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의 풍산 탄약사업부 인수 추진···‘마르지 않는 돈줄’ 될까

노경은 기자 2026. 4. 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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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탄 패키지’ 수직계열화 속도, 단발 매출서 반복 수익 구조로 전환
미국 아칸소 투자와 맞물린 전략···신규 아닌 검증된 공급자 포지셔닝
미국 방산 전시회 내 풍산 부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풍산의 탄약사업부 인수를 추진하면서 방산 사업의 수익구조 전환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단순 무기 판매 중심에서 벗어나 탄약까지 묶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반복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풍산 탄약사업부 인수를 위한 비공개 입찰에 참여해 최종 제안서를 제출한 상태다. 경쟁 입찰자가 없는 단독 후보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공식적으로 다양한 사업 기회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인수 성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풍산은 5.56mm 소구경 탄약부터 155mm 곡사포탄까지 국내 핵심 탄약 공급을 담당해온 기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게 풍산은 K9 자주포 수출 시 155mm 포탄을 공급받아 온 주요 파트너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번 인수 시도는 외부 조달에 의존하던 탄약을 내부화하는 수직계열화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실제 양사 간 거래 규모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24년 풍산과 향후 5년에 걸쳐 3585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기도 했는데, 이는 직전해 거래 대비 210%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포만 팔던 구조 한계"···탄약 결합으로 수익구조 변화 노렸나

이번 인수 시도의 핵심은 수익 구조 변화다. 지금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방산 사업은 자주포 등 완제품 판매 중심이었다. 대형 계약이 체결될 때 실적이 급증하지만 이후 공백이 발생하는 변동성이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탄약까지 함께 공급하는 구조로 전환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무기체계는 도입 이후 지속적인 탄약 소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반복적인 매출이 형성된다. 인수가 성사될 경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출 전략도 일회성 장비 판매에서 장기 유지·보급 중심 구조로의 패키지 수출이 기대된다. 이는 계약 규모 확대뿐 아니라 장기적인 유지·보급 계약까지 포함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운용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동일 사업자가 장비와 탄약을 함께 공급하면 호환성과 유지관리 측면에서 효율성이 높아진다. 계약 구조 역시 단순 장비 납품을 넘어 패키지 형태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프린터를 판매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잉크까지 함께 공급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기계는 한 번 팔면 다음 교체까지 시간이 길지만 소모품은 지속적으로 매출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 제조·납품을 넘어 장비·탄약·유지보수를 포함한 통합 공급 구조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달 말 미국 육군의 기동형 전술포 사업에 제안한 K9MH 자주포 모습 / 사진=한화디펜스USA

◇미국 진출 포석···현지 생산·레퍼런스 확보 전략

이번 인수 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시장 진출 전략이 이어진 시점과도 맞물린다. 지난달 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자회사 한화디펜스USA는 미 육군의 기동형 전술포 사업 시제품 제안 요청에 K9 자주포 기반 개량형 모델인 K9MH을 제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동시에 앨라배마주를 중심으로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공급망과 인력 기반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이뿐만 아니다. 약 13억달러(약 1조9000억원) 규모의 미국 아칸소 탄약 공장 투자 계획도 발표하며 현지 방산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주포뿐 아니라 탄약까지 현지에서 직접 생산·공급하며 기존 유럽 중심 수출에서 벗어나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을 직접 공략하는 차원이다. 이는 안정적인 생산 능력과 공급 실적인 레퍼런스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미국 방산 시장에서 신규 진입자가 아닌 검증된 공급자로 포지셔닝하기에 유리한 조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칸소 투자로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풍산 인수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구조"라며 "자주포 플랫폼과 탄약을 결합하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패키지 수출 확대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인수는 확정 단계가 아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경쟁력 강화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사업 기회를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풍산 역시 "사업 구조 개편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한편, 한화그룹은 풍산 탄약사업부 인수 추진 외에도 지난달 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방산분야 영토 확장 차원에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KAI 지분율을 대량보유 공시(5% 룰) 직전인 4.99%까지 끌어올렸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를 두고 경영권 분쟁 소지를 피하면서도 사실상의 주주 지위를 확보함으로써 향후 민영화 논의 시 우선권을 선점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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