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 환자가 ‘대리수술’ 밝히려 몰래 수술현장 녹음했다면···유죄일까, 무죄일까
1·2심,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 인정···병원측의 ‘폭로 방송 삭제’ 가처분 신청은 기각 “대리수술 표현 허위사실 아냐”
대법원, 법리검토 들어가····헌재도 환자측의 헌법소원심판 청구 심리 시작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환자가 수술 중 녹음한 의료진의 대화를 토대로 대리수술 정황을 폭로한 변호인의 사건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동시에 받는다. 대법원은 원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환자와 변호인 사건의 법리검토를 지난 2월 말 시작했다. 동시에 헌법재판소는 유죄 판단의 근거인 법률 조항의 위헌성, 이로 인한 기본권 침해 여부를 살피고 있다. 이는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기 이전에 벌어진 사건으로, 환자가 자신의 수술실 현장을 녹음할 수 있는지 등이 쟁점이다. 이와 관련한 사법부의 판단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급심, 환자·변호인 모두 유죄...대법원 법리검토
시사저널 취재 결과, 대법원 제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수술실에서 몰래 녹음기를 틀고 대리수술 정황이 담긴 녹음 내용을 폭로한 사건을 1월9일 접수한 후 2월27일 법리검토를 시작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는 지난해 12월18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환자 김아무개씨에게 징역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김씨를 대리한 손영서 변호사에 대해서는 징역1년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판사 강두례)는 2023년 10월26일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한 후 김씨와 손 변호사에게 이처럼 선고했다.

사건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관련 의료법 시행(2023년 9월) 이전에 불거졌다. 김씨는 2021년 6월18일 서울 소재 한 성형외과에서 국소마취와 수면마취를 받기 전부터 녹음기를 틀고 코 성형 재수술을 받았다. 녹음파일에는 담당의가 수술 시작 후 20여분이 지나 잘 하는 사람이 온다고 말하는 등의 대화가 담겼다. 그러자 김씨는 담당의와 성명 불상의 대리수술자를 상해죄, 사기죄로 처벌해 달라며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강남경찰서는 2021년 12월23일 담당의, 대리수술자로 밝혀진 의사를 불송치결정했다.
이후 김씨는 손 변호사와 2022년 1월13일 의료소송 위임계약을 체결했고 대리수술 정황을 확인했다. 대리수술을 한 의사는 담당의가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반면, 수술기록지에는 대리수술을 한 의사가 수술에 참여했다는 기록은 없었다. 손 변호사는 2022년 4월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를 토대로 의료계 대리수술 문제를 제기했다. 담당의 등은 동영상을 삭제하라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서울중앙지법와 서울고등법원은 2022년 10~11월 연달아 이를 기각했다. 또 대리수술 표현에 대해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사건 관련 재판부는 혐의가 있다고 본 것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제3조제1항). 이를 위반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 5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한다(벌칙 제16조제1항). 현행법상 대화에 참여한 당사자가 다른 대화 상대방 몰래 녹음해도 합법이다. 제3자가 대화를 몰래 녹음해서는 안 된다. 현재까지 나온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대화 참여자 판단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대화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공간을 기준으로 판단할지, 대화를 직접 한다는 인지 능력이 잣대인지 등 사건마다 엇갈린다.
이런 가운데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김씨가 대화 자리에 있었더라도 마취 상태였기 때문에 대화 당사자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손 변호사의 폭로 행위와 관련해서는 사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일 뿐,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공익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통신비밀보호법 명확성 원칙 엇나가"
김씨 측은 정당행위였다고 주장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이전이었고 대리수술이 사회적 문제가 된 상황인 만큼 자구책을 행사했다는 취지다. 또 수술 당시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녹음을 시작해 의료진 질문에 답변하는 등 대화 당사자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의료진은 재판 과정에서 담당의가 수술실을 비우지 않았다고 증언하는 등 대리수술 의혹을 부인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한 상황에서 환자를 대화 당사자로 볼 수 있는지 등과 관련한 대법원의 판단은 첫 사례가 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헌법재판소는 손 변호사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을 3월10일 전원재판부에 회부하며 심리를 시작했다. 서울고법은 앞서 손 변호사가 제기한 통신비밀보호법 벌칙 규정(제16조) 관련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기각했고, 손 변호사 등은 1월23일 이 규정으로 인해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위헌법률 관련 헌법소원은 법원의 기각 결정 통지를 받은 후 30일 이내 헌법재판소에 청구해야 한다.
손 변호사 측은 헌법재판소를 상대로 △대화 당사자의 기준을 명확히 확립해야 한다는 점 △공익 목적의 녹음 및 폭로 행위도 형법상 명예훼손죄, 언론중재법 등의 경우처럼 공익성이 인정되면 위법성이 없다고 인정돼야 한다는 점 △벌금형은 규정하지 않는 벌칙 조항의 문제 등을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전원재판부 회부 비율은 절반 이상으로 다른 나라보다 높은 편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동시에 심리 중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을 인용해 손 변호사 등의 청구를 받아들이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해도 재심 사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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