, 국민 삶의 모든 측면 개선이라면서 이를 위해 과학·기술·혁신·디지털 전환을 주요 동력으로 하는 새로운 성장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공안부에서만 1979년부터 40년 넘게 근무해 온 럼 서기장의 권력 장악이 권위주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의 최근 세계자유지수 보고서에서 베트남은 193개국 중 158위를 기록하며 ‘자유롭지 않은 나라’로 분류됐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레 홍 히엡 선임연구원은 이번에 “베트남 지도부가 합의에 기반한 집단 모델에서 강력한 지도자 스타일로 전환됐다”면서 “또 럼의 손에 더 많은 권력이 집중되는 것은 베트남 정치 체제에 권위주의 심화와 같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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