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했다가 같은 처지'…일본 2·3위 완성차, 다시 손잡나 [일본 산업 리포트]

일본 2위 완성차 업체 혼다와 3위 닛산자동차의 협업 협상이 1년 넘게 지지부진하다. 소프트웨어 등 차세대 기술을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닛산은 혼다 외에 파트너를 찾으려고 해외 완성차 업체에도 협력을 타진했지만, 열매를 맺지 못했다. 그사이 혼다도 대규모 적자에 빠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두 회사의 역학관계 변화는 협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혼다와의 협업은 차례차례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요코하마 시내 호텔에서 열린 닛산 계열 공급업체 회의. 이반 에스피노사 닛산 사장은 혼다와의 협업에 의욕을 보였지만, 협상 시작 후 1년이 지나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혼다는 전기차 사업에서 막대한 손실을 냈고, 결국 두 회사 모두 곤경에 처했다.
2024년 12월 닛산과 혼다의 경영 통합 협의 착수 기자회견. 우치다 마코토 당시 닛산 사장은 “어느 쪽이 위, 아래가 아니다”며 대등한 관계를 강조했다. 혼다 내에선 “사장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싶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당시 통합 협상은 혼다 주도로 진행됐다. 새로운 사명은 ‘혼다 코퍼레이션’. 닛산 경영진은 혼다의 제안에 놀랐다. 혼다는 닛산의 구조조정이 더뎌지자 자회사로 들어올 것을 제안했다. 닛산은 혼다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2025년 2월 협상이 결렬됐다.

‘결정하지 못하는 조직’이라고 조롱받던 닛산은 작년 4월 에스피노사 사장이 취임하면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5월에는 경영 재건 계획 ‘Re:Nissan’을 발표했다. 전 세계 7개 공장을 닫기로 결정했고, 총 5000억엔 규모의 비용 절감 계획도 순조롭게 추진하고 있다. 닛산 내에선 “결단 속도가 확 달라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다만 아직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에스피노사 사장 취임 이후 닛산 주가는 지난달까지 6%가량 하락했다. “신차가 팔린다는 보장이 없고 중장기 생존 전략이 부족하다”는 게 일본 증권업계 평가다.
차세대 자동차는 소프트웨어, 배터리 등 거액의 투자가 필요하다. 혼자서는 미국 테슬라, 중국 BYD 등에 대항하기 어렵다. 이에 닛산은 혼다와 통합 협상이 결렬된 작년 2월부터 관계를 다시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닛산 미국 공장에서 차량을 공동 생산하고, 차량용 운영체제(OS)를 공통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지만 세부 조율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작년 12월로 예정한 합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양사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를 둘러싸고도 의견이 갈렸다.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해 혼다는 자체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닛산은 이미 영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기술을 활용해 실증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닛산은 움직였다. 닛산은 혼다와 협의와 별도로 여러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협업을 타진했다. 그러나 다른 업체 역시 미국 관세 정책 등에 대응하느라 닛산의 제안을 거절했다. 닛산은 결국 현실적 선택지인 혼다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협업 협상은 혼다가 주도했지만 이제 힘의 균형이 바뀌고 있다. 양사 모두 대등한 입장에서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 배경에는 혼다의 곤경이 있다. 혼다는 전기차 관련 손실 등으로 2025회계연도에 상장 후 처음으로 최대 6900억엔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소니·혼다 모빌리티도 전기차 개발을 중단했다.
닛산에 구조조정을 강요했던 혼다가 아이러니하게도 이제는 개혁을 강요받고 있다. 변혁기를 맞은 자동차 산업에서 혼자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같은 처지에 놓인 닛산과 혼다 양측 경영진은 그 사실을 새삼 인식하고 있다.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은 여전히 닛산 경영 참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닛산은 올해 신차 판매 공세를 펼치겠지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닛산이 구조조정을 통해 보여준 ‘결단력 있는 경영’을 혼다와 협력에서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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