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 안 피었는데” 경남 곳곳 대나무 집단 고사

김현우 2026. 4. 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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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남해 등 곳곳에서 발견
꽃필 시기도 아냐…원인 불명
기후·밀식 등 지목…대안 절실
진주시 대곡면 대나무숲 전경. 대나무숲이 말라 죽어 있다. 김현우 기자

경남 곳곳에서 대나무 집단 고사 현상이 확인되고 있다. 통상 대나무는 꽃이 피면 고사하지만, 지금은 개화 시기도 아니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진주시 대곡면과 남해군 삼동면 등에서 대나무 고사 현상이 확인됐다. 한두 그루가 아닌 수십, 수백 그루가 누런색으로 바짝 말라 있다. 수십 년간 푸르렀던 대나무숲이 몇 년 만에 갑자기 집단 고사하자 인근 주민들은 걱정스럽다는 반응이다.

진주시 대곡면 한 주민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속히 고사하고 있다. 대나무숲 앞을 지나다닐 때마다 을씨년스럽다. 약을 치려고 해도 병을 알아야 약을 칠 게 아닌가. 뭔가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대나무는 외떡잎식물로 우리나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넓게 분포해 있다. 잘 고사하지 않고 겨울에도 푸른 잎이 곧게 자라는 탓에 예부터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식물로 여겨져 왔다.

다만 대나무는 꽃을 피우면 나면 고사한다. 이른바 개화병으로, 보통 60년~120년에 한 번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나무는 ‘지하경’이라 불리는 땅속줄기를 통해 번식한다. 꽃을 피워 열매와 씨앗으로 번식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거의 꽃을 피우지 않는다.

일생에 단 한 번 꽃을 피우는데 대나무 땅속줄기 양분이 소모돼 다음 발육돼야 할 ‘죽아(竹芽·대나무싹)’ 대부분이 고사해 버린다. 특히 뿌리가 연결된 경우가 많아 한 번 꽃을 피우면 일대에 개화병이 번져 집단 고사하는 일이 발생한다.

문제는 지금이 대나무꽃이 필 시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나무꽃이 피는 시기는 종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에 가장 흔한 품종인 왕대나 솜대는 6~7월에 꽃을 피운다. 최근 경남 곳곳에서 발생한 대나무 집단 고사와는 시기가 맞지 않는다.

대나무숲이 집단 고사하면서 마을 주변 미관이 저해된 것은 물론 산사태 위험도 커져 주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대곡면 설매마을 한 주민은 “대나무는 웬만하면 안 죽는다. 그렇다고 딱히 꽃이 핀 것도 아니다. 왜 갑자기 고사한 건지 알 수 없다. 대나무는 이산화탄소나 온실가스를 많이 흡수하는 데다 뿌리가 넓게 퍼져 있어 산사태나 흙 쓸림도 막아준다. 그런데 숲 전체가 저렇게 변해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고사한 대나무. 푸르름이 전혀 없이 말라 죽어 있다. 김현우 기자

전문가들은 이상기후와 양분 부족 등 다양한 고사 원인을 꼽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강호철 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는 “개화병일 수도 있지만 다른 원인도 많다. 겨울철 건조한 날씨로 인한 일시적 마름 현상도 있고 이상기후도 이유가 될 수 있다. 또한 대나무숲의 밀도가 너무 촘촘하다는 것도 문제다. 이러한 부분들이 다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대책을 세우는 것도 쉽지 않다.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닌 데다 대나무숲의 밀도를 낮추려면 대나무를 솎아줘야 하는데 대나무숲이 대부분 사유지에 포함돼 있다. 여기에 과거와 비교해 대나무 활용도가 급격하게 떨어진 상태다. 예전에는 대나무를 잘라 팔 수 있었지만 지금은 구매하는 사람이 없으니 대부분 산주가 대나무를 방치하는 상태다.

남해군 삼동면 대나무 고사 현장 인근 마을 주민은 “대나무숲이 죽어가는데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도 대책을 세우는 것도 힘들다. 이처럼 집단 고사하는 대나무숲이 더 많아질까 걱정이다. 지자체나 환경단체가 더 관심을 뒀으면 한다”고 밝혔다.